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많은 기회 속에 살다

[청년, 지역에 살다] ④ 하동 오히려하동, 익산 지구장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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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나겸, 김리오  사진. 김리오  자료. 오히려하동, 지구장이마을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서울 밖의 삶. 서로 다른 이유로 새로운 도시에서의 출발을 상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막연히 그곳에만 있는 바다나 숲을 실컷 보고 싶다거나, 나아가 카페와 스테이를 운영하고 싶다는 진지한 꿈을 꾸기도 한다. 고향에 돌아가 가업을 이으려는 이들도 있다. 모두 지역에 든든한 비빌 언덕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브리크brique>는 ‘청년, 지역에 살다’ 기획취재를 통해 지역의 자연, 농업, 문화, 산업을 바탕으로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청년마을’을 조명한다. 청년마을은 행정안전부의 주관으로 전국 39개 지역에 청년들이 일정기간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8개 지역의 활동과 프로그램, 거점 공간을 찾아 소개하고, 이들이 담아내고 있는 지역에서의 일상과 꿈, 비전을 주제별로 풀어냈다.

 

청년, 지역에 살다
① 자연이 일상인 마을에 살다 — 경주 가자미마을, 고흥 신촌꿈이룸마을
② 건강한 지속가능함을 만들며 살다 — 영월 밭멍, 진천 뤁빌리지
③ 주체적으로 신명나게 살다 — 영암 허밍스테이션, 의령 홍의별곡
④ 오히려 많은 기회 속에 살다 — 하동 오히려하동, 익산 지구장이마을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일이다. 세대가 교체됨에 따라 변화하는 생태계. 그 속에서 지역 청년들은 정말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지역의 젊은 생산자와 청년 디자이너를 연결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경남 하동 오히려하동, 지구를 지키려는 건강한 마음으로 손수 공예품을 생산하는 전북 익산 지구장이마을을 취재했다.

 

하동 오히려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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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하면 자동으로 ‘화개장터’가 떠올랐다. 아마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으로 시작하는 가요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하동에는 화개장터 외에도 다양한 매력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딱 세 가지만 꼽아보자면, 먼저 투명한 옥색 물결과 심금을 울리는 주황빛 노을을 모두 가진 섬진강. 다음은 끝을 모르고 넓게 펼쳐져 바라보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편안한 지리산. 마지막으론 하동에 ‘오히려’ 많은 기회가 있다 말하는 청년들이다.

 

오히려하동 이강희 대표 ©BRIQUE Magazine

 

구불구불하고도 가파른 길을 지나 깊은 산 속에 자리한 마을 카페에서 오히려하동의 이강희 대표를 만났다. 그는 오히려 지방에, 오히려 하동에,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왼쪽으로 봐도 산, 오른쪽으로 봐도 산인 그곳에서 오히려하동은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오히려하동을 소개해 주세요.
오히려하동은 지역에 IT와 디자인을 공급함으로써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는 비전으로 시작된 청년마을이에요. 마을 주민의 삶을 좀 더 편하게 개선하거나 지역의 농업인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브랜딩, 마케팅, 기획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동에서 청년마을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서울에서 개발자로 6년간 일하다가 고향인 하동으로 귀촌했어요. 남의 회사에서 돈 벌어주는 일 말고 제가 직접 돈 버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요. IT와 디자인에 관해서는 미지의 세계인 하동에서 문제 해결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하동에 개발자로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카페를 창업했는데, 성과가 바로바로 나와서 재미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베이킹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2년이 지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카페 손님 한 분이 프리랜서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분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로 지방의 브랜드를 취재하고, 책도 만들고, 전시도 해봤는데, 합이 잘 맞았어요. 저는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디자이너는 기획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으니까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함께 ‘다른파도’ 법인을 만들고 청년마을 사업에 지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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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은 어떤 곳이에요?
하동은 경상남도의 서쪽 끝이자 지리산을 타고 내려온 섬진강 강물이 바다로 나가는 위치에 있어요. 이런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배를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물류가 모여 전라도와 경상도를 아우르는 화개장터가 탄생할 수 있었죠. 바다와 강, 산이라는 자연을 기반으로 고유의 녹차 산업과 고사리, 매실, 감 등의 농업이 활발한 지역이에요.

