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 국내 최초 안드레아스 거스키 개인전 선보여

에디터. 윤정훈  자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지평선을 따라 일자로 펼쳐진 잿빛 물결. 마치 정교한 재단사의 손을 거친 듯 흐린 하늘, 드넓은 초원, 일렁이는 강이 나란히 놓여 있다. 독일의 사진 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가 찍은 라인강의 모습이다. 언뜻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Rhein II’(1999)은 세계에서 가장 고가의 경매가를 기록한 사진이기도 하다. 

복제가 가능한 사진이 이토록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 이유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라인강의 모습을 담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여러 번 사진을 찍은 후 이를 조합하고 주변의 건축물과 사람을 의도적으로 제거했다. 덕분에 어디에도 없는 초월적인 풍경이 탄생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 III Chicago Board of Trade III’, 2009,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현대 사진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사진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8월 14일까지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을 통해서다. 거스키의 전시로는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대표작 이외에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2점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얼어붙은 라인강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코로나 시대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얼음 위를 걷는 사람Eisläufer’(2021)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스키 코스의 엄청난 경사를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 평면으로 보여주는 ‘스트레이프Streif’가 그것이다. 

 

‘얼음 위를 걷는 사람 Eisläufer’, 2021,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크루즈 Kreuzfahrt’, 2020,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거스키의 사진은 실제로 보아야 그 가치를 훨씬 잘 체감할 수 있는데, 이는 그의 작품이 단지 사람 키를 웃도는 거대한 규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촬영한 광활한 튤립밭, 대형 슈퍼마켓,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시카고 거래소를 보다 보면 그의 시선이 신(절대자)의 그것과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주 멀찍이 떨어진 높은 곳에서 촬영해 대상을 아주 폭넓게 아우르지만 특유의 합성 작업을 거치기에 그 속의 사람, 물건 하나하나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거스키의 작품이 숲과 동시에 나무를 보여주는 사진, 거대한 사회 속 개인의 존재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무제 XIX Ohne Titel XIX’, 2015,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평양 VI Pyongyang VI’, 2017(2007),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주제별로 나뉜 7개의 전시실에서 ‘파리, 몽파르나스 Paris Montparnasse’(1993), ‘99센트 99 Cent’(1999, 리마스터 2009)와 같은 대표작을 포함해 1980년대 중반 초기작부터 코로나 시대에 제작된 2022년 신작까지 총 4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사진 예술의 틀을 확장해 온 거스키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 Amazon’, 2016,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현대 사진 예술에 큰 족적을 남긴 거스키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현대미술에서 사진 장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며 한국 예술계에 다양한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인강 III Rhein III’, 2018,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전시명.
Andreas Gursky(안드레아스 거스키)

일시.
2022년 3월 31일(목) ~ 8월 14일(일) 

운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17:30 입장 마감),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예약.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문의.
02-6040-2345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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