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개관 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 개최

에디터. 윤정훈  자료. 울산시립미술관

 

팬데믹과 기후 위기가 일상을 위협하는 현재, 자연과의 공존은 뜨거운 화두다. 공존을 넘어서 기술과 자연이 융합을 이루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에서 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지난 1월 개관한 울산 최초의 공공미술관이다. 미디어아트 중심의 ‘미래형 미술관’을 표방하며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연과 기술, 산업과 예술의 조화를 모색하고자, 세 개의 전시실과 더불어 공공미술관으로는 최초로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XR랩)을 마련했다. 

개관 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는 산업 도시에서 출발해 생태·문화·관광이 공존하는 도시로의 도약을 꾀하는 울산의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울산은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의 전환을 기점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희생했다. 생태를 집어삼킨 ‘자본’과 ‘질서’는 우리의 미래를 더 찬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듯했지만, 최근 일상을 산산조각 낸 전염병과 여러 글로벌 위기로 돌아왔다. 전시는 인류와 생태를 더 먼 미래로 확장해 도래할 세계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상상하는 작품 스무 점을 선보인다. 

 

정보, ‘양치류 식물 1, 4’, 단채널 비디오, 2016-현재진행중 <사진 제공=울산시립미술관>

 

소외된 공동체와 연약한 식물의 관점에서 과거를 탐구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작가 정보는 대만 내 식물 종의 서사를 역사·정치적 쟁점으로 긴밀히 연결하는 영상 ‘양치류 식물 1,4’를 선보인다. 대만의 양치식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던 일본군이 이를 대체 식량으로 삼으며 서식하기 시작했다. 특정한 식물 종이 다수 분포되고 외래식물이 귀화하게 된 이면에는 이처럼 인간 중심주의의 자연관과 세계관이 자리함을 시사한다.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멸종 위기인 생태계를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르엉싹 아누왓위몬의 ‘환생’은 멸종된 나무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흙으로 구운 나무 조각 아래 현장에서 수집하고 문서화한 자료들을 엮어 놓음으로써 동식물을 폭 넓게 탐구하고, 주류 국가가 만드는 생태적 내러티브를 비판한다. 

 

히토 슈타이얼, ‘이것이 미래다(This is the Future)’, 비계 구조, LED 패널, 다중 채널 비디오 루프, 움직이는 텍스트, 2019 <사진 제공=울산시립미술관>

 

국내 전시로는 최초로 선보이는 히토 슈타이얼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영상 ‘이것이 미래이다’를 통해 네트워크가 항상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예측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알고리즘을 운영하는 디지털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겨냥한다. 

 

슈리 칭, ‘다음으로 가는 정원’, 폐차에 버섯이 자라는 혼합 생태, 2021~2022, <사진 제공=울산시립미술관>

 

“우리는 경제적, 생태적 파괴에도 불구하고 삶의 문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 진보와 파멸은 우리에게 협동적이고 연대하는 생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버섯의 생태와 버섯 채집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이 행위는 우리를 구원하지 않지만 우리의 상상력을 열 수 있습니다.” 슈리 칭이 버섯에 주목하는 이유는 ‘버섯 채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느린 철학을 품어 생태를 새롭게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가는 정원’에서 폐차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는다. 금속 부품 사이에서 피어난 버섯은 가속의 이미지와 뒤섞여 협력하는 집단의 생존 이야기와 존재하려고 애쓰는 생태로 우리를 안내한다.

 

백남준, ‘수풀 속 케이지(새장), 숲의 계시록’, (살아있는) 식물, 나무, 모니터 23개, 재생장치 3개, 스테레오 세트, 3채널 시청각 이미지, 1992~1994 <사진 제공=울산시립미술관>

 

백남준의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실내에 흙으로 땅을 조성해서 살아 있는 나무를 심고, 지면과 나뭇가지 주변 군데군데 23대의 텔레비전을 설치한 작업이다. 자연 속에 기술 매체인 텔레비전이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한 이 작품은 자연과 기계의 ‘변화무쌍함’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전시는 인류가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생태가 아닌 역사와 문화 정치가 얽힌 복잡한 감각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보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나누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적 감수성을 다시 설정해보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함께 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전시는 4월 10일까지. 

 


전시명.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

일시.
2022년 1월 6일(목)~4월 10일(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울산시립미술관 1, 2 전시실

입장료.
성인: 1,000원
어린이, 청소년, 경로: 무료

문의.
052-2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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