 

빅페리컴즈 ©BRIQUE Magazine
빅페리컴즈 ©BRIQUE Magazine

 

어떤 공간을 운영하고 있나요?
‘빅페리컴즈’라는 가게에서 전국 각지의 술과 먹거리를 유통하고 있어요. 화개장터로 갈 다양한 지역의 매력적인 먹거리를 싣고 섬진강을 따라 들어오는 큰 배를 향한 두근거림을 가게에 담고 싶어서 이름을 빅페리컴즈Big Ferry Comes라고 지었어요. 브랜딩은 오히려하동 프로그램 참가자와 함께했는데, 화개장터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저희가 빅페리컴즈에 담고 싶은 메세지와 딱 맞는 화개장터의 옛 사진을 발견했어요. 화개 초등학교 교장 출신이신 지역 어르신이 40~50년 전에 직접 찍은 사진인데 브랜딩에 많은 참고가 되었어요. 사진으로 엽서 굿즈도 만들었답니다.

빅페리컴즈는 화개장터의 정신을 이어받은 공간인 만큼, 전라도와 경상도 문화의 화합의 장이었다는 상징적 의미와 전국의 가장 힙한 물류들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적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지리산권에서 질 좋은 농산품을 만드는 생산자(농부)와 해당 제품을 제값에 팔 수 있게 돕는 디자이너 그룹(다른파도)의 접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와인, 안주류, 밀키트, 지역 기념품 등 다양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어요.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은 ‘춘희’라는 이름의 사과증류주인데, 아쉽게도 하동의 전통주는 아니에요. 하동에서도 전통주를 개발 중인데, 시간이 2~3년 정도 걸릴 거예요. 어쨌든 저희는 술을 사주시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웃음) 

매계마을의 다양한 공간들도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하고 있어요. 마을 카페, 세미나실, 식당 등이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은 마을 카페예요. 카페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카페 앞 주차장에서 행사를 열기도 했어요. 매계마을에는 귀농하신 분들과 마을에 원래 살던 분들이 화합해서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 많아요. 저희는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에서 도움을 드리면서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매계마을 북카페 ©BRIQUE Magazine
매계마을 북카페 ©BRIQUE Magazine

 

마을의 디자이너들이 농업인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신다고요.
네. 귀촌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소상공인이지만 사실은 농업이 훨씬 큰 시장이거든요. 농업인들의 제품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브랜딩, 마케팅 등을 청년들과 협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홍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농가의 어른들은 삼천만 원이나 주고 한 달에 제품 10개도 안 팔리는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려준다는 사기전화 때문에 백만 원을 내고 유령 팔로워를 만들기도 하세요.

그렇지만 저희는 고객마다 상황에 맞는 다른 홍보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농업 유통 구조를 보면 농장과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경우는 3% 정도이고 80%가 도매로 팔거나 대형 유통업체를 거쳐 판매하거든요. 그러니까 홍보물을 만들 때 소비자가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래야 그분들이 돈을 벌 수 있어요. 이런 부분들에 디테일하게 접근하는 업체가 아직 없는데, 저희가 그 일을 하고 있어요. 컨설팅, 온라인 쇼핑몰 제작, 패키지 디자인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브랜딩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에는 ‘꿀데이’가 있어요. 지리산 깊은 산골에 반달곰을 복원하는 마을인 의신마을에서 양봉을 하는 집안에서 만든 꿀 브랜드예요. 패키지 제작을 의뢰하셨는데, 저희가 브랜딩을 제안했어요. 그분들은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홍보 방식인 펀딩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현재 브랜딩과 패키징은 완료된 상태고, 10월에 상세페이지와 쇼핑몰을 만들고 펀딩 프로젝트를 오픈할 예정이에요.

