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 전시회 개최

에디터. 전종현  자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는 3월 27일부터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2018년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의 귀국전을 선보인다.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 전은 작년 베니스 현지에서 열린 <Spectres of The State Avant-garde>전을 아르코 미술관의 공간에 맞춰 재구성한 귀국 전시로, 한국 현대 건축과 국가 간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서울의 도시 구조를 비롯해 여러 제도와 체제의 가까운 기원이 되는 1960년 말은 국가의 계획 이데올로기와 건축가의 비전이 뒤엉켜 있던 시대였다. 억압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개발 위주의 국가 정책은 역설적으로 역설적으로 유토피아적 이상을 꿈꾼 건축가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부여했다. ‘국가’와 ‘아방가르드’라는 형용모순적 단어의 병치를 통해 권력과 상상력 사이의 교차점, 정체 체제와 유토피아적 이상이 빚어내는 모순적인 결과를 드러내는 이번 전시는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KECC, 이하 기공)에 주목한다.

1965년 설립된 국영 건축 토목 기술 회사인 기공은 항만, 수도, 교량 등 인프라스트럭처부터 세운 상가, 박람회 파빌리온 등 건축물까지 국가가 주도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김수근, 윤승중, 김석철, 김원, 유걸, 김원석, 전상백, 기흥성 등 이후 한국 건축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들이 거쳐간 기공은 당대 최고의 용역 설계회사였다. 동시대 서구의 급진적 건축 실험과 유사하게 몽상적이면서, 개발 계획에 맞추어 대단히 현실적이기도 했던 기공의 작업은 서울의 하부 구조를 짜며 한국 도시 계획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 초기 도시화와 산업화를 주도했고 여러 건축가와 엔지니어를 배출했지만 기공의 역사와 활동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기억의 파편으로 남아 있다. 이 쓰이지 않은 역사, 기록되지 못한 기억에서 본 전시는 출발한다.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은 어긋난 시간의 중첩을 무대화한다.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하지 못한 과거를 소환하면서 동시에 이제는 잘 물어보지 않는 미래에 대해 흐릿하게나마 그려보려고 노력한다. 충실한 아카이브의 부재 속에서 한국 현대 건축의 신화적 기원과 파우스트의 거래 사이를 오가는 기공의 작업을 유령 또는 귀신으로 호명해본다. 유령은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만 포착되지 않는 과거, 불현듯 출몰하지만 실체가 명확지 않은 존재를 지칭한다. 유령에 대한 최근의 논의에서, 또한 동양의 전통적 유교관에서 ‘유령의 존재를 호출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현재의 책임을 묻는 행위다.

이를 위해 전시는 1960년 대 기공이 진행한 프로젝트에 내재돼있는 모순과 역설에 주목해 오늘의 문제를 대면하기 위한 거울로 삼았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물었던 ‘1970 오사카 엑스포’ 한국관은 이제 더 이상 단일 민족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한국에서 국가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토피아적 이상 도시와 군사 퍼레이드를 위한 극장 사이를 오간 여의도를 통해 전시는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공공 공간의 가능성을 되묻는다. 입체 슬럼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방파제, 재생의 본보기를 거쳐, 다시 을지로 재개발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세운상가는 도심 재생과 재개발의 방법을 묻는 시험대로 기능한다. 그리고 박람회 가설 구조물이 사라진 곳에 들어선 공단과 벌집촌, 다시 테크노밸리로 탈바꿈한 구로에서는 한국 자본주의를 가장 낮은 곳에서 지탱해 온 이주 노동자의 궤적을 추적한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획득한 파편적인 단서를 단순히 기록하거나 회고적으로 상찬하기 보다, 문제의 기원을 경유해 내일을 모색하는 근거로 삼는 게 이번 전시의 궁극적인 목표다.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마다 연계 행사로서 전시 기획자와 작가 간의 대담을 개최한다. 전시는 오는 5월 26일까지 계속 된다.


