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견하고 힘껏 감싸 안는 삶

[Wellness Lifestyle] ⑤ 최소연 들을리 소향 대표
에디터. 김리오  사진. 김리오  자료. 들을리 소향

 

‘웰니스wellness’는 몸, 마음, 정신이 조화를 이룬 최선의 상태인 ‘웰빙well-being’에 도달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웰니스를 키워드로 내세운 활동과 제품, 서비스가 넘쳐난다. 하지만 웰니스는 단기간에 소비되는 트렌드가 아니다. 오래 지속되어야 할 문화,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가 바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Wellness Lifestyle’이다.

건강하고 균형있는 삶을 추구하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먹거리로 치유와 회복을 이야기하는 사람, 명상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고 가꾸는 사람, 자기만의 호흡으로 즐기며 달리는 사람, 요가를 통해 중심을 잡고 매일 수련하는 사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제철 음식과 차를 나누는 사람.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살아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 멀리 있지 않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Wellness Lifestyle
① 오직 나를 위한 러닝 — 김성우 마인드풀러닝 스쿨 코치
② 계절의 변화를 감각하는 찻자리, 초심헌 — 김용재 청년청담 대표
③ 나의 몸은 내가 먹은 것으로부터 — 황효진 인성물산 대표
④ 몸을 도구로 쓰는 명상, 요가 — 신지혜 나투라 프로젝트 대표
⑤ 나를 발견하고 힘껏 감싸 안는 삶 — 최소연 들을리 소향 대표
⑥ 노No무리 라이프, 주체적인 농촌 생활 — 오남도 · 정광하 꽃비원 대표
⑦ 자극 대신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 경서윤 마인드풀니스 명상안내자
⑧ Life Curators 8인

 


 

진정한 쉼이란 무엇일까? 가만히 누워 있거나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등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여기에 또 다른 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를 넘어 백 번째에서 만나는 가상의 마을 ‘들을리 소향’. 안온한 햇빛이 감싸는 골목 끝 내부가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 요새 같은 건물에 도착하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사람. 들을리 소향의 최소연 대표를 만났다.

 

최소연 대표 © BRIQUE Magazine

 

들을리 소향과 운영하는 공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들을리 소향은 몸과 마음을 돌보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에요. 대관령 속 작은 마을에서 산책과 명상을 할 수 있는 ‘들을리, 숨고르기’, 직접 전통주를 만드는 ‘들을리, 술빚기’로 1박 2일 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맨발로 숲을 산책하고 명상하는 ‘대지의 걸음, 숲 속 명상’과 수영과 스노클링을 하는 ‘들을리, 그라운딩’ 등 짧은 호흡의 프로그램도 있고요. 웰니스 푸드 ‘전통주 소향’과 ‘전통발효식초 소향초를 만들고’, 굿즈 ‘마음 문방구’와 ‘발효비누 소향결’을 기획했습니다.

들을리 소향은 길을 등진 ‘ㄷ’자 모양의 공간이에요. 보통은 정원을 앞에 두지만, 이곳에서는 외부와 단절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건물 옆 축대가 있음으로써 ‘ㅁ’자가 되어 중정을 이루는 것이 포인트예요. 문을 열고 들어오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기를 바랐어요. 들을리 소향의 여러 제품을 만드는 제조 공간,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용 공간, 프로그램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하룻밤을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수확한 벼를 전통방식으로 자연건조하고 있다. © Sohyang
© BRIQUE Magazine

 

강릉에 살면서도 이곳까지는 처음 와봤어요. 어떻게 대관령에 자리 잡게 됐나요?

들을리 소향을 시작하기 전 숲 치유 프로그램 ‘숲속의 식탁’을 운영했어요. 강원도 화천과 평창군 봉평면에서 각각 2년씩 4년간 공간을 빌렸죠. 이후 소향다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강릉에 터를 잡았어요.
우리나라 국토의 65%가 산인데, 그중 60%가 개인 소유래요. 산 주인분들과 대화해 보니 길을 내는 것만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난한 일이죠. 저는 그걸 기다릴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라, 국가가 가진 숲 바로 앞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여기는 강릉 교차로에서 발견한 곳이에요. 돌로 쌓은 축대가 아름다워서 반했어요. 문밖으로 나가면 국립공원을 내 산처럼 쓸 수 있고요. 자리는 인연인 것 같아요. 지금은 ‘숲이 있는 이 마을이 우리를 불렀다’고 생각해요. 엄청난 행운이죠.

 

기업에서 10년 넘게 교육 담당자로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갑자기 숲속의 식탁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치앙마이에 트래킹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에요. 가이드 한 명과 참가자 20명이 고산족 마을에 가서 밥을 지어 먹고 함께 놀다가 내려오는 1박 2일 프로그램이었어요. 산을 오르는 길에 물에서 다 같이 수영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저를 포함한 여덟 명의 한국인이 아무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저 외국인들이 노는 걸 지켜보기만 했죠. 그때 ‘왜 우리 한국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왜 체면을 중요시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어요. 이날의 충격이 오래 남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이후 회사에서 해왔던 감정 상담 툴을 숲과 접목해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어요.

