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집으로 떠나는 여행,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
에디터. 정경화 자료. 피크닉
이브 생로랑, 루이스 바라간, 코코 샤넬….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인사의 집을 오랫동안 촬영해 온 사진작가의 전시가 개최했다. 4월 6일부터 피크닉piknic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다.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프랑수아 알라르Francois Halard는 10대의 이른 나이부터 잡지 사진을 찍기 시작해 <보그>, <베니티 페어>, <하우스&가든> 등의 표지와 화보를 촬영하며 화려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상업 사진과 별개로 개인적인 관심사가 담긴 작업 또한 꾸준히 병행해 왔는데, 바로 지난 40여 년간 명사의 집, 예술가의 아틀리에 등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인물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단순히 공간만이 아니라 장소 어딘가에 머물렀을 인물을 향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함께 담겨 있다. 그 때문일까. 뷰파인더 속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 그 인물의 삶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진에 숨은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전시는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듯 피크닉의 야외 정원과 산책로를 지나는 여정으로 시작한다. 현관의 문을 열면 카펫이 깔린 복도를 마주하고, 하얀 벽면에는 ‘사적인 방문’을 의미하는 문장 ‘Visite Privee’가 적힌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조용한 환대를 지나 내밀한 공간으로 한 발짝 걸음을 들이면 프랑수아 알라르의 작품 세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전시장에는 그가 기록한 수많은 집의 장면이 사진과 영상, 음악의 형태로 자리해 있다. 1층 첫 번째 방에서는 여러 명사의 집 인테리어를 기록한 사진을 통해 인물이 수집한 작품과 취향에 집중하고, 두 번째 방에서는 알버트 프레이, 루돌프 쉰들러 등 당대 활발히 활동했던 건축가가 설계한 대표 작품을 촬영한 사진을 모아 건축물을 해석하는 작가의 시선을 함께 살핀다. 작품의 규모는 때로는 그리스의 도시 전체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로 확장되기도 하고, 때로는 팬데믹 이후 격리 기간 동안 자택에서의 순간을 촬영한 작업 ‘아를에서의 56일’처럼 짧고 깊게 응축되기도 한다.
집은 누군가의 추억을 품은 매우 내밀한 장소인 동시에 당대의 생활이 담긴 기록물이다. 그의 작품이 시대를 읽는 단초가 되는 것은 그만큼 수많은 집을 촬영하고 아카이빙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덕분이다.
“저는 제가 감동했던 순간을 늘 공유하고 싶어요. 이 점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제가 느낀 특별한 감정과 경험을 그 장소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과도 나눌 수 있거든요.” -프랑수아 알라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차를 타고 과거의 순간을 여행하듯, 프랑수아 알라르의 따스한 시선으로 길어 올린 그 시대, 그 집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7월 30일까지.
전시명.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
일시.
2023년 4월 6일(목) ~ 2023년 7월 30일(일) (월요일 휴관)
장소.
피크닉 piknic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입장료.
티켓 1만8000원
예매.
bit.ly/piknic
문의.
02-318-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