주 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 정.
2019년 3월 27일(수)~5월 26일(일)

오프닝.
2019년 3월 27일(수) 18시

장 소.
아르코미술관 1, 2 전시실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동숭길 3)

입 장.
무료

문 의.
02-760-4626


연계 프로그램

일 시.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14시

장 소.
아르코미술관 1층 전시장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동숭길 3)

일 정.
3월 30일  큐레이터 토크: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은 어떻게 고안되었나
박성태, 최춘웅, 박정현, 정다영

4월 6일  오사카 박람회
설계회사, 신정훈 – 정다영(모더레이터)

4월 13일  구로 박람회
바래, 안창모, 김원 – 박정현(모더레이터)

4월 20일  세운상가
김성우, 안창모, 황지은 – 박정현(모더레이터)

4월 27일  전시 시노그라피: 공간과 지면의 무대화
김용주, 이재민, 김상호 – 김희정(모더레이터)

5월 4일
정지돈, 김원 – 박성태(모더레이터)

5월 11일  국가, 건축, 근대성
서현석/ 추가 예정 – 박정현(모더레이터)

5월 18일  KECC의 파편을 수집하다
김경태/ 추가 예정 – 정다영(모더레이터)

5월 25일  여의도 마스터플랜
최춘웅, 로랑 페레이라, 조현정 – 최춘웅(모더레이터)


참여 작가

김경태
중앙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스위스 로잔 미술대학원(ECAL)에서 아트디렉션 과정을 공부했다. 주로 크고 작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과 이미지화시키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탐구하며 종종 다양한 분야의 작업자 또는 기획자와 협업한다. <그래픽디자인서울, 2005~2015, 서울>(일민미술관, 2016),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2016), <종이와 콘크리트>(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6) 등의 전시에 참여하고 『On The Rocks』(유어마인드, 2013), 『Cathédrale de Lausanne 1505–2022』(미디어버스, 2014), 『Angles』(프레스룸, 2016) 등의 사진집이 있다.

김성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건축설계와 도시 리서치를 공부했다. 2011년부터 N.E.E.D.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故 이종호와 함께 서울 도심 을지로 지역 리서치와 소필지 주거지역의 거주 환경 및 건축 유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서울 도심의 거대 구조를 활용한 공공영역 재구축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표 설계작품으로 상계동 주거복합, 더북컴퍼니 사옥,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등이 있다.

바래
바래(BARE)는 전진홍과 최윤희가 서울에 설립한 건축 스튜디오로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도시 속 시간과 환경에 조응하는 리서치 기반의 건축 작업을 2014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다. 전진홍은 영국 AA스쿨 졸업 후 네덜란드 OMA와 공간그룹에서 실무를 쌓았다. 최윤희는 케임브리지대학교와 AA스쿨 졸업 후 윌킨슨아이어, 제이슨브루지스 스튜디오 등에서 공공 예술 및 건축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로 있다. <아름지기 헤리티지 투모로우> 공모전 수상 (20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최종 후보군에 선정되었고, ACC <새로운 유라시아> 키네틱 파빌리온 설치 및 전시(2015)에 참여하였다. 최근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2017)에 초대되어 세운상가 일대에 새로운 재활용 네트워크를 조명한 영상작업을 선보였다.

서현석
근대성의 맥락에서 공간과 연극성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헤테로토피아>(서울, 2010-2011), <영혼매춘>(서울, 2011), <매정하게도 가을바람>(도쿄, 2013), <From the Sea>(도쿄, 2014) 등의 장소 특정 퍼포먼스, 그리고 <Derivation>(2012), <잃어버린 항해>(2012-), <하나의 꿈>(2014), <Zoom out / Zone out>(2013-14) 등의 영상 작품을 만들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설계회사
설계회사(SGHS)는 2015년 강현석, 김건호가 설립한 건축사무소로 내러티브와 텍토닉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강현석은 성균관대학교와 코넬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헤르조그 앤 드 뫼롱헤르조그&드 뫼롱의 바젤 사무실에서 일했다. 김건호는 성균관대학교 졸업 후 dmp건축에서 근무했고, 이후 코넬대학교 건축대학원과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민미술관 <그래픽 디자인 2005~2015>(서울, 2016),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년 특별전 <상상의 항해>(서울, 2016)에 참여했고,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7> 최종 후보군에 선정되었다.

정지돈
대구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에서 영화와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2013년 『문학과 사회』의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눈먼 부엉이」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로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과 「창백한 말」로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실과 허구의 관계를 묻는 방식의 글쓰기를 통해 역사와 현재, 미래의 의미를 묻는 작업을 지속 중이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아키토피아의 실험› 도록의 에필로그 「어떤 작위의 도시」를 실었고, 낸 책으로는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문학평론집 『문학의 기쁨』(공저), 소설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가 있다.

최춘웅
서울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적 건축물의 재활용, 도시 재생, 그리고 건축의 영역을 독립된 문화 행위이자 지식 생산 분야로 확장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전시 공간을 디자인했고, 아트선재센터, 문화역서울284, 일민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대표적인 설계작업으로 점촌중학교, 꿈마루, 매일유업 중앙연구소, 라쿠치나 남산, 상하농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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