최근에 운영하신 ‘두 개의 파도’는 어떤 프로그램이에요?
하동과 강릉에 디자이너들을 모아서 스터디도 하고 놀기도 했던 4박 5일 프로그램이에요. 강릉살자 팀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두 팀 다 디자이너가 있고 회사 이름에 파도가 들어가니까 같이 하자는 명분이었어요.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바다가 좋은 사람은 강릉을 산과 강이 좋은 사람은 하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집했어요. 3배수 이상 모집됐고, 10팀은 강릉에 10팀은 하동에 모여서 프로그램을 함께 했어요.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에서 많이 오셨고, 서울과 경기에서도 오셨어요. 그렇게 오신 분들 중에 펀딩 경험이 많은 시니어 디자이너분들이나 저희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분들도 있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서 참가자분들께 무료로 많은 것을 제공했지만, 어떻게 보면 저희와 함께 일할 분들을 확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체력 없는 체육대회’가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거예요?
지방 마을에서 하는 체육대회는 보통 50~60대 어른들 위주의 행사로 막걸리 파티 같은 분위기예요. 그래서 우리들을 위한 체육대회를 만들고 싶었고, 재미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IT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앉아있기 때문에 체력이 낮을 것으로 생각해 그런 분들도 할 수 있는 종목들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소상공인도 매일 가게에 앉아있어서 체력이 없고, 연세가 많은 분들도 체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원래는 10명 정도 모으려던 게 70명까지 불어나서 복작복작한 행사가 됐어요.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고 끝난 뒤에는 밥 먹고 막걸리도 마셨어요. 마을 분들이 체육대회 또 언제 하냐고 물어보시면 내년에 또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은 들지만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 행사에서 자신감을 얻어서 11월 4일과 5일에 하동에서 ‘빅페리컴즈’ 브랜드를 알리는 행사도 열게 됐어요. 지역의 농업인들과 디자이너가 협업했을 때 임팩트가 있고, 그것이 화개장터 정신이라는 메시지를 알리려고 해요. 이번에도 일반적인 행사의 틀에서 벗어난 행사로 만들 거예요. 음식을 팔 때도 최대한 맛있는 냄새를 많이 풍기는 등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좋을지 기획하고 있어요.

 

다른파도 권경민 이사 (왼쪽), 이강희 대표 ©BRIQUE Magazine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동력은 뭐예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요. 일을 하다 보면 문제도 생기고 오해도 생기지만 그럼에도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마을이 되기를 기대하세요?
농촌에서 농업이 아닌 다양한 직종의 일거리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마을이 되고 싶어요.

어떤 일을 하는 청년들이 마을에 오면 좋을까요?
먼저 디자이너분들이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바로 만들 낼 수 있는 직종이기 때문이에요. 다음으로는 마케터나 기획자분들. 디자인을 활용한 사업을 할 수 있는, 돈을 만들 수 있는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다음이 개발자. 농촌에서 겨울은 농한기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청년들이 농업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기거든요. 농업인들과의 협업과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하동에 오셔서 저희와 함께 얘기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오히려하동 김가영 참가자 ©BRIQUE Magazine

 

오히려하동 참가자 김가영 씨는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에서 그림 전시를 열고, 그 전시를 통해 또 다른 전시와 브랜딩 제안까지 받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하동에 살면서 전시 프로젝트도 더 해보고, 하동의 지역 서체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데. 하동의 ‘오히려’ 많은 기회 속에 사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히려하동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어요?
저는 하동이 고향인데 대학을 부산으로 가면서 하동을 떠나게 됐어요. 졸업 후에는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하다가 다시 하동에 돌아온 지 4개월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오히려하동’을 보고 매계마을 2주 살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어요.

다른 도시에서 살다가 하동에 돌아오니 어떠세요?
부산은 사람이 많아서 좋았는데 하동은 사람이 없어서 좋아요. 부산에 있을 때는 광안리에서 다양한 풍경과 사람을 구경하는 게 좋았는데, 하동에서는 적막하고 조용한 섬진강에 가는 걸 좋아해요. 저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 속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해서 이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그런데 하동에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기도 하고 볼 수 있는 전시가 없고, 무엇보다 일자리 때문에 도시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래도 일단은 하동에서 살아보고 있습니다.

오히려하동의 프로그램은 어떠셨어요?
저는 하동이 이미 익숙한 사람이니까,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즐기고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히려하동 이사님께 일러스트레이터인 제 능력을 살려 하동에서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놀랍게도 정말 전시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제 눈으로 본 매계마을의 풍경을 디지털 아트에 담고, 하동에 관련된 그림도 더해서 프로그램 마지막 날 매계 축제 때 전시했어요. 원하던 대로 작품을 만들고 전시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하동에 대해 더 알 수 있게 된 것도 좋았습니다. 하동이 고향이지만 읍에서만 살아서 매계마을은 처음 알게 됐거든요. ‘마을’이라고 하니까 낙후된 동네일 것 같았는데 막상 와보니 공간들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더라고요. 프로그램 중에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마을 분들이 다 나와서 즐기는 분위기도 정말 좋았어요.

