배달의민족, 을지로 골목 풍경 담은 사진전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 개최

 에디터. 김윤선  자료.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사진작가 김명중(MJ KIM)과 을지로 공업소 거리 장인들의 삶을 담은 특별한 사진전을 선보인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준)은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1관에서 사진전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을지로10년후체’를 선보인 배민은 이번 전시에서는 서체 기획 의도와 제작 개발 과정에서 발견한 도시와 사람, 글자에 대한 관계를 조명한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전속작가로 잘 알려진 김명중 사진작가는 약 1년간 을지로 공업소 골목과 그곳에서 만난 서른 세 명의 장인(匠人)의 모습을 담았다. 전시된 사진은 모두 아날로그 방식의 필름 카메라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철공소 장인이 매일 같이 직접 손으로 쇠를 깎고, 흙을 모아 주물을 만드는 작업 과정을 보고 촬영 자체를 아날로그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대우목형 ⓒMJ KIM
신아주물 ⓒMJ KIM

 

전시 하이라이트는 100년 가까이 된 대형 카메라에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촬영한 공업소 장인의 인물사진이다. 사진이 지날수록 빛이 바래고, 인물의 상도 조금씩 사라지는 효과를 통해 아날로그 사진에서만 볼 수 있는 감성을 표현했다.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크리에이티브부문장은 “지난해 ‘을지로체’와 ‘을지로10년후체’를 개발하면서, 성장과 쇠퇴, 부활을 반복하며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해온 을지로의 공간에 주목하게 됐다”라며 “8년 전부터 우리 주변 곳곳의 간판을 모티브로 새롭게 탄생한 우아한형제들의 서체가 그 기능뿐 아니라 우리 도시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일으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진전에서는 김명중 작가가 직접 관람객의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가 진행되며, 을지로 포토북, 목장갑, 연필, 스티커북, 배지 등의 다양한 굿즈와 을지로 공업소의 장인이 직접 제작한 은수저, 쟁반 등의 소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0월24일부터 11월2일까지 열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관에서 열린다.

 

전시 소개

 

사람은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인 가족으로 모여 살다 점점 커지며 도시가 형성됐습니다. 그런 도시는 성장과 쇠퇴 그리고 부활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물고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해 갑니다. 도시의 역사를 뷰파인더로 줌인해 보면 그곳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서울 구도심을 동서로 가르는 다섯 길 중 하나인, 을지로를 따라 서른세 명의 장인(匠人)을 무작정 만났습니다. 사장님의 용모와 자태 그리고 일터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오늘 우리 도시의 얼굴을 봅니다. 영국 미술비평가 존 버거가 얘기했던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불러내듯(What it shows invokes what is not shown)’ 때를 따라 자연스러운 흔적이 될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배민은 8년 전부터 다양한 도시글자들을 탐험하다 작년부터 을지로라는 도시 안으로 저벅저벅 들어가 올해는 김명중(MJ KIM) 작가와 도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겨울과 막걸리와 목장갑과 믹스커피와 시보리와 가로등과 먼지와 고추장찌개와 안경과 오토바이와 달걀말이와 벽시계와 쌍화차와 남색 점퍼와 봄과 길고양이와 막걸리와 나사와 식혜와 라디오와 찹쌀도넛과 기리꼬와 불꽃과 쟁반과 벽돌과 횡단보도와 앞치마와 신김치와 철판과 여름과 노가리와 꽃무늬 바지와 슈퍼와 평양냉면과 참새와 녹두빈대떡과 지붕과 파이프와 껍데기와 촛대와 흰 양말과 간짜장과 낮과 밤과 집과 일터와 아부지와 아들과 엄마와 딸과 가을을 만나 유심히 다시 들여다보며 상쾌한 이름을 불러 봅니다.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

–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


을지로… 그곳에 관해 아는 거라곤 을지면옥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지인의 초대로 찾아간 을지로의 깊은 골목길에서 마치 시간이 70년대 즈음 멈춰버린 듯한 투박함과 전혀 세련되게 포장되지 않은 솔직함에 매료되었습니다.

인생의 반을 영국과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그리워했던 한국의 모습은 쭉쭉 뻗은 왕복 10차선의 웅장한 테헤란로나, 하늘을 벗어나려는 듯 기풍도 당당하게 서 있는 롯데타워의 모습이 아닌 소박하고 불편한 작은 골목들의 모습이었나 봅니다. 사람 냄새가 좋습니다. 어렸을 적 방학 때마다 시골 외할머니 집으로 유배되었던 시절, 푸근한 할머니의 살냄새와 구수한 누룽지가 타는 냄새, 뚝배기에서 된장이 보글보글 끓는 냄새, 심지어 농사를 위해 뿌려진 거름 냄새도 저의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듯 합니다.

을지로의 작은 골목에서 저의 심장이 두근대었던 이유는 아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소중한 옛 추억들이 소환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을지로에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너무나 생소한 이름의 직업을 가진 우리의 삼촌이고 이모이고 조카였습니다.
그들의 소중한 삶의 부분들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무례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개월을 카메라 없이 을지로를 배회하면서 그분들에게 눈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단골집이 되어버린 백만불식품과 대원식당에서 을지로 주민분들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쓰고도 달짝지근한 소주의 ‘캬~’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네 인생은 아날로그입니다. 디지털카메라처럼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인생의 순간을 ‘삭제’하고 다시 찍을 수 없습니다.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아픈 인생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서 우리의 소중한 삶을 이룹니다. 을지로의 모든 시간이 바로 그런 아날로그임을 배웠습니다. 손으로 깎고 조이고 때리고, 때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펄펄 끓는 쇳물에 몸이 데이고… 그렇게 을지로의 장인들은 자신들의 삶과 가정을 열심히 지키셨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모든 사진을 필름으로 찍었습니다. 디지털로 찍었으면 촬영 과정이 훨씬 수월했을 테고, 결과물도 훨씬 매끈했을 터입니다. 하지만 필름의 투박함과 불편함과 부족함과 부끄러움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을지로와 저의 모습이 바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신 을지로의 수많은 장인에게 부족하고 부끄러운 사진전이지만 진심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헌사 드립니다.

– 김명중(MJ KIM) 사진작가


김명중 MJ Kim
1995년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를 떠돌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 작업도 시작했다. 영국과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경과 2008년에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10년 넘게 전속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 죠니뎁, 애드쉬런, BTS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사진을 찍고 있지만, 가족들의 사진을 찍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2019년 우연한 기회로 을지로체 전시에 다녀온 뒤 을지로 골목골목의 오래된 공장들과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배민과 마음이 ‘딱’ 통해 함께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일시.
2020년 10월 24일(토)~11월 2일(월) 

장소.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

관람 시간.
11:00~20:00 (입장마감 19:30)

관람료.
무료

주최.
배민, 세종문화회관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