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도 와이파이도 없는 카페, ‘블루보틀 명동’ 오픈

에디터. 윤정훈  자료. 블루보틀커피코리아 

 

블루보틀이 아홉 번째 매장 ‘블루보틀 명동 카페’를 오픈했다. “와이파이는 주의를 분산시킨다”, “휴대폰은 어른용 고무 젖꼭지”라며 좋은 커피와 보내는 시간을 강조한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의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공간이다. 와이파이만 없는 것이 아니라 이번엔 앉을 자리도 없다. 카페는 ‘시간 보내는 곳’이나 다름없는 한국인의 인식에 다소 반하는 예상 밖의 노선을 택했다. 테이크아웃 매장 대신 ‘온더고on the go’라는 표현을 내세워 기존 매장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깊은 침체를 겪고 있는 명동에 자리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진=블루보틀커피코리아 제공>

 

명동점은 고층 빌딩 1층 한쪽에 자리한다. 작은 카운터와 대기 공간만이 딸린 협소한 규모의 매장. 카운터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같은 층에 위치한 나이키 서울 스토어로 이어진다. 규모는 작으나 외관은 역시 블루보틀답다. 청량한 색감의 파란 병, 특유의 아이코닉한 BI가 더해진 단순한 외관은 복잡한 파사드가 줄지어선 도시 풍경 속에서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미니멀리즘 위에 얹은 지역성
블루보틀은 커피를 즐기는 방식에 있어서는 확고한 신념을 자랑하지만 공간에 있어서는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한 유연함을 추구한다. 인더스트리얼을 강조한 성수점, 제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제주점에 이어 명동점 또한 지역과의 접점을 만들고자 했다. 명동이 조선 시대 ‘명례방明禮坊’으로 불리며 문화와 학식이 주는 여유가 있는 지역이었다는 역사적 내러티브를 반영했다. 소비 위주의 빠른 속도감을 지닌 명동에서 잠시 쉬어가며 새로운 문화를 공유하고, 빠르게 커피를 포장해가는 이들과 빌딩 숲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 모두를 수용하고자 기존 매장과는 다르게 좌석 없이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 블루보틀의 설명이다. 

 

<사진=블루보틀커피코리아 제공>

 

집안 풍경이 된 카페
공간 디자인은 양태오 디자이너가 맡았다. 블루보틀의 집이라는 뜻의 ‘블루 하우스’를 콘셉트로 삼아 한옥에 앉아 집 내부를 바라보는 행위를 뜻하는 ‘자경自景’을 모티브로 공간을 구성했다. 큰길 쪽으로 통창이 있어 카페 내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 때 카페는 집안 깊숙하게 자리한 방이 됨으로써 길을 걷는 사람에게 ‘자경’을 경험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카페 이름과 주소가 적힌 작은 문패는 도예가 김덕호, 이인화의 작품. 이와 더불어 방에 걸린 한 점의 그림처럼 작은 디스플레이를 벽에 설치해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블루보틀커피코리아 제공>

 

명동 익스클루시브
메뉴와 기획 상품에도 명동의 지역성을 반영하고자 했다. 콜드브루 베이스의 라떼뿐 아니라 시나몬 등의 다양한 스파이스로 독특한 풍미를 지닌 익스클루시브 음료 ‘놀라 스파이스’를 선보인다. 일부 아이스 음료는 16oz(475ml)로 사이즈업해 즐길 수 있다고. 명동의 극장과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초콜릿과 커피로 코팅한 한국식 팝콘, 일명 ‘화이트 모카 강냉이’는 명동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 메뉴. 외에도 양태오 디자이너의 프레그런스 브랜드 ‘시낭’과 협업한 커피 핸드 스크럽 등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사진=블루보틀커피코리아 제공>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블루보틀 명동은 오픈 전부터 기대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블루보틀이어서인 것도 있겠지만 여러 후보군 중 명동을 택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 지속적인 내국인 감소에 이어 코로나19로 큰 침체를 맞은 명동에 2021년 나이키, 2022년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스토어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지역과의 상생을 중시하는 블루보틀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명동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야경, 길거리 음식, 쇼핑, 북적이는 인파가 만드는 낭만이 또 다른 변화를 맞아 재점화하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위치.
서울시 중구 명동길 14 1층

운영시간.
매일 08:00 ~ 21:00

인스타그램.
@bluebottl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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