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통해 돌아본 삶의 궤적

[Interview] ‘소리정원’에 빛을 더한 ‘더 시너지스트’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지일  사진. 최용준, 윤현기  자료. 더시너지스트

 

① 케렌시아의 시간 — ‘소리정원’ 공간 이야기
② [Interview] 공간을 통해 돌아본 삶의 궤적 — 더 시너지스트

 


 

건축주 강윤모, 박경하 부부는 함께 병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다. 두 사람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따와 지은 ‘모하 치과의원’은 예산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적산가옥에서 출발한 이 건물은 병원이었다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집을 거쳐 이제는 노년을 앞둔 부부의 취미 공간이 됐다. 부부에게 일상의 안식처나 다름없는 이곳은 현재뿐 아니라 또 다른 내일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다. 미래 계획의 연장선에서 취미 공간을 만든 데 이어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할 클래식 오픈카까지 구입하게 됐다고. 이들에게 소리정원은 단순히 공간을 새롭게 단장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간의 흔적 위에 새로운 시간을 담아내고 공간을 통해 자신들의 삶의 궤적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시너지를 내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더 시너지스트(이하 시너지스트)는 예술과 공학,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설계와 시공 등 다양한 과정과 관계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을 완성한다는 철학을 가진 디자인 스튜디오다. 추구하는 방향성이 그러하듯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데에서 나아가 잠재된 욕구까지도 끌어내어 소리정원을 디자인했다. 디자인은 소통에서 시작된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는 신념과 건축주의 깊은 신뢰에 힘 입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왼쪽부터) 진연호, 최정진 더 시너지스트 소장과 건축주 박경하, 강윤모 부부 © BRIQUE Magazine

 

순전히 취미를 즐기기 위해 공간을 리노베이션한 점이 인상적이에요. 보통은 집처럼 오래 머무는 곳을 쾌적하게 바꾸기 마련인데요.
강윤모ᅠ어린 시절 아르바이트로 조금씩 돈을 모아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이 낙원상가에서 중고 오디오를 구입한 거예요. 그만큼 음악을 듣는 것이 제게는 무척 소중한 일상이죠. 나름 오디오 마니아라 자부하지만, 아파트에서는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독립된 음악 감상실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습니다.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어떤 장비를 갖춰야 하는지, 이외 세부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 몇 년 전부터 하나씩 준비해왔어요. 여기 있는 스피커만 해도 공간이 완성되기 1년 반 전에 미리 구매한 것들이에요. 판매자에게는 공간을 완성하면 가지러 올 테니 조금 더 사용해달라고 했을 정도죠.

 

아내분도 동의하셨나요? (웃음)
박경하ᅠ사실 이곳 외에도 예산 저수지 인근에 작은 세컨드하우스를 소유하고 있어요. 작은 땅에 소박하게 지은 목조주택인데 주변 자연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죠. 세컨드하우스를 처음 지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어요. 그러다 남편이 조금씩 공간을 꾸며나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심지어 나중에는 제가 그곳을 더 많이 사용할 정도였어요. 자연을 즐길 공간이 있으니 평소 하고 싶은 걸 맘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남편이 그 공간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고요. 

 

실내 못지않게 외관도 사뭇 독특해요. 당대 건축 수준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방식으로 지어지진 않은 것 같은데요.
강윤모ᅠ당시 예산에서의 건축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벽체를 올려 1층에는 상가를, 그 위에는 집을 넣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래서 이 건물은 조금 다르게 짓고 싶었죠. 가치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어요. 아내 외삼촌의 대학 동기였던 백원기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30년 만에 건축가에게 연락을 했어요. 건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당시에는 몰랐던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요. ‘인간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이 인간을 기린다’라는 개념이 담겨있다고 하더군요. 그 문구가 저희와도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고맙게도 설계한 지 30년이나 지났는데 건물을 의인화한 좋은 글을 함께 보내주었죠. 당시 예산에서 건축가가 설계한 최초의 건물로 짐작됩니다. 공사 중 에피소드도 많죠. 도면을 가져왔는데 시공자들이 해석을 못 하는 거예요. 나이 많은 목수가 대부분인지라 도면을 보지 못하고 곡면의 R값이 무슨 뜻인지도 모를 정도였죠.

