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리츠커 건축상, 프란시스 케레 선정

에디터. 김지아  자료. 하얏트재단The Hyatt Foundation

 

올해의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가 지난 3월 15일 발표됐다. 서아프리카 출신의 건축가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Diébédo Francis Kéré가 그 주인공이다. 부르키나파소의 간도에서 촌장의 아들로 태어난 케레는 마을에 학교가 없어 어린 나이에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났다. 장학금을 받아 독일의 목공 직업 학교에서 유학했고, 베를린 공대에 입학해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학교, 공원, 병원 등의 공공건축을 선보인 케레는 지속 가능한 지구와 주거,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건축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심사위원단은 “케레는 건축가로서, 봉사자로서 이 세계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곳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체험을 향상시키고 있다”면서 “건축이 대상이 아니라 목적이라는 것,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일깨운다”고 덧붙였다.

프리츠커 건축상은 매년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결합을 보여주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특정 건축물이 아닌 건축가의 건축 세계 전반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하며, 하얏트 호텔 창업주인 제이 A. 프리츠커와 신디 프리츠커 부부가 1979년 제정했다.

 

프란시스 케레 <사진 제공 = 하얏트재단>

 

기후 환경을 고려한 재료와 기술
케레의 작업은 아프리카 국가의 교육 시설부터 사회·공공 공간, 문화 시설까지 다양하게 아우른다. 첫 프로젝트인 ‘간도 초등학교Gando Primary School’(2001)를 시작으로 근작인 ‘스타트업 라이온스 캠퍼스The Startup Lions Campus in Kenya’(2021)에 이르기까지 그는 여러 작업에서 기후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과 지역의 재료를 영리하게 활용한 건축을 선보여왔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고향에 지은 ‘간도 초등학교’(2001) Photo courtesy of Erik-Jan Ouwerkerk

 

대표적 예로, 부르키나파소의 ‘간도 초등학교’는 극한의 더위와 열악한 조명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를 필요로 했다. 그의 해답은 토착 점토를 활용한 시멘트 강화 벽돌과 높이 들어 올린 지붕이었다. 두 요소를 통해 건물은 공조시설 없이도 내외부 환기와 온도 유지가 가능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학교의 학생 수는 120명에서 700명으로 늘었고, 이후 교사 주택(2004), 본관 증축(2008), 도서관(2019) 등으로 학교는 점차 확장됐다.  

 

케냐 투르카나 지역에 위치한 정보 통신 교육 시설 ‘스타트업 라이온스 캠퍼스’(2021)는 높이 설치된 세 개의 환기구를 통해 공기를 유입하고 건물 내 온도를 조절하도록 설계되었다. Photo courtesy of Francis Kéré
현지 채석장에서 조달한 석고를 사용해 마감했다. 재료 사용과 기술에 있어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고, 지역 사회와 협력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Photo courtesy of Francis Kéré

 

2021년 완공된 케냐 소재의 정보 통신 분야 교육 시설 ‘스타트업 라이온스 캠퍼스’ 역시 지역의 기후를 고려한 설계가 돋보이는 작업이다. 현지 채석장에서 조달한 석고로 건물을 마감했을 뿐 아니라, 따뜻한 공기를 배출할 수 있는 환기구를 높이 만들고 아래로는 인체 높이의 개구부를 두어 자연적인 공기의 순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온과 주변의 흩날리는 흙먼지로부터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은 내부 기술 장비의 손상을 막는 등 기능적인 부분과 더불어 심미성, 건축 과정에서의 효율성 등이 두루 고려됐다.

 

지역 사회를 위한, 지역 사회에 의한
소외된 지역 사회를 위한 건축을 설계해 온 케레의 작업에서 ‘공동체’는 중요한 요소다. 그의 작업은 공동체를 위한 건축에서 나아가 과정이자 요소로서의 공동체를 포함한다. 공정, 재료,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각기 고유한 특성을 지닌 건물들은 지역 사회와 전통,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다.

 

부르키나파소 라옹고 사회복지센터(2014) Photo courtesy of Francis Kéré

 

다양한 높이의 프레임 창을 내어 서 있는 의사부터 앉아 있는 방문객, 누워 있는 환자까지 동등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부르키나파소 라옹고 사회복지센터Centre for Health and Social Welfare’(2014)는 그의 작업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모든 사람’을 향한 건축적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코첼라벨리 음악 페스티벌을 위해 만든 축제 텐트 ‘Sarbalé Ke’(2019) Photo courtesy of Iwan Baan
서아프리카 지역의 바오밥 나무 모양을 모티프로 했다. Photo courtesy of Iwan Baan

 

미국 캘리포니아 코첼라벨리 음악 페스티벌을 위해 만든 축제 텐트 ‘Sarbalé Ke’(2019)는 케레가 나고 자란 서아프리카 지역의 바오밥 나무를 모티프로 삼았다. 그의 작업에는 나무 아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미래를 토론하고, 때로 축하를 나누기도 하며 교제하는 서아프리카 공동체의 전통이 디자인 요소로 녹아 있다.

 

부르키나파소에 지은 학교 ‘리세 쇼르게’(2016). 모듈형 건물 9개를 방사형으로 배치했다. Photo courtesy of Francis Kéré
부르키나파소의 ‘외과 진료소 및 건강센터’(2014) Photo courtesy of Francis Kéré

 

케레는 “모든 사람은 품질, 사치, 안락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기후와 민주주의, 희소성에 대한 우려는 모두의 몫”이라는 뜻을 전했다.

프리츠커 측은 “케레는 자신이 태어난 지역 사회를 살리기 위해 헌신했을 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세상에서 실천으로서의 건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방법을 모색했다”면서 “건축이 지속적인 행복과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런던 ‘2017 서펜타인 파빌리온’ Photo courtesy of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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