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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의 ‘질색, 불만 그리고 일상’

'2019 젊은 건축가상' 기념 단행본과 전시를 통해 엿보는 젊은 건축가들의 짙디짙은 사유
에디터. 이현준

 

지난 20일 발행된  2019 젊은건축가상 기획  단행본 <젊은 건축가 질색, 불만 그리고 일상>

지난 22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2019 젊은 건축건축가상 전시 오프닝에 다녀왔다. 수상자들의 대담과 더불어 올해 수상자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엮은 책 <젊은 건축가 질색, 불만 그리고 일상>의 출판기념회가 이어졌다. 건축가의 작품을 병렬적으로 나열해 개념과 상황, 의도 등을 설명하던 그동안의 ‘젊은건축가상’ 단행본과 달리 올해 책은 조금 특별하다. 

책임 에디터인 박성진 사이트앤페이지 디렉터는 “개개의 작품보다 그 작품을 가로지르는 건축가의 사유와 집착이 무엇인지, 그리고 배경에서 작동하는 공통의 문제의식 등이 전면에 부각되었다”며 프롤로그에서 출판기획자의 의도를 밝혔다. 방대한 양의 사진과 도면으로 작품을 낱낱히 소개하는 모습을 탈피한 작품집. 건축가의 연단된 철학과 고민을 각자 다섯 개의 주제어로 담담히 응집해 낸, 2019 젊은건축가상 단행본을 읽으며 전시 현장의 생생함도 곁들여 전달해본다.

 

 

 

2019 젋은건축가상 전시 현장 ⓒBRIQUE Magazine

 

엘리트 의식을 배제하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놀듯이 일하는
‘푸하하하프렌즈’

 

#어쨌든 프렌즈
#질색하고 남은 것
#소리 없는 기본
#집요함만 남는다
#진지함에 대한 알레르기

 

어쩌면 푸하하하프렌즈에 대하 말하기 위해 건축을 새롭게 발명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건축이라는 분야 자체를 새롭게 혁신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서 말하는 건축이나 대중들이 말하는 건축에서의 건축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에서. (…)

푸하하하프렌즈는 건축적 재발명이 필요한 형상이다. 그들은 건축가 김수근의 제자도 아니고 김수근의 제자의 제자도 아니고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제자도 아니고 기존의 장場에서 봤을 때 어딘가 이질적인 존재들이니까. 

– 소설가 정지돈의 크리틱 中

 

전시된 푸하하하프렌즈의 작업실 소장품들 ⓒBRIQUE Magazine
대담 세션을 준비중인 푸하하하프렌즈의 한양규 소장 ⓒBRIQUE Magazine

 

“질색은 애증에서 나온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 진저리나게 싫은 구석이 있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과 같다. (…) 아버지가 어디서 바가지를 쓰고 비싼 옷을 사 입었더라도 그게 아버지에게 어울리고 멋지면 좋겠다. 서울을 보면 그런 감정이 든다. 어떤 ‘척하는’ 건물들, 겉만 번지르르하게 해놓은 것들이 눈에 띌 때마다 짜증이 났다. ‘내 스타일이 아니네’ 하고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에서도 단순히 우리만의 디자인 방식을 추구하는 그 이상의 어떤 책임감이 늘 따라다녔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복합쇼핑시설 <성수연방>도 우리의 질색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우리는 성수동의 소문난 곳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저으면서 우리라면 저렇게는 안할 것이라고 되뇌었다. (…) 지금 모습을 정말로 소중히 여겨 그 모습 그대로 가꿔나가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건물도 그냥 유행을 좇아 ‘진정성 있는 척하는’ 건물밖에 되지 못한다. 우리는 그 어떤 고민도 하지 않은 채 유행에 동조하기 싫었다.”

-‘질색하고 남은 것’ 中

 

성수연방 자리의 과거 모습 (클릭하면 성수연방에 얽힌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다.) ⓒ푸하하하프렌즈
성수연방 설계단계의 디지털 렌더링 (클릭하면 성수연방에 얽힌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다.)  ⓒ푸하하하프렌즈
전시장에 전시된 ‘성수연방’ 목업Mockup ⓒBRIQUE Magazine

 

“우리는 기본을 건너뛴 채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건축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우리를 소개한 기사 제목이 ‘짓기만 하면 핫플… 기묘한 건물로 주목받는 건축가들’이었다. (…) 그런데 우리는 한 번도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한 적이 없다. ‘핫플 제조기’ ‘통통 튀는’ ‘종잡을 수 없는’ 같은 제목 구절만 보면 마치 우리가 정신 나간 요상한 디자인을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말들은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말들이다.

