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데기의 새 쓸모

[업사이클링 디자인] ⑤ 버려진 소재와 자연물의 쓰임을 확장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뉴탭-22’
ⓒnewtab-22
에디터. 장경림  사진 & 자료. newtab-22

 

버려진 것들에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이 최초의 쓸모를 다한 제품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면, 디자이너의 개입을 통해 버려진 제품의 새로운 쓸모를 찾아주는 일이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 디자인이다.

친환경을 넘은 필(必)환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섯 명의 디자이너에게 업사이클링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다루는 재료와 쓸모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작업관이 있다면 ‘쓰레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다섯 명의 디자이너가 전해준 쓰레기의 미래. ‘버려진 것들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자.

 

① 폐마스크 재활용한 의자로 환경 메시지 전하는  ‘김하늘 디자이너’
② 버려진 유리병 재활용하는 리:보틀Re:bottle 메이커  ‘박선민 작가’
③ 제작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위켄드랩’

쓰레기를 소재로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저스트 프로젝트’
⑤ 버려진 소재와 자연물의 쓰임을 확장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뉴탭-22’

 


 

‘뉴탭newtab-22’는 생활에서 버려지는 소재와 자연물을 재해석하고 가능성을 연구하여 그 쓰임을 확장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조개껍데기를 활용해 만든 혁신 소재 ‘씨스톤Sea Stone’을 개발해 월 패널wall panel과 다양한 오브제를 제작하고 있다. 공동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문지희, 최혜인 씨에게 씨스톤의 탄생 과정과 활용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최혜인(왼쪽), 문지희 공동 대표 ⓒnewtab-22

 

두 분이 어떻게 팀을 이뤘나요? 뉴탭-22 설립 전,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저희 둘은 영국왕립예술대학원(Royal College of Art)에서 RCA Design Products 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어요. 과에 한국인이 몇 명 없었는데, 같은 한국인이고 지속 가능한 재료 탐구에 관심이 있어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풍이 제품디자인과라고 해서 제품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가진 흥미와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 기존에 없었던 창의적인 혁신, 윤리적이고 사회에 긍정적인 반향을 줄 수 있는 것을 만들거나 생각해 내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지금은 씨스톤 프로젝트를 위해 2020년 초부터 한국에 들어와 사업화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씨스톤 연구 과정 ⓒnewtab-22

 

조개껍데기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혁신 소재, 씨스톤 소개를 부탁드려요.

아시아 지역의 조개 양식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쓰레기에 관한 이슈, 새롭고 지속 가능한 소재의 개발 가능성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삼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석사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소재를 공부하던 중 한국의 ‘패각’ 처리 문제를 접했어요. 한국에서만 매년 조개껍데기가 30만 톤 이상 버려지며, 처리하는 데 200억 이상 소요된다고 하더군요.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700만 톤의 조개껍데기가 수산물 산업과 양식업에 의해 버려지고 있죠. 패각의 일부분은 재활용되어 비료로 사용되지만, 30%의 패각은 매립지 혹은 바닷가에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깨끗하지 않거나 썩은 조개껍데기는 오랫동안 해변 근처에 쌓이고 방치돼 장기적으로 악취를 풍기고 주변 해변을 오염시켜요. 그런데 패각은 주성분이 탄산칼슘이며, 석회석에 함유된 탄산칼슘과 유사해 잠재력이 높고 귀중한 미래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자원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보급하면 훨씬 경제적이고 환경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닐 거라 예상했어요. 고대 남부유럽에서 사용된 ‘Tabby’라는 콘크리트는 조개껍데기를 산화될 때까지 태워 석회로 만든 다음 모래, 재, 물 등의 재료와 혼합해 겹겹이 쌓아 콘크리트처럼 사용했었는데요. 이 콘크리트에서 영감을 받아 씨스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newtab-22

 

씨스톤으로 어떤 제품을 만들고 계신가요?

단순히 조개껍데기를 재활용하기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버려진 자원에 혁신 기술과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콘크리트나 돌과 비슷한 표면 효과를 내 새로운 용도를 제안하는 인테리어 제품, 아트 월 타일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씨스톤을 통해 예술적, 심미적, 기능적 측면 모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여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 해양 오염 방지, 폐기물 재활용 등의 삼중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씨스톤으로 제작한 아트 월 타일 ⓒnewtab-22
씨스톤으로 제작한 내부 월 패널 ⓒnewtab-22

 

일반적인 콘크리트 소재에서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셨나요?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주죠. 콘크리트의 원료인 시멘트를 생산할 때 화석 연료를 이용하여 석회석을 1,500°C 정도로 가열하는 공정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 부분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막대한 양의 물과 모래까지 사용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가구나 제품을 사용하면서 콘크리트의 사용량이 늘고 있는데, 특정 조건 안에서 유해한 성분이 만들어지기도 해 환경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유해할 수 있습니다.

 

ⓒnewtab-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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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와 비교해 씨스톤의 장단점을 꼽아주신다면.

콘크리트의 원료인 석회석의 ‘탄산칼슘’을 바탕으로 개발되었지만, 자연 소재로 이루어져 건축에서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대체재는 아닙니다. 디자인 분야의 콘크리트 제품이나 가구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새로운 무독성 친환경 소재예요. 바인더 역시 자연 성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폐기 시 비료화가 가능하며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씨스톤은 반짝거리는 전복 진주층과 각기 다른 조개껍데기의 비율에 따른 테라조 패턴, 콘크리트, 스톤과 비슷한 표면효과를 낼 수 있어요. 소재를 바탕으로 불연 재료 인증, 실내공기 오염물질 불검출 인증을 받아 실내 건축 아트 월 소재로 확장이 가능하며, 소재부터 원천적으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한 산업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디자인 상품, 가구, 쥬얼리 등 다양한 분야로 접목이 가능합니다. 현재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내 마감 데코레이션 월 패널 형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씨스톤 원료가 되는 조개껍데기 ⓒnewtab-22

 

주로 어떤 종류의 조개껍데기를 사용하시나요? 또 다른 연구 재료가 있었나요?

주로 굴 껍데기, 홍합 껍데기, 전복 껍데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껍데기의 종류에 따라 강도와 표면 질감이 달라집니다. 탄산칼슘은 조개껍데기 외에도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요. 계란 껍데기나 소라, 달팽이 등의 껍데기 등이 있어요. 이 재료도 개발 당시 생각해 보았고 씨스톤 제작에 조개껍데기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중요한 사안에 비판적으로 접근하시는 게 인상 깊어요. 일을 대할 때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나요?

저희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사람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친화적인 공정을 목표로 합니다. 자연, 친환경 소재, 버려졌던 소재 등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접목하기에 원천적으로 소재 개발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과다한 에너지 사용이나 오염을 줄이기 위해 기존 과정을 빼거나 대체하는 방향으로 프로세스를 다시 디자인하기도 하죠. 소재부터 프로세스, 결과물 디자인까지 여러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씨스톤으로 제작한 인센스 홀더 ⓒnewtab-22
씨스톤으로 제작한 물건들 ⓒnewtab-22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올해 프랑스 인테리어 박람회 메종오브제에서 씨스톤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패널과 제품 라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조개껍데기의 탄산칼슘을 활용한 새 프로젝트 하나를 또 소개할 계획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소재에 관한 연구는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newtab-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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