또 어떤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고 싶으세요?
전시 프로젝트를 더 해보고 싶어요. 오히려하동에서 전시를 연 뒤로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았어요. 지금은 광양에서 하는 전시에 작가로 참여하면서 브랜딩도 하고 있어요. 포스터도 만들고 전체적인 디자인도 잡고요. 앞으로도 전시 관련해서 작업을 더 해보고 싶어요. 또 폰트 디자인도 해보고 싶어요. 하동에 아직 지역 서체가 없는데, 제가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5시 50분에 일어나서 운동하러 가요. 1시간 웨이트, 2시간 수영을 해요. 그리고 집안일을 조금 한 뒤에 10시30분 경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합니다. 작업이 끝나고 나면 하동송림공원에 가서 음악을 듣거나 걷기도 하고, 친구가 운영하는 백색공방이라는 도자기 공방에 가서 구경도 하고 수다도 떨고요. 마지막으로 일기를 쓰고 저녁 10시나 11시쯤에 자요. 가끔 친구들이 밤에 놀 때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번 루틴이 깨지면 되돌리기가 힘들더라고요. 다른 도시에 살 때는 이렇게 지내지 않았는데 하동에 오니까 건강하게 생활하고 싶어져서 루틴을 지켜 살아보고 있어요.

하동에는 어떤 분들이 오면 좋을까요?
창업에 도전할 대담한 분들, 디자인 관련 프리랜서분들, 관광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요. 저는 대도시보다 오히려 하동에서 창업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지역에는 있는 브랜드가 하동에는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하동에 새로운 브랜드 매장이 생기면 주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해요. 또 하동에는 문화예술, 농업, 서비스, 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이 필요한 일들이 많아요. 제 지인들이나 부모님만 해도 포스터 제작이 필요할 때 외부의 외주 업체에 맡기시는데, 저는 하동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직접 소통하면서 만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관광에 관해서는, 하동이 정말 아름답고 넓은데 제대로 된 여행 콘텐츠가 아직 없어요.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발굴하기 좋을 것 같아서 말씀드려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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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지구장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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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장이마을은 익산의 옛 중심지인 중앙동 ‘젊음의 거리’에 있다. 오래된 동네인 만큼 특이한 모양의 빈 건물들과 재치 있는 간판들이 넘쳐나는 곳. 수공예로 창업을 해본 사람으로서, 마을에 창업하실 분들께 절대 망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는 대표가 있는 곳. 지구장이마을이 중앙동 거리를 함께 채워나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지구장이마을 권순표 대표 ©BRIQUE Magazine

 

이번 인터뷰에서 유독 마음에 남은 단어는 ‘감사’. 지구장이마을의 권순표 대표는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동네 분들이 보내주시는 응원과 지지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감사함 때문에 동네를 활성화시켜 지역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 게다가 그런 그가 계속 일하게 하는 동력은 주도적으로 열심을 다해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이라고. 감사함이 동력이 되는 마을, 지구장이마을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

지구장이마을을 소개해 주세요.
지구장이마을은 청년들이 수공예를 통해 지구를 살리는 활동을 펼쳐나가는 마을이에요. 청년들이 친환경 기술을 익혀 소량생산, 직접생산을 하고 관련  창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그 영향력을 나누는 친환경 복합 단지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어떻게 익산에서 청년마을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익산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졸업 후에 서울에서 일하다가 다시 익산으로 돌아왔어요. 2016년에 ‘사각사각’을 만들었고, 2021년에 직원인 보미 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제로웨이스트샵을 열게 됐어요. 저희가 그동안 자투리목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던 것과 제로웨이스트샵을 묶어서 뭔가 해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주변에서 청년마을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저희는 매출의 대부분이 오프라인 매출인데, 저희가 있는 중앙동은 많은 건물이 비어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이 지역을 활성화하고 이 지역에 기여하자는 의지와 함께 청년마을을 시작했어요.

