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지속가능함을 만들며 살다

[청년, 지역에 살다] ② 영월 밭멍, 진천 뤁빌리지
나뭇잎밭 ©밭멍
에디터. 황나겸, 김리오  사진. 김리오  자료. 밭멍, 뤁빌리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서울 밖의 삶. 서로 다른 이유로 새로운 도시에서의 출발을 상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막연히 그곳에만 있는 바다나 숲을 실컷 보고 싶다거나, 나아가 카페와 스테이를 운영하고 싶다는 진지한 꿈을 꾸기도 한다. 고향에 돌아가 가업을 이으려는 이들도 있다. 모두 지역에 든든한 비빌 언덕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브리크brique>는 ‘청년, 지역에 살다’ 기획취재를 통해 지역의 자연, 농업, 문화, 산업을 바탕으로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청년마을’을 조명한다. 청년마을은 행정안전부의 주관으로 전국 39개 지역에 청년들이 일정기간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8개 지역의 활동과 프로그램, 거점 공간을 찾아 소개하고, 이들이 담아내고 있는 지역에서의 일상과 꿈, 비전을 주제별로 풀어냈다.

 

청년, 지역에 살다
① 자연이 일상인 마을에 살다 — 경주 가자미마을, 고흥 신촌꿈이룸마을
② 건강한 지속가능함을 만들며 살다 — 영월 밭멍, 진천 뤁빌리지
③ 주체적으로 신명나게 살다 — 영암 허밍스테이션, 의령 홍의별곡
④ 오히려 많은 기회 속에 살다 — 하동 오히려하동, 익산 지구장이마을

 


 

누군가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농사나 짓겠다’며 얘기하지만, 여기 건강한 땀을 흘려가며 진짜 농사를 짓는 이들이 있다. 요즘 청년들이 하는 농업은 무엇이 다를까? 퍼머컬쳐로 자급자족 라이프를 실험하는 강원 영월 밭멍, 미래 농업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가는 충북 진천 뤁빌리지를 취재했다.

 

영월 밭멍

 

©BRIQUE Magazine

 

영월의 첫인상은 고요함이었다. 소음 공해가 없어 도시에서 매일같이 배달 오토바이 소리와 층간 소음에 시달리던 귀가 정화되는 것만 같았다. ‘밭멍’의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 찾은 장소는 ‘절임 배추 공장’이라고 적힌 건물. 문을 열어보니 공장이 아니라 잘 꾸며진 커뮤니티 공간이 튀어나왔다. 뻥 뚫린 창문마다 꽉 찬 초록빛 풍경, 공장을 운영할 때 사용했던 배추 박스를 활용해 만든 구조물들. 게다가 공유 숙소는 메주방, 워크숍 공간은 폐축사를 활용해서 만들고, 참가자들과는 닭장을 만들었다는데. 밭멍,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 궁금해지는 마을이었다.

 

밭멍 김지현 대표 ©BRIQUE Magazine

 

밭에서 멍때릴 여유도 없이 살면서 마을 이름은 ‘밭멍’이라고 지은 사람. 번아웃이 와서 아무것도 못 할 때도 밭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되찾았다는 사람. 퍼머컬쳐*에 꽂힌 이유가 친환경이 아니라 실용성이라는 사람. 돈도 없고 땅도 없는 친구들도 퍼머컬쳐로 뭐든 시작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사람. 포기를 모르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모습 때문에 자꾸 응원하고 싶은 사람. 밭멍의 김지현 대표를 만났다.
*퍼머컬쳐(Permaculture): 영속적이라는 뜻을 가진 ‘permanent’와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의 합성어. 지속 가능함을 추구하는 농법과 삶의 방식을 포괄하는 용어.

밭멍을 소개해 주세요.
‘퍼머컬쳐’로 무모한 청년들과 함께 무해한 마을을 만들기를 꿈꾸는 청년마을이에요. 나와 자연, 우리와 마을, 세대와 세대를 잘 이어 나가자는 취지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밭멍이 있는 영월은 어떤 곳이에요?
영월은 강원도 중부 내륙지방에 있는 인구 3만 7000여 명의 작은 지역이에요. 영월군의 2개의 읍 중 하나가 저희가 있는 상동읍인데, 상동읍은 행정구역상 면적은 크지만 전국 읍 단위 중 최소인구가 살아가고 있는 곳이에요. 텅스텐광산 대한중석이 있어서 많은 인구가 살다가 광산이 폐광되면서 현재는 1000여 명만이 남아 있게 됐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곳에 거대한 비닐하우스 단지, 태양광 시설 같은 것들이 없어서 오히려 좋아요. 소음 공해도 없어요.

