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간 디자이너의 집 이야기, ‘집의 감각’ 출간

에디터. 윤정훈  자료. 그책

 

집(house)을 집(home)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진정한 편안함과 만족감을 주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본래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집에서 맞는 첫날을 떠올려보자. 매일 사용하던 가구와 물건이 눈앞에 있지만 낯설기만 하다. 어색한 분위기 가운데 내 집이 아닌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은 나와 가까워진다. 낯선 공간으로서의 집(house)이 비로소 나의 집(home)이 되는 것이다.

 

 

공간 디자이너 김민선은 네덜란드에서 4년간 살면서 다섯 번의 이사를 했다. 두 개의 여행용 가방만으로 충분했던 짐은 점점 늘어났다. 계약이 끝날 때마다 ‘집’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장소에 가서 공간과 친해져야 했다. 그는 이러한 적응의 시간을 두고 ‘집의 감각’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집의 감각은 거주자가 집을 집답게 느끼게 만드는 요소다. 함께 사는 사람, 공간을 이루는 통로나 문, 가구나 조명, 심지어 집 밖의 환경이 될 수 있다.

 

“내 인생에서 온전한 독립은 네덜란드 시절이 처음이었다. 첫해 룸메이트와 살았던 해를 제외하고 원룸 스튜디오에서 홀로 지냈다. 숟가락, 가구 등 모든 것을 직접 골랐다. 필요한 물건은 주어진 예산 안에서 나의 취향으로 선택했다. 그 시절 방은 곧 집이었다. 나를 보여주는 집합체이자 온전히 쉬는 곳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돌아와 결혼하고 나서 내 방은 다시 사라졌다. 침실과 거실은 부부의 공동 공간으로, 작은 방은 작업실로 사용했다. 그마저도 언제부턴가 짐으로 넘실거렸다. 건강한 공동체를 꿈꾸는 우리 부부의 요즘 관심사는 ‘각자의 방’을 갖는 것이다. 마음의 안식처인 우리 집에 나만의 방이라는 또 다른 안식처가 생기는 기쁨.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방이 남아 있다는 건 꽤 설레는 일이다.”
– ‘방’ 중에서

 

『집의 감각』은  ‘집’이라는 공간의 본질적 요소를 찾는 리서치 프로젝트의 결과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집에 관한 참여 워크숍(Home for a moment)’을 진행하며 다양한 거주자들의 삶의 방식과 집에 대한 생각을 관찰하고 개인에게 편안함을 주는 요소를 찾아 나갔다. 11년간 20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고,  집에 관한 140여 개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모아 30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키워드는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집의 구성원을 시작으로, 현관, 나란히 붙은 의자, 채광, 창문 밖 풍경, 켜져 있는 TV, 침대와 모퉁이, 발코니, 가까운 공원을 아우른다.

 

“오늘날 발코니는 수직형 주거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콘크리트와 유리로 덮인 온실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발코니에 이중 창호와 커튼을 설치해 또 다른 벽을 만든다. 집에서 유일하게 외부와 연결이 가능한 곳이지만, 우리는 이마저도 없애려고 애쓴다. 그렇게 한 후 외부 환경에 노출되려고 또 다른 노동을 감행한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외출한다. 카페와 맛집 같은 제3의 공간에 인색해지자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집에서 누릴 수 있는 낭만을 만드는 시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 작지만 큰 공간인 발코니를 재발견하자. 단조로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 ‘발코니’ 중에서

 

책에는 다양한 참가자들과 나눈 생생한 대화뿐만 아니라 공간을 깊게 살피는 저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나에게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내가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지 사유해볼 수 있다.

 


김민선
네덜란드에서 실내건축을 공부하고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한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좋아서 시작했던 ‘참여형 프로젝트’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삶을 실험하고 있다. 좋은 공간에서의 경험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그런 공간들을 기록하고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도서명.
집의 감각

출판사.
그책

판형 및 분량.
150 x 213 mm, 200쪽

가격.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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