 

‘사각사각’ 작업실 ©BRIQUE Magazine

 

익산은 어떤 곳이에요?
익산은 ‘수공예’ 기술이 화려했던 백제문화권의 도시예요. 그래서 도시 곳곳에 손으로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활동하는 곳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어요. 지구장이마을을 운영하는 사각사각도 목공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귀금속이나 가죽 공예를 하는 청년들도 많아요. 또 익산은 도시와 농촌의 모습을 절반씩 가진 특이한 곳이에요. 익산역을 나오면 보이는 모습은 도시지만, 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면 논밭이 넓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지구장이마을 거점지 ‘중앙멘션’ ©BRIQUE Magazine
지구장이마을 거점지 ‘중앙멘션’ ©BRIQUE Magazine

 

마을에 어떤 공간들이 있나요?
익산의 원도심인 중앙동 메인 거리의 ‘중앙’에 지구장이마을의 거점지 ‘중앙멘션’이 있어요. 농촌의 모습을 가진 곳도 좋지만 옛 추억을 고스란히 품고 잠들어 있는 원도심을 새롭게 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중앙동에 거점을 마련했어요. 중앙멘션이 있는 거리는 ‘젊음의 거리’ 라는 이름으로 저희 거점지로 삼기에 잘 어울리는 장소예요. 중앙동은 익산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타지에서 오는 분들께도 좋은 위치고요.

중앙멘션 1층에는 원도심 활성화의 뜻을 같이하고 있는 독립서점 ‘기찻길 옆 골목책방’과 로컬 편집숍 ‘Be Mike’가 있어요. 지구장이마을의 거점지로 삼고 있는 2층의 공간명은 ‘YES(Youth Eco Storage)’에요.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의 창업 실험 공간으로도 사용하는 공간이에요. 청년들이 원하는 대로 팝업 공간을 꾸릴 수 있도록 이동이 가능한 울타리를 제작했어요. 친환경 제품에 관심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아이들의 놀이공간도 만들었습니다. 모두 목재로 만들어서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조화로운 공간으로 구성했어요. 익산에서 활동하는 원목 장난감 커뮤니티 ‘제페토’의 작업실과 제로웨이스트샵 ‘게스트지구인’도 곧 중앙멘션으로 들어올 예정이에요.

중앙멘션은 중앙동의 첫 복합 공간이에요. 저희에게 이 공간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공간을 만들면서 우리가 좋은 계획을 세운 건지, 공사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신경을 많이 쓰고 회의도 자주 했어요. 그래서 이 공간을 만든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지구장이마을 사무실 ©BRIQUE Magazine
지구장이마을 사무실 ©BRIQUE Magazine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요?
지구장이마을에 살아보면서 수공예와 친환경 아이디어를 활용한 친환경 비즈니스 창업을 계획하는 ‘그린크래프터 스타트업’, 퇴근 후에 익산에 내려와 창업 실험을 해보는 ‘퇴근하GO!’, 환경 관련 강연, 원데이 클래스, 영화상영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린크래프터 스타트업’은 창업을 계획해 보는 1주일 살이 프로그램인데, 아쉽게도 참가자 중에 창업을 원하는 친구들이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 프로그램 이후로 참가자 면접을 더 꼼꼼히 보게 됐어요. ‘퇴근하GO!’는 서울, 대전 등에서 익산까지 한 시간 반이면 올 수 있으니 퇴근 후에 익산에 와서 창업을 준비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어요. 더 많은 분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도록 익산시와 KTX 비용 지원도 얘기하고 있어요.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창업에 관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거예요. 창업 비용 지원도 준비하고 있으니 수공예 창업, 에코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마을에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지역민들은 마을 운영에 대해 어떤 반응이에요?
감사하게도 적극적인 응원을 보내주고 계세요. 조건 없이 건물을 임차해 주시겠다는 분도 있고, 마주칠 때마다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가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되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거리에 몇 년간 방치되어 있던 대형 쓰레기들을 시와 협조해서 치운 거예요. 쓰레기들이 있던 자리가 깨끗해진 것을 본 동네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사람보다 차가 더 많이 지나다니는 이 거리에 청년들이 활동하면서 동네가 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책임감 있는 마음으로 청년마을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사각사각’ 작업실 ©BRIQUE Magazine

 

마을에 오면 어떤 것을 얻어갈 수 있나요?
수공예로 창업을 해본 사람으로서 마을에 창업하실 분들께 절대 망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 있어요. 정책 자금을 사용하는 시점, 지역에서 시장을 확장하는 방법, 지역사회에서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법, 취미로 수공예를 할 때 필요한 기술과는 다른 상업 수공예 기술 등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이 많아요.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을 1개 만드는 데 10시간이 소요된다면, 취미로는 괜찮지만 수익 활동으로 이어지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에요. 그래서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나만의 지그*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런 기술을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
*지그: 대량 생산을 위해 공작물을 고정하거나 가공 위치를 쉽고 정확하게 정하는 데 쓰이는 보조용 기구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동력은 뭐예요?
함께 일하는 분들이요. 제가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하세요. 그 모습을 보면 제가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마을이 되기를 기대하세요?
수공예와 환경에 관련된 공간들이 하나의 거리에 모여 있고, 그 거리 안에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복합문화단지 형태의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공예와 환경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저희는 그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쉽고 즐겁게 수공예와 환경을 접할 수 있는 공간들로 마을을 채워나가려고 해요. 내 손으로 필요한 만큼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로 낭비 없이 머물다 가는 마을, 떠난 이후에도 나의 삶과 이어질 경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 마을을 방문하고 익산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연대를 이루어 나가기를 기대해요.

