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생활상의 재해석,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전시

에디터. 현자연 인턴  자료. 서울디자인재단

 

아파트도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지나가다 한 번쯤 봤을 법한, 평범한 아파트의 입면 사진이 전시장에 놓여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열리는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전시 작품 중 하나다. 건축물은 준공 직후 새것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 것처럼 기록되고 평가되지만, 사람들과 공존하며 그에 발맞춘 모습으로 일상에 자리잡는다. 전시는 오래된 건축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의 개입으로 변화한 모습을 포착한 것에서 시작한다. 관찰 대상은 여의도 시범 아파트.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조금씩 바꿔온 아파트를 건축가, 사진가, 화가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8명이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여의도 시범 아파트 ©정윤천 <이미지 제공= 서울디자인재단>

 

여의도 시범 아파트는 1971년 10월 준공 후 50여 년 간 다양한 사람을 품고 또 떠나 보냈다. 서울이 급속히 팽창하던 산업화 시대에 여의도에 건설된 초기 아파트 중 하나로, 엘리베이터와 중앙 집중식 난방 등을 갖춘 단지형 고층 아파트로 중산층 공동주택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건축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재는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러한 의미 있는 한국의 현대 건축물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양한 관점에서 기록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김지애, ‘여의도 시범아파트 읽기’ <이미지 제공=서울디자인재단>

 

작품은 텍스트, 사진, 다이어그램,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에 이르며, 인트로를 포함해 총 8개의 공간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전시는 준공 당시 여의도 시범 아파트 본연의 모습과 2019~22년 사이 기록된 변화한 모습을 담은 영상과 도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작가별로 나뉜 7개 공간이 나타난다. 건축가 신은기는 변화된 주방의 모습을 담은 건축 드로잉을, 화가 김지애는 아파트 단지를 구성한 시설들을 회화 작품으로 표현했다. 사진가 이정우는 도시에서 자란 세대에게 고향처럼 기억될 여의도 시범 아파트의 내부 곳곳을 담은 사진을 선보였다. 

 

정윤천+신은기, ‘복도 입면과 개별 유닛의 변화 유형들’ <이미지 제공= 서울디자인재단>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특별 강연도 준비되어 있다. 강연은 DDP 갤러리문에서 2월 11일(1부)과 3월 11일(2부) 오후 2시에 진행되며, 1부는 ‘건축 이후의 건축’을 주제로 여의도 시범 아파트를 비롯해 완공 이후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2부는 ‘건축과 리빙 아이템’을 주제로 건축과 건축물 속 삶에 관련된 다양한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전시 포스터 <이미지 제공=서울디자인재단>

 

전시는 단지 사람들이 이미 지어진 건축물에 맞춰 살아온 것이 아니라 건축물 또한 생활 양식과 거주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자. 공급자가 만든 건축의 원래 모습과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변화한 건축의 모습 사이에서 ‘건축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전시명.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Visualizing the invisible 

주최.
서울디자인재단, 새건축사협의회

협찬.
한국연구재단, 데스커, 크바드라트코리아, 프루젤코리아

일시.
2023년 1월 27일(금) ~ 3월 31일(금)

장소.
DDP 갤러리문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www.dd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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