어떤 공간이 있나요?
‘절임배추공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커뮤니티 공간이 있어요. 교육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운영하는 공간 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배추 절일 때 쓰던 소금 때문에 바닥 부식이 심해서 바닥 공사를 새로 하고, 단열, 배수 공사도 했어요. 바깥 풍경이 더 잘 보이게 창문을 넓혔고, 프로그램 운영 공간과 사무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배추박스로 가벽도 만들었어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까 많은 고민 끝에 배추 상자로 단상을 만들기도 했어요. 공장 외관은 일부러 안 바꿨어요. 문을 열었을 때 확 달라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외관만 보고 아직도 배추 사러 오는 분들이 있어요. 내년에는 오래된 자재를 활용해서 공장 외관을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절임배추공장을 고쳐 만든 커뮤니티 공간 ©BRIQUE Magazine
절임배추공장에서 쓰던 물건들을 재활용해 만든 가구(오른쪽) ©BRIQUE Magazine

 

밭멍의 공유 숙소는 스트로베일하우스*예요. 메주 만드는 데 쓰던 공간을 숙소로 만들었는데 집이 너무 추운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볏짚을 사고 전문가를 모셔서 교육을 받은 뒤에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집을 고쳤어요. 이제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스트로베일하우스가 됐죠. ‘폐축사’를 활용해 만든 워크숍 공간도 있어요. 원래는 청년마을 운영에 사용할 계획은 아니었고, 모종사업을 하려고 온실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참가자 친구들과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트로베일하우스: 육면체로 압축한 볏짚으로 만든 집

 

메주방을 보수해 만든 공유 숙소 ©BRIQUE Magazine
메주방을 보수해 만든 공유 숙소 ©BRIQUE Magazine
폐축사를 리모델링해 만든 워크숍 공간 ©BRIQUE Magazine
폐축사를 리모델링해 만든 워크숍 공간 ©BRIQUE Magazine

 

어떻게 영월에서 청년마을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영월에는 5살 때 와서 고등학생 때까지 살았어요. 대학을 부산으로 갔고, 남해, 순천, 보성, 천안 등에서 일하다가 2010년에 강원랜드 호텔에 입사하면서 다시 강원도에 돌아왔어요. 그때 저희 아버지께서 마을기업으로 절임배추공장을 짓고 일을 시작하셨는데, 2014년에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제가 그 공간을 맡게 됐어요. 원래는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마을기업이라서 폐업도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이왕 할 거면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호텔 스케쥴을 오후 근무로 바꾸고, 오전에는 여기에서 일을 했어요. 바쁘게 열심히 사니까 돈도 꽤 벌리더라고요. 잘하면 부업으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 싶었어요.

관광 농업, 체험까지 같이하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강원대 관광과 3학년으로 편입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때 처음 만난 게 퍼머컬쳐였어요. 이후에 ‘맛있는 정원 코리아’라는 법인을 만들고 ‘밭멍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만난 ‘건빵’이라는 참가자가 청년마을을 알려줬어요. 저희가 이미 하고 있던 활동들과 청년마을 사업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도전해 보게 됐어요.

퍼머컬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뭐예요?
실용적이라서요. 대다수는 친환경을 이유로 퍼머컬쳐를 선택해요. 그런데 저는 해가 거듭될수록 손이 덜 간다는 것 때문에 퍼머컬쳐에 꽂혔어요. 농사 일하면서 너무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기존에 일하던 방식은 손이 너무 많이 가고 비효율적이었어요. 그런데 퍼머컬쳐에서 제시하는 체계적인 풀 관리, 물관리, 기계 쓰는 방법 등을 보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된 거죠.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이고,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도 있는 일이다 보니 주변에서 좋은 일 한다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재미있기도 했고요. 또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아무것도 못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청년창업농에 선정된 동생과 함께 나뭇잎밭 설계를 하면서 에너지가 살아나는 걸 느꼈어요. 이제는 퍼머컬쳐를 안 하면 제가 아닌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예요. 