제주시 삼양동에 지은 주택 <세거리집>은 기본으로만 채운 집이다. 이 집은 건축주 부부, 아이들, 조부모 3대가 함께 산다. 제주도에서는 특이하게 3대가 모여 사는 집을 안거리(안채)와 두 채의 밖거리(바깥채)로 나눠 짓고, 모든 가족 구성원을 평등하게 대하는 관습이 유독 강하다. (…) 그것이 본래 집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평등하게 사는 집이라는 마을 속에 각자가 지낼 공간을 평등하게 나눴다.”

-‘소리 없는 기본’ 中 

 

ⒸYoon, Joonhwan
ⒸYoon, Joonhwan

 

“살면서 서로 존중하면서도 마음 편한 인간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은데, 우리가 그런 사이인 것 같다. (…) 우리는 끝까지 같이 잘해보자는 사업적 목표도 없고 친구 사이의 의리 같은 것도 그리 중시하지 않는다. 우리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적당히 각자의 삶을 지켜가다가 끊어지기 직전에 다시 이어붙이는, 자꾸만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 걸 보면 그것이 푸하하하 프렌즈의 파트너십인 것 같다.” 

– ‘어쨌든 프렌즈’ 中

 

푸하하하프렌즈 작업실 한켠에 있는 손글씨 액자를 전시장으로 옮겨 왔다. ⓒBRIQUE Magazine
전시장 벽 한 켠에 붙은 푸하하하프렌즈의 과거 사진 ⓒBRIQUE Magazine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 맞서
분투한 상흔들을 간직한 
‘아이디알’

 

#불만
#느림
#공공
#배경
#투쟁

 

젊은 건축가의 재능을 표현할 만한 잉여 혹은 여지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아이디알의 선택은 남달랐다. 특별함을 만들기 위해 속이 빈 들통을 찌그러뜨리거나 어딘가를 빼쪽하게 만들거나 자빠뜨리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들통은 들통다워야 하므로 속이 텅 비어야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들통으로 만두를 찌기도 하고 빨래를 삶기도 하고 사나흘 간 곰탕을 끓이는 등 쓰임이 바뀌면 약간의 설거지만으로도 언제든 새롭게 쓰이는 숙명을 수긍한 것이 바로 설계의 실마리였다. 그래서 과하지 않았고 또한 의젓하다.

– 건축가 김재관의 크리틱 中

 

“전보림은 사회에 불만이 많다. 이승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과 몇몇 지인은 긍정적 시각을 가져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 하지만 우리는 건축가란 본질적으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

지금 사회와 도시에서는 이미 당연하지만 우리의 가치관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과 의심들이 많다. 왜 우리가 사는 도시는 차도가 보도보다 넓은가? 왜 공공 건축 대부분에 전면 광장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로비를 꼭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넓고 화려하게 만들어야 하나? 도시 경관 차원의 조화를 위해 건물을 더 강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을까? 상업 시설에 거대한 간판을 덕지덕지 두르는 것 말고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불만’ 中

 

아이디알의 ‘매곡도서관’ 프로젝트. 무조건 정숙을 요구하는 기존 도서관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해 아이와 어른이 함께 두런두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클릭하면 프로젝트 소개를 볼 수 있다.)  ⓒBRIQUE Magazine

 

“많은 공공 건축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므로 사회 통념에 기댄 공허한 가정을 바탕으로 설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 프로젝트를 할 때 우리가 의존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매우 사적인 기억과 경험이다. 사적인 기억과 경험에는 주관적 진실에 기반한 통찰력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공공성은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믿는다. 결국 모든 공공 공간은 최종적으로 사적인 영역에서 소비된다. 5년이라는 영국 생활에서 우리는 공공이라는 완충재를 통해 개인이 보호받고 어울려 사는 도시를 경험했다. 특히 도시와 건축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도시 공간이라는 공공재는 공공성이 나은 가장 값진 결과임을 깨달았다.”

-‘공공’ 中

 

아이디알의 대담 세션을 경청하는 사람들 ⓒBRIQUE Magazine

 

“이것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아이디알은 절대로 호전적 성격의 사람들이 아니다. 이승환은 주변의 모든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성격이고 전보림은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꽤 신경을 쓰며 산다. (…)

그때만 해도 몰랐다. 공모에 당선된 뒤 설계비를 감액하는 관행인 수의시담도 몰랐고 관공서를 운영하는 공무원의 세계도 몰랐다. 공무원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르게 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는 것을. 설사 그 틀이 매우 불합리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전보림은 생각했다. 바꿀 수 없다고 해서 불합리함을 그대로 수긍하는 것은 그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아닐까? 설사 우리가 하는 항의가 소용없더라도 적어도 어떤 부분이 불합리한지는 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 ‘투쟁’ 中

 

종이접기처럼 다양한 각도로 접힌 벽면이 특징인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 아이디알로 하여금 투쟁할 수밖에 없게 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클릭하면 프로젝트 소개를 볼 수 있다.)  ⓒBRIQUE Magazine
아이디알의 전보림 소장 ⓒBRIQUE Magazine

 

독보적으로 넓고 다양한 분야를
거침없이 오가는 ‘건축공방’

 

#일상
#유럽
#생존
#2019 젊은건축가상
#일상, 그  이상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일상생활에 대해 따분하고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하찮은 삶으로 규정하고 진정한 삶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Lefevre는 일상의 장소는 본질적으로 모순을 안고있고, 일상은 안정적인 듯하면서도 과정적이며 불완전하다고 인식한다. 일상의 장소는 안정을 지향하는 동시에 사회적 실천과 재생산의 시공간으로 혁신이 시도되는 장이다.

