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현준 자료. 준 아키텍츠 June Architects
벽돌집은 어디에나 있는 줄 알았다. 김현석의 벽돌집을 알기 전까진.
평창동 기슭에 미색의 벽돌집이 그림처럼 서 있다.
예각의 날렵함, 원만하게 둥글린 너그러움을 넘나드는 집의 품이 새벽처럼 고요하다.
하물며 힘차다.
벽돌은 단단해 보이지만 어딘가 따뜻하고 포근한 구석이 있다는데 모두가 다소간 동의할 것이다.
내유외강이랄까. 건축가 김현석은 평창동 벽돌집을 설계하며 두 지점에 착안했다.
벽돌의 이중성이 빚는 매스감, 그리고 집 안팍의 긴밀한 관계맺음이다.
형태, 부피, 질감
설계 초반에는 건축적으로 여러 시도를 했다. 예컨대 공간을 좀 더 여유롭게 활용하려고 3층에 중정을 배치해봤는데, 크기가 어정쩡하고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공간의 스케일과 빛의 효과를 고려할 때 완성도가 되려 낮아지는 경우였다. 그래서 형태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기능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집을 짓는데 집중했다.
물론 건축적인 시도도 존재한다. 건물 내부와 외부가 어떻게 관계 맺는지, 건물 전체가 갖는 매스감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평창동 벽돌집의 외관이 풍기는 분위기는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단단한 느낌일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실들은 테라스를 통해 외부와 긴밀히 소통한다. 전체적인 부피감은 재료와도 연관이 있는데 벽돌을 통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텍스처와 매스감을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매스감은 대지의 형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예각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잘라내 동그랗게 만드는 것이다. 둥근 모서리와 박공 지붕이 마주치며 만드는 곡선, 대각선이 빚는 형태적 감각을 생각하면 편하다. 단열재가 두껍다 보니 벽의 두께만 50cm 가까이 나왔다. 벽의 깊이와 벽돌의 질감을 활용해 건물 전체에 볼륨감을 더하고 싶었다. 창호가 벽을 비스듬히 파고들거나 동그랗게 감은 까닭이다.
벽돌
처음에 건축주는 더 진한 색깔의 벽돌을 쓰는 것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주변 환경에 비해 집의 볼륨이 큰 편이라 진한 색의 덩어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색이 밝다고 유지 관리에 특별한 어려움이 따르는 건 아니다. 흰 차보다 검은 차에 앉은 먼지가 눈에 잘 보이듯 되려 미색의 밝은 벽돌이 관리하기에 용이할 수 있다.
자연경관지구
자연경관지구는 자연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건축 행위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구역을 뜻한다. 평창동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래서 몇 가지 규제가 존재한다. 건물 층수는 3층으로 제한되고, 건폐율은 40% 이하여야 하며, 지붕은 박공 형태를 따라야 한다.
층수와 층고
높이제한이 있었음에도 천장의 층고를 높일 수 있었던 건 1층 거실의 층고를 내려서다. 둥근 벽의 테라스, 3m 높이의 탁 트인 화장실은 온 가족이 쓸 수 있도록 두 개 세면대와 큰 욕조가 있다. 마스터룸의 천장고도 2.8m로 개방감을 선사한다. 불과 30cm 차이가 실제 공간에서는 매우 큰 차이로 다가온다. 즉, 같은 평면일 때 사소한 높이 차이가 완전히 다른 단면을 만드는 셈이다. 3층을 계획하면서 주변 집들보다 높이 차이가 심하지 않을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건축주에겐 꼭 필요한 공간이었다. 3층 역시 층고가 가장 높은 부분은 3.4m에 달한다.
테라스
건축주에게 테라스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었다. 사용 공간에서 곧바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경험을 하길 바랐다. 집 안에 있다가 얼른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울 수 있는 식의 공간 말이다. 참고로 건축주는 비흡연자다. (웃음) 돌출형 테라스는 분명 외부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내부로 관입한 테라스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걸친 반 외부적 공간으로 보다 아늑한 외부를 경험할 수 있다. 둥근 테라스, 세모난 테라스. 모든 방엔 각기 다른 매력의 반외부 테라스가 있다. 공용공간뿐 아니라 각자의 공간에서도 직접 외부를 대할 수 있는 것. 안방의 테라스는 반쯤 걸친 다공 벽을 두고 있어 햇빛과 바람을 들이면서 외부의 시선은 차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