 

© Yongjoon Choi

 

 

시너지스트와는 어떻게 인연이 맺어졌나요?
강윤모ᅠ원래는 건국대학교 박성칠 교수에게 작업을 의뢰했어요. 이전에도 설계를 맡긴 적이 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아 다시 작업을 부탁할 계획이었죠. 적산가옥을 허물고 날것 그대로의 환경에서 미팅을 했어요. 그때 박 교수가 믿고 맡길 만한 친구들이라면서 이들을 소개해줬죠. 박 교수의 명성도 있고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불신할 필요가 없었어요. 어련히 잘하겠지라는 생각뿐이었죠.
박경하ᅠ마냥 반가웠어요. 젊은 친구들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이들 또한 부부니까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았죠.
최정진ᅠ박 교수가 저희에게 소리정원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예산에서 건축주를 만나 미팅을 했어요. 명상과 음향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운명이다 싶었죠. 저희 역시 음향과 명상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 작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두 분 건축주는 설계자에 대한 존중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 같아요.
강윤모ᅠ이곳을 포함해 인테리어를 총 다섯 번 정도 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건축이나 공간을 많이 접한 편이죠. 1989년에 병원을 개업하면서 했던 인테리어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당시에는 치과 인테리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연탄 난로를 때던 시기니까요. 차트 수납장이나 책상 등을 좋은 제품으로 사서 꾸미는 정도였죠. 몇 년 운영해 보니 공간이 다소 좁은 느낌이라 새로 건물을 짓자고 해서 탄생한 게 이곳이에요. 지금은 다른 건물을 병원으로 쓰고 있지만요. 우리 부부가 남들보다 공간에 투자를 많이 한 이유가 있어요. 대학생 때 승효상 건축가의 ‹빈자의 미학›이라는 책에서 큰 감명을 받았죠. 적당한 불편함이 인간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문구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편리함의 극치인 아파트가 사람을 어떻게 퇴화시킬 수 있는지,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과 24시간 머무는 공간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 계기였죠.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미쳤다고 할 정도로 공간에 투자해온 것 같아요. 다행히 아내도 공간에 대한 제 신념에 많이 공감해주었어요. 높은 천장이나 건물이 위치한 곳의 조건, 환경적인 부분 등에 대해 이야기를 종종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다 보니 여태껏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이견도 없었어요.
박경하ᅠ소리정원의 경우 처음에 공사 비용을 보고 잠시 망설이긴 했어요. 하지만 하루가 채 안돼 결정했죠. 10년 뒤에 우리 통장에 있을 돈과 공간을 만들어 즐기며 사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후회가 없을까 생각해 보니 머뭇거림이 있을 수가 없더군요. 많은 이들이 공간의 가치를 좀체 인정하지 않아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심적인 안도를 얻죠. 

 

이제 질문을 공간 설계 쪽으로 잠시 돌려볼게요.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외관은 전혀 고치지 않았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최정진ᅠ물론 건축주의 요청도 있었지만, 설계자로서 건축주가 전해주는 건물의 히스토리나 숨겨진 이야기, 건물과 함께 성장한 기억들을 듣는 것이 무척 즐거웠어요. 그러한 흔적을 최대한 남겨두고 싶었죠. 3층 건물에서 공사 범위가 한 층뿐이었던 터라, 그것만으로 어떤 색깔을 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처음엔 내부의 이미지를 외부로까지 연장하는 디자인으로 계획했죠. 공사 첫날 이전 세입자가 운영하던 간판을 떼어내는데, 건축주가 이전에 운영했을 치과 간판의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그 모습이 건축주 부부의 히스토리를 시각화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 시간의 흔적을 없애고 가려버리는 게 맞나 싶어 고민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일부러라도 기억이나 흔적을 남기려 애쓰기도 하잖아요. 디자인을 바꿔서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어요.
진연호ᅠ사실 공사 전에는 건축주의 취향이나 현장의 분위기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죠. 공사 첫날 생긴 변수로 건축주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이 약간은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그러나 건축주가 오히려 그 흔적을 오래 유지할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하더군요. 저희로서는 굉장히 의미있는 제안이었죠.