건축가 박수정, 심희준이 이끄는 건축공방의 일상에 대한 인식은 르페브르의 입장에 가깝다. 그들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외부에서 이식된 주체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일상에 존재하는 모순과 불균형에서 변화의 동기를 끓어낸다. 건축공방의 관심은 “우리 도시와 건축의 문제는 우리 안에 있고, 결국 해결책도 우리 안에 있다.”는 건축가 정기용의 말에 닿아 있다.

– 조남호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의 크리틱 中 

 

전시장 전경. 건축공방의 프로젝트가 전시되어 있다. ⓒBRIQUE Magazine

 

“사람들은 대부분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공간’에서 찾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은 공간의 환경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 봉투가 널브러져 있고, 전기선과 통신선이 뒤엉켜 있기 일쑤이다. 불안한 기분이 드는 밤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다.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길은 보행자와 운전자를 늘 긴장하게 하고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이중 주차라도 한 날은 차 빼달라는 전화가 언제 올지 몰라 휴대폰에 신경을 쓴다. (…)

공간의 힘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의 정신 건강 전문가 에스더 M. 스턴버그가 쓴 책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에는 일조량이 많아 치유가 빠른 병실, 마음을 위로하는 정원,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사무실, 영감이 솟는 연구소, 건강한 도시, 위안 받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일상은 모든 건축 공간과 연관된다. (…)

단순하고 강하며 서정적이고 아름답고 우리의 현재를 즐길 수 있으면서 우리의 현재가 발전하고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건축.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의 건축은 그런 것이다.”

-‘일상’ 中

 

단열처리가 거의 되어있지 않은 1970년대의 여느 집들처럼, 건물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생긴 불편함들이 만든 40년간의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왔던 건축주. 건축공방의 <화이트 큐브 망우> 프로젝트는 삶을 파고든 일상의 지점들을 지나치지 않고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클릭하면 프로젝트 소개를 볼 수 있다.)  ⓒJuneyoung Lim
옆건물에 팔만 뻗으면 손 끝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서 몇십 년 동안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했다던 의뢰인의 고민을 듣고 만든 발코니 공간.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실내를 밝게 만든다. (클릭하면 프로젝트 소개를 볼 수 있다.) ⓒJuneyoung Lim

 

“2015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를 수상한 독일 건축가 프라이 오토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건축은 생존”이라고 말했다. 건축가에게 생존은 어떤 의미일까? 이 단어는 2014년 한국 건축계에도 등장했다. (…)

먹고 살기에 바쁜 ‘생존하는 건축가’로 ‘젊은 건축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생존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일차적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생존이든 환영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측은지심이라 할 수도 있겠다. (…)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하늘을 담은 집> 에서는 사선 일조로 생겨나는 공간과 형태에 대해 고민했고, <21평 아파트 리노베이션>에서는 베란다에 대한 해석을 담았다. 서울 종로구의 세운상가 <씨드 Seed:s>에서는 외기와 직접 접할 수 없는 환경을 쾌적하게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소위 말하는 열악한 조건 때문에 생겨난 건축물 자체에 생존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생존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건축가로서 스스로 생각의 틀을 깨며 작업하는 것.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기보다는 대지나 내용의 고유한 특성에 집중하고 완성도 있는 작업에 집중하는 것. 자기가 확신하는 디테일을 위해 일대일 목업 작업을 하는 것. 과거의 기술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 ‘앞으로 한국 건축은 어떻게 생존의 길을 갈 것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고 끊임없이 다시 묻는 것. 우리에게 생존은 바로 이것이다.”

-‘생존’ 中

 

<하늘을 담은 집> (2016). 사선일조로 생겨나는 공간과 형태에 대해 고민한 건축공방의 프로젝트. (클릭하면 프로젝트 소개를 볼 수 있다.) ⓒJuneyoung Lim
건축공방의 심희준, 박수정 소장 ⓒBRIQUE Magazine

 



도서 정보

 

ⓒBRIQUE Magazine

 

 

<젊은 건축가 – 질색, 불만 그리고 일상>

지은이 | 푸하하하프렌즈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아이디알 (전보림, 이승환), 건축공방 (심희준, 박수정)
발행일 | 2019년 11월 20일
ISBN | 978897590226
출판사 | 안그라픽스 ahn graphics publishers
사양 | 소프트커버 · 180×255 · 280쪽
가격 | 25,000원
분야 | 건축 /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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