 

나뭇잎밭 ©밭멍
나뭇잎밭 ©밭멍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요?
돈도 없고 땅도 없는 친구들도 퍼머컬쳐로 뭐든 시작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서 8월에 청년 대상으로 PDC(퍼머컬쳐 디자인 코스)를 열었어요. PDC를 수료하면 퍼머컬쳐 강사가 될 수 있거든요. 14명 정도만 받으려고 했는데, 19명이 지원한 거예요. 면접을 봤는데 모두 진지하고 꼭 오고 싶어 해서 아무도 떨어뜨리지 않고 19명 모두를 데리고 시작했어요. 새벽부터 일을 하니까 참가자들이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서로를 잘 챙겨주면서 조화롭게, 재미있게 운영했어요. 저도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뿌듯했고요. 내년에는 아예 PDC만 열어서 강사 양성에 집중하려고요. 그래서 참가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게 돕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력풀도 만들 거예요.

참가자분들과 함께 닭장을 만드셨다고요.
저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퍼머컬쳐를 알려주고 같이 경험하는 것, 참가자들이 이후에 귀촌 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것,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 그래서 기획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웃음) 그래도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요. 원래 하고 싶었던 건 지하온실을 만드는 거였어요. 그런데 부지가 부족해서 닭장을 뜯고 거기에 지하온실을 지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닭이 이사 갈 닭장을 먼저 짓게 됐어요. 엄한 닭장을 지을 수는 없어서 세계 5대 닭장의 도면까지 다운받아서 연구했어요. 그중에서도 우리랑 잘 맞는 닭장을 선택했죠. 참가자들이 단순히 닭장만 짓게 하지는 않았고, 공구 다루는 법, 설계 도면 읽는 법, 닭의 특성, 닭이 농장에 왜 필요한 지 등에 대해 먼저 교육한 뒤 함께 닭장의 골조를 세웠어요.

 

닭장의 골조를 세우는 밭멍 참가자들 ©밭멍
참가자들과 함께 만든 닭장 ©BRIQUE Magazine

 

또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나요? 
‘기후미식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기후 미식은 매일 내가 먹는 것 한 끼만 바꾸면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행동이에요. 기후 미식을 하는 방법은 가능하면 퍼머컬쳐처럼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농사로 지은 재료를 먹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 텃밭을 갖고 있는 게 가장 좋지만 텃밭이 없을 경우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그런 농사를 짓는 분들의 것을 사 먹으면 돼요. 조리를 간단하게 해서 먹는 것도 기후 미식을 실천하는 방법이에요.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동력은 뭐예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진심을 나누는 친구들이요. 저와 함께 일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도 불평불만 없이 마음을 다해주는 그 친구들이 있거든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지방에서 활동하는 그들이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마을이 되기를 기대하세요?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무해한 마을이 되기를 원해요.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인 지속가능성이 우리 다음 세대까지 잘 이어 나가는 마을이 되길 바라요. 

 

©BRIQUE Magazine
밭멍 유지희 운영팀원 ©밭멍

 

자연, 농촌,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밭멍까지 오게 됐다는 유지희. 밭멍 프로그램을 통해 귀촌을 결심한 그는 처음 밭멍에 왔을 때 밭에서 흙을 만지고, 작물을 만지고, 힘들면 잠시 멍때리며 쉬는 시간을 보냈던 게 너무 좋았다고. 이제는 밭멍의 운영팀이 되어 팀원들과 함께 퍼머컬쳐를 실현 중인 지희 씨. 자연의 원리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방식인 퍼머컬쳐처럼 인위적이기보다 자연적인 방식으로 일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어떻게 밭멍에 오게 되셨어요? 
퇴사 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천연 퇴비 만들기, 옷 바꿔 입고 다시 입기, 노래 배우기 등 하고 싶은 일들을 시도해 보다가 밭멍까지 오게 됐어요. 자연, 농촌, 환경에 관심이 많다 보니 ‘퍼머컬쳐’와 퍼머컬쳐를 하고 있는 ‘밭멍’을 알게 됐거든요. 인스타그램 채널을 팔로우하고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가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하길래 신청했어요. 작년 10월에 주방과 가까운 텃밭을 만드는 프로그램의 참가자로 와서 일주일을 살았는데, 돌아가서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5월에 다시 왔어요. 이번에는 아예 귀촌을 결심하고 왔고, 지금도 영월에서 살고 있어요.

어떤 점이 좋아서 다시 마을에 오셨어요?
들어보기만 했던 퍼머컬쳐라는 걸 직접 경험하니까 좋더라고요. 같이 활동했던 운영팀도 인상적이었어요. 일로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퍼머컬쳐를 실현하려고 고민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공간에 남아있던 재활용해서 꾸민 공간들도 재미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마음에 와닿아서 다시 마을에 오게 된 것 같아요.