 

 

‘들을리, 술빚기’ © Sohyang
차 명상 © Sohyang
© Sohyang

 

그게 ‘숲속의 식탁’의 시작이군요.

맞아요. 진짜 수요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지인을 포함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와디즈에 올려봤어요. 많지는 않지만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 오시더라고요. 어떤 걸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사실 회사는 처음부터 오래 다닐 마음이 없었어요. 내 브랜드를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으니까 경험을 쌓기 위한 과정이었죠. 식품 회사에 다닐 때에도 빵을 직접 만들진 않았지만, 대신 만드는 방법과 위생 관리 등을 이론으로 완벽하게 배웠어요. 이 경험 덕분에 제조업에 대한 이해로 술 빚는 공간을 별도 컨설팅 없이 구성할 수 있었어요. 마치 모든 경험이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점 찍어 준 것 같아요.

 

지금도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시네요. 특히 1박 2일 프로그램은 큰 힘이 들어갈 거 같은데, 이 일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이 프로그램을 하면 누가 좋겠지’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걸 생각해요.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제 생활을 나누는 시간이에요. 방문하는 분들도 친구 집에 놀러 온 거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원동력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호기심이 있는 것으로부터 나와요. 최근에 만든 ‘들을리: 그라운딩’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예요. 바다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바다의 이로움을 알기 때문에 만든 거죠. 모든 일은 ‘내가 했을 때 즐거운가?’가 기준이에요. 즐거워야 지속할 수 있어요.

 

© BRIQUE Magazine
© BRIQUE Magazine
© BRIQUE Magazine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는지도 궁금해요. 와서 무엇을 경험하나요?

쉬러 오는 분들이 많아요. 자연 속에서 술을 빚고 숨을 고르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거든요.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삶은 어떤지 궁금해요. 서울에서의 삶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서울에 있을 때는 365일 약속 있는 삶을 보냈어요. 지금은 아예 없고요.(웃음) 여기 오는 분들만 주로 만나요. 삶을 단순화시킨 거죠. 덕분에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이 과정에서 마음의 폭이 넓어진 거 같아요. 여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화도 내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럼에도 나를 점검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물론 회사에 다닐 때 수익이 더 많았어요. 여기선 적게 벌고 제 시간을 더 보내요. 월급 몇백을 다 쓰면서 행복이라 생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이렇게 사는 게 만족감이 더 커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시선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요.

 

© BRIQUE Magazine

 

많은 사람들이 소연 씨의 삶을 동경할 것 같아요. 일상에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언젠가 SNS로 “당신의 생활 방식이 너무 좋아 보인다”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웃음) SNS에는 아카이빙을 위해 제 일상의 포인트만 올리는 거죠. 사실 저는 라면을 좋아해요. 라면을 매일 먹어도 감사함을 가져요. ‘라면을 먹어서 어쩌지’라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밤에 잠이 오지 않거나, 뭔가를 하다 끼니를 건너뛴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며 잠을 자려고 애쓰는 대신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돼요. 밥을 못 먹었다고 자책할 게 아니라 단식했다고 생각하고요. 절대 그 어떤 것도 혐오할 필요가 없어요. 라이프스타일은 보여지는 것보다 마음이 중요해요. ‘뭐가 아니면 안 돼’하는 마음보다 내게 온 것에 감사하며 좋은 에너지를 만드는 게 나아요.

 

© BRIQUE Magazine

 

저는 명상을 시도해 본 적이 없어요.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것보다 부딪혀야 깨닫는 게 더 많은 거 같아서요.

이해해요. 예컨대 제가 가는 수련원은 명상을 하고 나면 봉사할 수 있는 자격을 받아요. 명상할 때는 열흘간 묵언을 하지만, 봉사팀은 일을 해야 하니 말을 하죠. 입을 여는 순간 갈등이 시작돼요. “이것을 왜 여기다 두지”로부터 시작해서. (웃음) 그렇지만 명상을 하고 나니 ‘나의 꼴’을 더 제대로 볼 수 있게 됐어요. 제가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에 반응하는지 알게 된 거죠. 그때 깨닫는 게 생기더라고요.

 

혹시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나요?

저는 ‘죽음’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아요. 죽음을 생각하면 현재를 잘 살 수 있거든요. 당장 내일 죽는다면 화날 것도 집착할 것도 없잖아요. 오늘을 충실하게 사는 거죠. 언젠가 장례식을 기획해 보고 싶어요. 애도할 수 있는 장례식장이 아니라 추모할 수 있는 갤러리에서요. 당장은 여의치 않겠지만요. 하지만 곧 강릉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차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여기서 다음 프로젝트를 이어가보고 싶어요.

 

© BRIQUE Magazine

 

최소연
전통식품과 발효식품 연구가이자 ‘들을리 소향’의 프로그램 디렉터. 우리쌀로 빚는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교육과 대회, 워크숍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6년 숲 치유 프로그램 ‘숲속의 식탁’을 열어 강원도 화천, 평창군 봉평에서 운영했고, 2019년 하반기에 소향다운 공간을 건축해 강릉에 터를 잡았다. 웰니스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뿐 아니라 웰니스 푸드와 굿즈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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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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