 

© Yongjoon Choi

 

 

공간의 성격이 명확한 만큼 디자인 과정에서도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최정진ᅠ맞습니다. 무엇보다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명쾌했어요. 그중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설명하면 이해와 납득이 빨랐죠. 반대로 저희가 난해한 제안을 했을 때도 그 모습이 쉽사리 그려지지 않지만 생각대로 해보라며 격려해주기도 했어요. 완성된 후에 공간을 즐기며 디자이너의 의도를 하나씩 찾아내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하면서요. 설계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판을 건축주가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어요.
진연호ᅠ최 소장의 말처럼 건축주의 깊은 신뢰가 큰 동력이 되었죠. 동시에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지만요. (웃음) 원래는 한 달 정도만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두 달을 훌쩍 넘겼어요. 무한한 신뢰를 받은 만큼 건축주가 굳이 요청하지 않은 부분들까지도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밝음과 어두움, 명상과 음향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한 공간에 공존해요. 어떤 점을 특별히 고려했나요?

최정진ᅠ그러한 상반된 요소를 한 공간에 녹여내야 했기 때문에 초기 설계 단계에서는 무척 힘들었어요. 음향 공간의 경우 사람의 모든 감각이 깨어 있으면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빛을 최소화했어요. 시각적인 요소를 감추고 청각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죠. 사전조사차 현장에 들렀는데 빛이 세 줄기로 좁고 길게 드는 모습이 무척 조형적으로 느껴졌어요. 어둠 속에서 빛이 형태를 인지하게 하니까 그 개폐 여부를 세밀하게 디자인하면 음악에 따라 빛을 조절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명상 공간은 이와 반대로 구상했어요. 차분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조도를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데 너무 어두우면 오히려 감정이 깊어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빛이 주는 따스함이 사람을 회복시켜주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명상 공간의 경우는 문 하나를 덧대어 시간에 따라 그림자가 바뀌도록 의도했어요. 시간과 계절, 빛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죠. 덧문과 마감재로 쓴 한지는 빛 무늬와 촉감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재료를 고민한 끝에 찾아낸 것이고요.

 

각 공간은 밝기나 재료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이죠. 사용자로서 이러한 특징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강윤모ᅠ처음에는 밝은 곳이 음향 공간이고 어두운 곳이 명상 공간인 줄 알았어요. 반대로 이해한 거죠. 음향 공간은 외부 환경과 차단되어야 했기에 나중에는 시너지스트가 제시한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박경하ᅠ유튜브에서 명상 관련 콘텐츠를 즐겨 보는데, 한지를 사용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상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음향 효과를 배가시켜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지로 마감한 명상 공간이 무척 만족스러웠죠. 얼마 전 갑상선 수술을 받아 큰 공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여기는 소리가 울려서 작게 이야기해도 전달이 잘 돼 좋아요. 

 

©Yongjoon Choi

 

 