가장 좋았던 순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궁금해요.
처음 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청년마을이라는 곳은 처음이고, 시골은 낯설고 그랬거든요. 그때 처음 했던 작업이 버려진 나무를 써서 텃밭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사람들과 함께 텃밭을 구상하는 과정이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힘들었던 부분은 바쁜 거요. 작년에 밭멍에 왔을 때는 밭에서 흙을 만지고, 작물을 만지고, 힘들면 잠시 쉬면서 멍때리던 게 너무 좋았어요. 올해도 밭멍에서 그런 생활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활동적인 일들을 하게 됐어요. 여러 가지 행사를 운영하고 마을 주민들과 소통도 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역할에 부담도 느꼈지만, 지금 돌아보면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여전히 일이 바쁘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스스로를 살피고 여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마을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희는 농촌에서 살고 싶어서 이곳에 모여 퍼머컬쳐라는 가치관을 함께 실현시키고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은 서로의 의견이 존중되고 각자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돈을 버는 마을은 아니지만 조금씩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죠. 느리게 가더라도 함께 간다는 것이 우리 마을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어떤 일을 하세요? 
12월 초부터 하이힐링원 리조트 안의 ‘카페반디’를 운영하게 될 예정이에요. 그래서 카페 메뉴를 만들면서 나뭇잎밭에 어떤 걸 심을지도 계획 중이에요. 최대한 나뭇잎밭에서 재배하거나 영월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메뉴를 만들 예정이에요.

만들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일단은 카페를 잘 운영하고 싶어요. 카페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지역 안에서 자라는 것들로도 신선하고 맛있는 음료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하고 싶어요. 카페 안의 텃밭에서 내가 마실 음료에 들어갈 허브를 따본다던가 하는 체험도 같이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또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해 보고 싶기도 해요.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노래도 하고 피아노도 치거든요. 음악이 상동이나 밭멍 안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음악으로 활동해 보고 싶어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회사가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요. 그래서 15분 정도 걸어서 출근하고, 일해요. 요즘은 바빠서 퇴근 후에는 별다른 걸 못 하고, 씻고 간단한 운동을 하고 자요. 헬스장 닫기 전에 퇴근하면 헬스장을 가기도 해요. 여유가 있는 날에는 음악을 해요. 영월에 ‘아르코 공연연습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피아노도 있고 시설도 좋고 비용도 저렴해서 거기 가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해요.

마을에 어떤 분들이 오면 좋을까요?
우선은 자연을 좋아하는 분들. 그리고 농사를 하거나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요. 퍼머컬쳐가 자연의 원리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방식이고, 저희도 인위적이기보다 자연적인 방식으로 일하거든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분들은 밭멍에 오시면 잘 맞으실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마을이 되기를 기대하세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역량과 재능을 실현시켜서 밭멍을 더 키우고 주변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만의 이익을 위하기보다는 색다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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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뤁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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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차로 1시간 20분이면 진천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 출발한 나는 지하철, 기차, 시외버스, 동료의 차까지 이용해 간신히 뤁빌리지에 도달했다. 실제로 본 뤁스퀘어* 건물은 취재를 준비하면서 사진으로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내부에는 농업, 식음료,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농업에 진심인 마을의 카페라 그런지, 수많은 식물들이 너무나도 건강하게 숨쉬고 있는 공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뤁스퀘어: 뤁빌리지의 복합문화공간

 

뤁빌리지 운영을 맡고 있는 만나CEA 전태병 대표 ©BRIQUE Magazine

 

뤁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는 만나CEA 전태병 대표를 만났다. 대형 복합문화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을 대표에게서 어떤 이야기들을 듣게 될까 궁금했는데, 그도 역시 청년마을 대표.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났다. 타지에 내려와 사업하느라 고생하며 쌓은 경험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 뤁빌리지가 하는 일이 지방 소멸을 늦추는 데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 사업을 운영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청년마을을 운영하는 이유는 그 마음들이었다.

뤁빌리지를 소개해 주세요. 
뤁빌리지는 참가자분들이 뤁스퀘어라는 기반 시설을 활용해서 진천에서의 정착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제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청년마을이에요. 