 

지역민 윤찬영 ©BRIQUE Magazine

 

익산 지역민 윤찬영 씨는 익산을 ‘저평가 우량주’에 비유했다. 인구도 적당하고, 교통도 편리하고, 해볼 수 있는 것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익산의 중앙동 거리에서 ‘기찻길 옆 골목책방’이라는 이름의 서점을 운영 중인 그. 앞으로 익산에 대한 글을 써서 익산을 더 알리고 싶다는 찬영 씨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어떻게 익산에 오게 되셨어요?
사회 문제의 혁신적인 해법을 연구하는 사회혁신 연구를 하다가 저출산 지방소멸 문제를 알게 됐어요. 저는 수도권에서 살면서 지방에 대해서는 모르고 살았는데, 지방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되고 지방에서 활동하는 팀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슬기로운 뉴로컬생활>,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를 쓰다가 직접 지방에서 활동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해 2월에 익산에 오게 됐고, 올 7월에 ’기찻길 옆 골목책방’도 열게 되었습니다.

여러 지역 중에 익산을 선택하신 이유가 뭐예요?
강화도나 목포처럼 이미 유명한 팀이 있는 지역은 피하고 싶었어요. 숟가락 얹는 것 같아서. 익산은 KTX가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고, 중앙동 동네도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오래된 원도심 거리면서 근처에 시장도 있고, 여기 한번 살려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래는 연고가 없던 지역이었는데 지구장이마을 권순표 대표를 알게 됐고, 의기투합해서 이 건물을 함께 빌렸어요. 다양한 사례를 연구해 본 결과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할 만한 사람들을 찾았고, 1년 넘게 준비한 끝에 이 공간을 열었어요.

 

기찻길 옆 골목책방 ©BRIQUE Magazine
기찻길 옆 골목책방 ©BRIQUE Magazine

 

‘기찻길 옆 골목책방’은 어떤 공간이에요?
여행, 로컬,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을 파는 서점이에요. 오시는 분들이 얼마든지 편하게 책을 읽다 갈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어요. 기다란 나무 테이블에 깔아놓은 책들은 전부 제가 이미 읽은 거니까 부담 없이 편하게 읽다 가시면 돼요. 서점 뒤편에는 디지털 노마드 여행객을 위한 코워킹 테이블도 마련해 뒀어요.

서점 운영 이외도 계획 중인 활동이 있나요?
익산을 알리는 글을 쓸 예정이에요. 익산 주변의 도시인 전주나 군산을 알리는 책은 있는데 익산을 알리는 책은 찾기 어렵더라고요. 글을 써서 익산도 알리고, 서점도 알리고, 저도 알려서 글쓰기 강의도 할 계획이에요.

지구장이마을과 함께 활동하기도 하세요?
행사에 모실 작가 섭외를 도와드린 적이 있어요. 저도 지방의 청년들에게 더 많은 문화적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글쓰기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익산에서 창업하는 것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익산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에요. 저는 익산이 저평가 우량주라고 생각하는데, 인구도 적당하고 교통도 편리하고 해볼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에요. 전주나 군산은 이미 너무 유명해진 곳이잖아요. 익산에 오시면 직접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그 성과를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또 익산은 텃세가 없는 곳이에요. 1912년에 이리역이 만들어지면서 새롭게 생긴 도시라, 이주민도 많아요. 원광대학교를 다니다가 눌러앉은 사람들도 많고요. 외지인이 많다 보니 텃세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맛집을 창업하실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거리를 찾는 분들도 많아지니까요.

 

익산역 ©BRIQUE Magazine

 

 


 

2023 청년마을 공식계정.
인스타그램 @localbegins

경남 하동 오히려하동.
인스타그램 @whynot_hadong

전북 익산 지구장이마을.
인스타그램 @jigujang2m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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