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석정화 자료. 워키토키갤러리 Walkie-Talkie Gallery
워키토키갤러리(Walkie-Talkie Gallery)가 오는 4월 19일까지 디자인 스튜디오 ‘사사건건(saasaakunkun)’ 전중섭 디자이너의 개인전 ‘가구에게 일어난 일’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사적인 가구와 전시 공간의 맥락에 맞춰 새롭게 제작한 공적인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작가의 닫힌 방 안에 머물던 가구들은 전시장이라는 새로운 무대로 옮겨지며 열린 조형물로서 그 의미가 확장된다.

디자인 스튜디오 사사건건은 건축 설계를 기반으로 공간과 가구를 아우르는 디자인 실험을 전개한다. 가구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분리하거나 결합할 수 있는 ‘유연한 도구’로 정의하며, 기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자유분방한 디자인 언어를 구축해왔다. 스튜디오를 이끄는 전중섭 디자이너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와 건축사 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25년 독립했다. 그는 현재 서울과 같이 급변하는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감각적인 공간 경험을 제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워키토키갤러리(Walkie-Talkie Gallery)는 기획자 임나리 대표의 실제 거주 공간을 전시 기간에만 홈갤러리로 개방하는 독특한 운영 방식을 취한다. 갤러리의 이름처럼 디자이너와 기획자, 소비자, 그리고 사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쾌하고 즐거운 ‘송수신’을 추구하며 일상과 예술이 교차하는 소통의 장을 지향한다.

한국어에서 ‘가구家具’는 공간에 종속된 사물로 인식한다. 하지만 서구권 언어에서 가구는 라틴어 ‘모빌리스mobilis’에 뿌리를 두었다. 이는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그의 작업은 바로 이 유동적인 이동성에서 출발한다.
그는 반복되는 이사를 통해 집이라는 존재가 고정된 계약 관계에 따라 바뀌는 거처임을 경험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이주 속에서도 진정한 안도감을 준 것은 땅에 박힌 건축이 아니라 이삿짐에 실려 온 사물이었다. 그는 벽과 바닥조차 해체해 옮길 수 있도록 설계하여 건축과 가구의 굴레를 허문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장 같은 가구들이 공적인 전시장에 놓일 때 발생하는 그의 태도 변화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할 수 있는 자신의 내밀한 취향과 사적인 흔적들을 타인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도록 이를 면과 면을 잇는 ‘경첩’이나 뼈대를 지탱하는 ‘보철’이라는 보편적이고 기능적인 쓸모로 치밀하게 치환했다. 매끈한 경제성을 거부하며 투박하고 ‘미련한 표면’을 다듬는 그의 손길은 사물과 인간 사이의 교류 방식을 새롭게 정립한다.



전중섭 디자이너는 “사물을 ‘집을 규정하는 존재’로 보는 태도는 끝없이 이주해야 하는 삶에서 유용하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개인의 닫힌 방에서 출발한 사물이 어떻게 보편적인 쓸모를 입고 타인의 낯선 공간으로 끝없는 이주를 시작하는지 목격하는 자리다. 전시를 통해 집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시간과 기억을 흡수하며 곁을 지키는 사물 속에 깃들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전시.
가구에게 일어난 일
일시.
2026.04.10(금) – 04.19(일)
시간.
화-일(오후 1시-오후 7시), 월 휴무
장소.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로17길 59-6
주최.
워키토키갤러리
작가.
전중섭
기획.
임나리
그래픽 디자인.
김유나
예약.
워키토키갤러리 네이버 예약 후 관람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