어떻게 진천에서 청년마을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저는 대전에서 나고 자랐는데, 대학교 4학년 때 ‘스마트팜’을 건설하고 보급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진천에 무작정 왔어요. 스마트팜을 하기 위해서는 농촌에 가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에 ‘유리온실 매매’를 검색했는데 전국에 딱 하나 있는 매물이 진천에 있었어요. 알아보니 진천이 대전과 서울의 중간에 있어서 지리적으로도 괜찮았고요. 그래서 패기 있게 진천에 와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텃세도 많이 겪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어요. 또 인턴, 직원들이 진천을 떠나는 걸 보면서 일자리가 있더라도 문화생활 등 다양한 것들이 채워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정착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게 됐죠. 그렇게 10년 동안 진천에 살면서 진천에 필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집약해 ‘뤁스퀘어’를 만들었어요. 그동안 농촌 체험, 일자리 실험, 지역 살이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해 왔고요. 그러다가 발견한 청년마을 사업이 마침 저희가 걸어온 길과 딱 맞는 사업이더라고요. 그래서 뤁빌리지를 만들게 됐습니다.

뤁빌리지가 있는 진천은 어떤 곳이에요?
진천은 일반적인 지방 도시들과 다르게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지역이에요. 100개월 동안 인구가 한 번도 쉬지 않고 증가해 왔어요. 처음 진천에 왔을 때는 영화관이 없었는데, 충북 혁신도시 거주 단지가 생기면서 영화관도 생기고 스타벅스도 들어왔어요. 진천이 빠르게 발전하는 걸 보면서, 우리 회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스마트팜을 짓는 일이지만 카페 등 서비스업 창업을 해도 돈을 벌 수 있겠다고 느끼고 있어요. 다른 지방에 비해서 서울과 가깝다는 것도 진천의 장점이에요. 진천에서 강남까지 차로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거든요.

어떤 공간을 운영하고 있나요?
여기는 뤁스퀘어의 ‘스템가든’이에요.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식음료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마을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카페 메뉴를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는 공간이에요. 참가자들이 사업을 기획하는 ‘컨퍼런스룸’ 공간과 조용히 몰입해 일할 수 있는 ‘북카페’ 공간도 운영하고 있어요.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뤁빌리지에는 3가지 공유 숙소가 있어요. 무인양품에서 디자인한 ‘양의 집’, LG에서 만든 ‘스마트 코티지’, 건축가 최욱이 만든 ‘작은집’을 공유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공간들은 ‘하우스비전’이라는 미래의 집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체험 행사를 위해 지어진 곳들이에요. 이런 특별한 공간에서 살아볼 수 있다는 게 뤁빌리지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공유 숙소 ‘양의 집’ ©BRIQUE Magazine
공유 숙소 ‘양의 집’ ©BRIQUE Magazine
공유 숙소 ‘양의 집’ ©BRIQUE Magazine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요?
참가자들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뤁스퀘어 공간을 활용해 실험해 보는 지역 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농업 관련 일을 하던 분이 오셔서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브런치카페 창업을 계획 중인 분이 오셔서 식음료 관련 실험을 하고, 플로리스트,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오셔서 원데이 클래스를 기획, 운영하기도 했어요. 뤁빌리지에는 주로 진지하게 창업과 지방 정착을 고려 중인 분들이 오세요. 실제로 체험농장을 기획하셨던 분은 뤁스퀘어의 유리온실을 임대해서 ‘삼촌농장’이라는 체험농장 사업을 시작하셨고, 식당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 중인 분도 있어요. 저희는 비어있던 공간을 활용하게 되니까 좋고, 참가자분들은 각자의 능력을 살려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또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나요? 
올겨울부터 내년 4월까지 온실에서 딸기체험농장을 운영할 거예요. 스테이폴리오를 통해서 스테이도 오픈하고, 뤁스퀘어에도 맛있는 메뉴를 더 늘리고, 문화 행사도 계속 운영할 예정입니다. 언제 오셔도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하도록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니, 인스타그램 @rootvillage_kr을 통해 소식을 확인해 주세요.

