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자료.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이 야외 데크에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Gabriel Orozco Garden)’을 조성해 지난 4월 3일부터 일반에게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리움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시도하는 커미션 정원이다. 기존에 거대한 조각들이 서 있던 자리는 이제 건축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소 특징적 환경으로 변화했다.
정원을 조성한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는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각 지역의 맥락을 작업에 녹여내는 작가다. 그는 드로잉과 사진 및 조각과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작가는 접근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간과되거나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여러 측면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연결을 발견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재료 실험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를 탐구하며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정원의 구조는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원의 배열’을 기반으로 한다. 약 500평 규모의 데크에는 크고 작은 원들이 연결되어 열 개의 연속된 플라자가 조성된다. 각 플라자는 바닥, 패턴, 식재, 벤치의 조합이 달라 저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갖는다.
바닥에는 충남 보령석을 규격에 맞춰 가공해 시공했다. 기존 데크의 자라목 목재는 건물 외벽 마감으로 재활용해 재료의 순환을 실천했다. 공원에는 소나무 17주, 매화나무 11주, 대나무 약 1,500주가 심어졌다.
공간은 대나무 숲이 도시 소음을 차단하고 정원의 내밀함을 형성한다. △백당나무 △설유화 △찔레나무 △물매화 등 흰 꽃 중심의 식물들이 세한歲寒의 절제된 색채를 이룬다. 목재로 감싸인 건물 외형과 원형 석재 바닥, 남산으로 이어지는 자연 풍경은 데크를 도시 위에 떠 있는 하나의 정원처럼 보이게 한다.


가브리엘 오로즈코는 일상 사물에서 잠재된 질서를 발견하는 방법론으로 유명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런던과 멕시코시티에 이은 그의 정원 3부작 중 가장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작가는 이번 정원에 한국 전통의 ‘세한삼우歲寒三友’ 개념을 도입했다. 세한삼우란 추운 겨울의 세 벗이라는 뜻이다. 추위에 잘 견디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작가는 소나무와 대나무 및 매화를 식물학적 골격으로 삼아 혹독한 계절을 견디는 절제와 인내의 원리를 담아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로즈코가 10년 동안 이어온 ‘정원-조각’ 시리즈의 세 번째 장이자 가장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2016년 사우스 런던 갤러리(SLG)에서 방치된 부지를 원형 패턴의 영구 정원으로 바꾼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2019년부터 6년간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공원의 환경·문화 마스터플랜을 총괄하며 도시 규모의 공공 조각을 완성했다. 리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정원은 앞선 두 경험을 집약해 세운 세 번째 공간이다.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은 “화려한 모뉴멘트가 아니라 지속되는 시간, 스펙터클이 아니라 인내가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조각의 핵심”이며 “세한삼우가 매서운 겨울에도 푸른 생명을 지켜내듯 이 정원은 가장 혹독한 계절에도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예술의 시간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은 한남동 일대에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미술관 개관 시간 동안 누구나 무료로 방문해 걷고 쉬며 ‘조각으로서의 정원’을 경험할 수 있다.

작품명.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 Gabriel Orozco Garden
기간.
2026년 4월 3일 ~
(*미술관 개관 시간만 이용 가능)
장소.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
관람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