각 공간의 목적이 뚜렷해요. 그만큼 디자인 외에도 고려할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진연호ᅠ음악은 적정 볼륨으로 적절한 잔향 시간을 가진 공간에서 들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해요. 차음, 방음, 방진, 흡음, 반사, 확산, 분산 등 소리와 관련된 많은 사항들을 고려해 벽면을 설계하고 디퓨저까지 디자인했어요. 디퓨저는 규격화된 제품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경우 공간과 제품이 조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소리정원에서는 디퓨저 자체를 공간의 디자인 요소로 풀어냈습니다. 공사 기간 내내 아침 저녁으로 주파수별 잔향 시간을 테스트하면서 흡음 면적을 조절했어요.
최정진ᅠ면적이 크지 않아서 음향 공간에서의 소리가 명상을 방해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어요. 건축주는 각 공간을 운영하는 시간이 전혀 달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었죠. 자작나무와 한지 등 재료적인 측면부터 벽과 벽 사이의 간격, 흡음재의 종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어요. 앞서 면적을 구획하는 단계에서도 건축주 간의 의견 다툼은 없었는데 어떤 공간에 면적이 더 필요한지, 어떤 기능이 부합할지 등을 놓고 저희 둘이 많이 싸웠어요. 명상에 필요한 매트 사이즈까지 계산해서 서로를 설득하곤 했죠. 명상 공간의 창살문은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부분이에요. 명상이라는 정적인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동적인 것은 들어오는 빛뿐이거든요. 가만히 앉아서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어요. 살의 두께, 간격, 빛이 들어오는 방향 등을 일일이 살펴 신중히 결정했죠.
진연호ᅠ빛을 즐기는 방법이 공간별로 달라요. 음향 공간에는 매립 조명과 펜던트, 중앙의 샹들리에까지 놓아 선택적으로 조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명상 공간은 그저 덧문을 여는 정도에 따라 빛의 깊이나 모양이 달라지죠. 같은 시간임에도 다른 빛의 효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소리정원의 매력입니다.

 

공간뿐만 아니라 조명 하나하나도 무척 특이해요.
박경하ᅠ대부분 디자이너가 골라준 것들이지만 어느 카페에서 멋진 조명을 보고 비슷한 제품을 요청하긴 했어요. 마치 우주에 있는 수많은 별 같은 조명이었으면 했죠.
최정진ᅠ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우주를 담아낼 수 있는 조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음향 공간에 배치할 가구를 구매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적합한 조명을 만나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어요. 

 

©Yongjoon Choi

 

 

하루 중 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강윤모ᅠ세 번 정도 와요.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음악을 즐긴 뒤 출근하죠.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점심 식사 마치고 돌아와 얼마간 휴식을 취해요. 가끔 졸기도 하죠. 저녁에는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집으로 가는 일상이에요.
박경하ᅠ저는 종종 사람들을 모아 요가 수업을 하거나 명상을 함께 해요. 남편이랑 음악을 감상하는 날도 있죠.
강윤모ᅠ지금까지 15팀 정도가 이곳을 방문했어요. 대부분이 부부죠. 모든 사람에게 오픈할 계획은 없어요. 신경 쓸 게 늘어나고 둘만의 공간이 침해받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함께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선별적으로 초대해서 저희의 취미를 공유하고 있어요.

 

취미 공간이 이 정도라면, 두 분의 집이 자못 궁금해지는데요.
강윤모ᅠ지금 사는 곳은 그저 평범한 아파트예요. 둘의 취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가 없죠. 취미 공간을 따로 만들면서 가족과 적절히 분리됐어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집에서는 또 가족에게만 충실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최정진ᅠ평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건축주가 거주하는 곳도 무척 좋은 공간이에요. 충분하지는 않지만 오디오 듣기에도 좋고 전망도 뛰어나고 감각적인 예술작품들도 많고요. 다만 집은 휴식에 보다 집중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온전히 음악과 명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한 것 같아요. 

 

이미 두 분 소유의 집이 있지만 소리정원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 생긴 셈이에요. 소회를 나눈다면요?
강윤모ᅠ건축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이 공간은 제게 행운이죠. 예상치 못한 부분들이 더 근사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우리 부부는 이 공간을 우리 생의 마지막 건축이라고 이야기해요. 마무리가 너무 좋아서 다행이죠. 멀쩡한 정신과 육체로 인생을 살아가는 건 70~75세 정도까지라고 봐요. 그 이후에도 아픈 곳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면 그건 덤이고요. 다가올 그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 탄생해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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