마을에 오면 어떤 것을 얻어갈 수 있나요? 
제가 10년 동안 진천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요. 저에게는 타지였던 진천에 정착하고 사업을 해오면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지방에서 사는 것의 현실적인 부분을 포장하지 않고 디테일하게 얘기해드려요.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동력은 뭐예요? 
첫 번째는 경제적인 이유에요. 제 자신에 관한 것도 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돈 벌게 해주는 게 좋아요. 두 번째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데서 오는 보람이에요. 지방 소멸은 큰 흐름이고 결국에는 생길 일이겠죠. 그렇지만 저희가 하는 일이 지방 소멸을 늦추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도 지방에 내려가는 것을 꺼리는 데는 문화적인 이유가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가 하는 일을 통해서 사람들이 진천에 와서 살아보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데서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 어떤 마을이 되기를 기대하세요?
창업과 지역 정착을 고려하는 분들이 한 번씩은 살아보는 마을이요. 사업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을 같이 고민하고 진솔하게 얘기 나누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진지하게 창업이나 정착을 생각하고 오신 분들 앞에서는 저도 회사 대표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필터 없이 얘기하거든요.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청년마을 사업이 끝나도 그런 방식의 소통은 계속 이어 나갈 것 같아요. 저희가 원래 하던 일이니까요.




뤁스퀘어 ©BRIQUE Magazine
뤁빌리지 박평재 운영팀장 ©BRIQUE Magazine




뤁빌리지의 박평재 운영팀장은 일과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곧바로 일만 한다고 답했다. 회사에서는 회사일, 집에 가서는 집안일을 하다 자야 한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그의 얼굴은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빠서 쉴 틈이 없다면서도 뤁빌리지 운영을 시작한 덕분에 로컬크리에이터라는 생태계와 연결되고 청년마을 네트워크과 연결되서 좋다는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어떻게 진천에 오게 되셨어요? 
저는 대표님과 9년째 함께 하고 있어요. 회사가 대전에서 진천으로 이사 오면서 저도 같이 넘어왔고요. 광주, 전주, 대전, 서울 등 다양한 곳에서 살았는데, 어느새 진천이 가장 오래 산 지역이 됐네요. 서울처럼 큰 도시에서 살 때는 복잡하고, 답답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지려 애써야 했는데 진천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그런데 심심하죠. 그래서 그걸 바꾸기 위해 청년마을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청년마을 총괄을 맡고 있어요. 프로그램 기획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분들이 마을에 오시면 MC 역할도 하고 있어요. 프로그램 시작하기도 전에 외향적인 분들은 이미 신나서 얘기를 하시는데, 내향적인 분들은 조용히 이야기할 순서를 기다리거든요. 참가자분들이 골고루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너무 말을 많이 하는 분이 있으면 다른 분들께 발언권을 드리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세요? 
일해요. 청년마을 운영하는 사람은 다른 일 할 시간이 없는 거잖아요. (웃음) 정신없이 일하다가 집에 가면 분리수거 하고, 청소하고, 자고, 다음날 출근하고. 

이미 많은 일을 하고 있는 회사라서, 어떻게 청년마을 운영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저희가 청년마을 사업 시작하기 전에 청년마을 해 본 친구들이 겁을 엄청 줬어요. 1년 넘게 하루도 못 쉬었다, 자기 시간이 하나도 없다, 서류만 10박스가 나온다 등등. 그래서 어려울 것은 각오했어요. 그래도 이 사업을 시작한 덕분에 로컬크리에이터라는 생태계와 연결된 것을 좋게 생각해요. 청년마을 네트워크와도 연결됐고요. 저희는 항상 다른 청년마을들과 소통하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방향도 항상 찾고 있어요. 최근에도 강진, 괴산, 보은 등의 청년마을과 함께 얘기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우리 마을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숙소요. 그리고 뤁스퀘어.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곳이니까요. 연간 방문객이 8만이니까 뭐든 실험해보기 좋기도 하고요. 이 안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죠.

앞으로 어떤 마을이 되기를 기대하세요? 
뤁빌리지와 뤁스퀘어와 같이 가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를 바라요. 뤁스퀘어는 공간 비즈니스고 뤁빌리지는 사람 비즈니스니까 공간 안에 사람이 채워지는 방식으로 지속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뤁빌리지에는 지역 살이, 문화기획, 창업실험의 3가지 요소가 있어요. 지역 살이는 숙소를 운영하면서 계속해 나가고, 문화기획은 진천을 넘어서 충북 내로 활동을 넓혀나가고, 창업실험은 창업 10년의 노하우를 담아 앵커기업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이어 나갈 것 같아요. 

 

©BRIQUE Magazine

 

 


 

2023 청년마을 공식계정.
인스타그램 @localbegins

강원도 영월 밭멍.
인스타그램 @battmung.log

충북 진천 뤁빌리지.
인스타그램 @rootvillage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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