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자료.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건축역사학회는 지난 4월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세계유산을 위한 지식과 건축전문가의 역할’을 주제로 춘계 학술대회 및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연구자가 현장에서 직접 몸을 부딪히며 배우는 실천적 학습의 장으로 꾸며졌다.
학회는 1991년 초대 회장인 故 김일진 교수를 비롯해 우리 건축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선구적 학자들의 헌신으로 설립되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전국의 산사와 고택을 직접 발로 누비며 한국 건축의 문법을 학술적 언어로 길러낸 1세대 거장들의 정신은 오늘날 학회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다. 후배 학자들은 이러한 ‘답사 정신’을 계승하며 지식의 현장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행사 첫날인 10일은 텍스트가 아닌 발걸음으로 역사를 읽는 답사로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융건릉을 시작으로 LH 태안3지구 한옥마을, 용주사, 수원 화성을 차례로 탐사했다.
특히 이번 답사는 문화유산 보존 문제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LH 태안3지구 한옥마을’을 핵심지로 삼았다. 학회는 개발과 보존의 논리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현장에서 연구자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학자라면 관념적인 판단에 머물 것이 아니라 갈등의 실체에 다가가 실효적인 대안과 배경을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진행된 경기대 김동욱 명예교수의 특강은 현장 경험에 학문적 깊이를 더했다. 김 교수는 수원 화성의 축조 배경과 유네스코 선정 비하인드, 이후의 개발 및 보존 과정을 짚으며 “우리가 지켜야 할 유산이 무엇인지 ‘유네스코UNESCO’라는 관념적 틀에서 벗어나 실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에는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에서 현장의 문제의식을 학술적 담론으로 확장하는 주제발표가 진행되었다. 특히 이날 세미나는 한국 이코모스(ICOMOS-KOREA) 2대 위원장을 지낸 故 주남철 교수의 4주기 추모 행사를 겸해 그 의미를 더했다.
발표 세션에서는 성균관대 이상해 명예교수의 세계유산 가치 재조명을 시작으로 동국대 이혜은 명예교수의 학제 간 융합 실천, 산동건축대학교 임진·고의생 교수의 황하 유역 건축문화유산 등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다. 학회가 이번 행사에서 견지한 대원칙은 ‘현재의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사안이 종결된 뒤 분석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연구를 지양하고, 종묘와 같이 쟁점이 살아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 전문가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국건축역사학회는 이러한 실천적 움직임을 전문가들만의 전유물로 두지 않는다. 학회는 매달 정기 세미나와 답사를 운영하며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참여의 문턱을 낮췄다. 건축과 역사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책상을 떠나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이슈를 향해 걷는 학회의 여정은 매달 계속될 예정이다.
행사명.
세계유산을 위한 지식과 건축전문가의 역할
특강 및 발표.
김동욱 (경기대학교 명예교수)
이상해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이혜은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최재헌 (건국대학교 교수)
임진任震 (중국 산동건축대학교 원장)
고의생高宜生 (중국 산동건축대학교 교수)
류성룡 (고려대학교 교수,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
토론 및 좌장.
이왕기 (목원대학교 명예교수)
이수정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
조두원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조재모 (경북대학교 교수)
일시.
2026년 4월 10일(금) ~ 4월 11일(토)
문의처.
학회 사무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