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만나는 예술,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 오픈

에디터. 윤정훈  자료. MMCA

 

바야흐로 구독의 시대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구독하는 이는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 이제 문제는 ‘구독할지 말지(To subscribe or not to subscribe)’보다 ‘무엇을 구독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모든 것이 구독의 대상이 된 오늘날 예술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전시장에서 접하던 미디어 작품을 집에서 넷플릭스처럼 즐길 수 있다면? 심지어 구독료는 무료라는 사실. 지난 4월 12일,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구독형 아트스트리밍 플랫폼 ‘워치 앤 칠Watch and Chill’의 세 번째 시리즈를 공개했다. 장르는 스릴러. ‘서스펜스의 도시’라는 주제 아래 묘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미디어 작품 28점을 소개한다.

 

 

전 세계 미디어 작품, 집에서 느긋하게 즐긴다
‘워치 앤 칠’은 집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예술을 목표로 한다. 플랫폼명은 이름은 영미권 신조어 ‘넷플릭스 앤 칠Netflix and chill’에서 착안했다. 별도 마련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해 구독 신청을 하면 매주 한 편씩 새로 공개되는 미디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미술관이 문을 닫거나 관객수를 제한하는 위기를 겪으며 새로운 전시 방식을 고민한 것이 플랫폼 조성의 배경이 됐다. 이에 OTT와 미디어 작품을 접목, 전 세계 주요 미술관과 협업해 기관별 미디어 소장품을 전 세계 구독자에게 공개하는 서비스를 마련한 것이다. 2021년 아시아 4개 기관과의 협력 전시를 시작으로 2022년 유럽 및 중동, 올해는 미주 및 오세아니아 주요 미술 기관과 협업한다.

 

‘워치 앤 칠 3.0’ 온라인 플랫폼 화면

 

불안함을 마주하는 예술의 힘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은 ‘워치 앤 칠’ 프로젝트의 마지막 순서다. 지난 주제가 ‘집’과 ‘감각’이었다면, 이번엔 ‘서스펜스’를 주제로 불안함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미디어 작품을 큐레이션했다. 
그런데 왜 하필 서스펜스일까. 모호하고 조마조마한 상황은 높은 몰입의 경험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불안함과 불확실함을 맞닥뜨리게 하는 힘을 갖는다. 기이하고 비규범적이며, 형태를 뒤트는 등 독특한 서스펜스를 지닌 영상작을 통해 불안한 현실 너머를 상상하고자 한 의도가 이번 전시 주제 선정의 배경에 자리한다.

 

박찬경, ‘늦게 온 보살’, 2019, 컬러, 흑백, 유성, 55분, MMCA 소장 <자료 제공=MMCA>
나오미 린콘 갈라르도(Naomi Rincón Gallardo), ‘불결의 시’, 2021, 컬러, 유성. 23분 53초. 작가 소장, TONO 제공 <자료 제공=MMCA>
피아 보오리(Pia Borg), ‘악마적인’ 2018, 컬러, 유성, 28분 13초. 작가 소장, NGV 제공 <자료 제공=MMCA>

 

“불안함을 이야기하고 형상화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를 맞닥뜨릴 때—혹은 들뢰즈가 말한 것처럼 “문을 두드리는 장래의 악마적 권력들”에 맞서며—우리는 현재를 해체하고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볼 수 있다. (…) 현실과 가상이 붕괴되어 끊임없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다중 세계 속에서 지금, 여기를 직시하고 그 의미를 찾고자 한다.” ― 전시 기획 의도 중

 

OTT와 오프라인 공간이 만나면
‘워치 앤 칠’의 특별한 점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오픈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매주 하나씩 공개되는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오프라인 전시장을 일종의 쇼룸처럼 활용한 셈이다. 전시 공간은 건축가의 손을 거쳐 단지 작품을 두는 장소가 아닌 작품의 일부로 꾸려졌다. 푸하하하프렌즈(한승재, 한양규, 윤한진)는 전시장을 전시와 동일한 제목의 건축 설치작 ‘서스펜스의 도시’(2023)로 변모시켰다. 열린 형태가 아닌 미로처럼 헤맬 수밖에 없는 동선을 유도한 데다가, 어딘가 스산한 분위기가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전시장 입구 <사진 제공=MMCA>
전시장 내부 진입로 <사진 제공=MMCA>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MMCA>

 

서울관 전시는 오는 7월 23일까지이나, 4월 하반기 멕시코 토노페스티벌(TONO) 참여 미술관, 11월 미국 피바디에섹스미술관(PEM), 내년 3월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의(NGV) 트리엔날레의 일환으로 국제 순회전이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아트 스트리밍 서비스 ‘워치 앤 칠 3.0’은 마지막 순회전이 끝나는 2024년 4월까지 운영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3개년 운영으로 새로운 국제 협력의 모델로 자리 잡은 ‘워치 앤 칠’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변화하는 미술관의 역할을 제고하고,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난 지금 새롭게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을 실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명.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

주최.
국립현대미술관(MMCA)

참여 작가.
권하윤, 송상희, 장민승, 정재경, 푸하하하프렌즈 등 국내외 작가 약 20인

일시.
서울관: 2023년 4월 12일(수) ~ 7월 23일(일)
온라인 플랫폼: 2023년 4월 10일(월) ~ 2024년 4월 7일(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홈페이지.
watchandchil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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