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에스건축 | 박지현, 조성학 공동 대표

"놀이하듯 함께 즐기는 과정을 만듭니다."
ⓒBRIQUE Magazine
글. <브리크 brique>

 

비유에스건축(B.U.S Architecture)을 이끌고 있는 박지현, 조성학 소장은 동갑내기 대학 친구다. 스무살부터 함께 건축을 공부했고 각 종 공모전과 설계 프로젝트에 참가하느라 수 많은 밤을 함께 새웠다. 어느 날 둘은 함께 간 여행지에서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그 안에 뭘 넣었을까?
박지현 소장은 “우리만의 건축디자인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언젠가 함께 창업해 그 꿈을 이뤄보자고 적었다”고 소개했다. 조성학 소장은 “타임캡슐을 열지 않아도 될만큼 (공동 창업은) 시간문제였다”고 전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둘은 각 자 다른 사무소에 취업했다. 다른 환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뭉치게 된다. 2014년 운행을 시작한 ‘스튜디오 BUS’가 그것이다.

 

“중의적인 의미입니다. 친숙하고 쉽게 다가오는 버스(BUS)같은 이미지와 ‘규정되지 않은 출발점(By Undefined Scale)’이라는 뜻으로, 상상력과 소통에 기반한 과정을 중요시하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 출발에는 지금은 독립한 이병엽 전 소장(현 바이아키 대표)이 있었다. 이 소장이 주도했던 IT분야 사업을 분리하고 올 초부터는 건축에 집중하는 현 체제를 갖췄다.

 

건축주와 함께 즐기는 설계 과정

규정되지 않은 시작점에 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두 소장은 새 프로젝트를 맡을 때 마다 새로운 놀이를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간다.
비유에스건축은 매 프로젝트마다 건축주와 워크샵을 한다. 무엇을 원하고(건축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건축가)를 함께 기획하는 과정이다. 시공사가 참석할 때도 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현장에서 워크샵 겸 킥오프 회의를 하기도 하고, 파주 글램핑 카페 ‘하루’ 설계 때에는 건축주와는 함께 캠핑을 하며 우리나라 캠핑문화 전반에 대한 공부도 했다.

두 소장이 함께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그간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와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의 목록들이 정리돼 있다. 워크샵 사진, 기획 때 동원된 게임 캐릭터, 설계 및 시공 과정의 일지, 때로는 두 소장이 현장에서 겪은 일들에 대한 실감나는 소회도 실렸다.

재미있는 점은 주요 프로젝트마다 연관된 게임 이미지나 회화 작품 등 아이디어 모티브가 된 소재가 함께 소개된다. 프로젝트의 이해를 돕고 참여자들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두 소장이 고안한 나름의 방법이다. 예를 들면 양평 오솔집은 1980년대를 풍미했던 아케이드 게임 ‘팩맨’을, 마포 엄지척 빌딩에는 ‘오랑쥬리 미술관의 모네 전시’의 컨셉트를 차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설계도 벅찰텐데 이런 과정까지 공유하는게 번거롭지 않냐고 물었다. 박 소장은 “집을 짓는다는 것을 일이나 과제로 본다면 재미가 없습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놀이처럼 즐겁게 생각한다면 더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결과물을 녹여낼 수 있죠. 과정을 즐기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고시원 퍼포먼스 : 전환점이 된 문제의식

대학시절, 두 사람의 오늘을 예견한 한 사건이 있었다. 공간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고시원 퍼포먼스’를 기획한 적이 있다. 1.5평 남짓 크기에 창문도 없는 공간에서 살아내야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같은 크기의 나무 관을 짜서 등교길 한 가운데 두고 직접 들어가 죽은 송장 흉내를 냈다. 문제점을 제기하는 대자보도 붙였다. 파급 효과를 우려한 교수님의 반대로 며칠 안 가 막을 내린 퍼포먼스였지만 학내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건이 됐다.

박 소장은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진학해 고시원, 옥탑방 등 다양한 1인 주거공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면서 “상업적 기준에서만 만들어진 그 공간이 젊음을 어떻게 짓누르는지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경험은 박소장으로하여금 ‘공간이 사람의 사상을 침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건축가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고 주거 건축물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계이득하우스 :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의 집짓기

요즘 두 소장은 건축주들의 최근의 집짓기 경향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정리하는 중이다. 일명 ‘계이득하우스’. 주거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마련하려는 요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기 퇴직, 고령화 사회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중년들은 불안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임대수익이 가능한 상업공간을 고려하고, 청장년들은 창업을 위한 공간과 주거공간과 병행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들이 안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프로젝트가 쌓이다보니 일관성있는 흐름을 발견하게됐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효창동 첫집, 양평 브리사뿐 아니라 저희 사무소도 계이득하우스 범주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서촌의 한옥을 개조한 사무소는 낮에는 업무공간, 밤에는 두 사람의 주거공간을 병행해 쓰였다. 별도의 숙소는 마련돼 있으나 주방은 업무공간과 같이 쓰고 1일 담당 셰프 제도를 운영 중이었다. 1주일 식단표를 확인해보니 대부분 즉석 요리가 가능한 반제품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게다가 한 달에 한두번 꼴로 쉬는 주말에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옥을 통째로 대여한다. 이렇게 벌어들인 부수입은 적립해 임직원의 여행경비로 활용하기로 했다. 

 

열린 사고와 유연함을 무기로 영역을 넓힌다

앞으로의 방향을 물었다. 박 소장은 “리모델링, 렌탈하우스 등 스펙트럼을 넓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회사의 강점을 살려 유연한 접근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조 소장은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설계, 감리뿐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구축해주는 종합디자인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다 열린 사고를 하다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오랜 친구가 즐거운 놀이처럼 만들어내는 유쾌한 결과물들이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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