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순간

[Be Curated] ② 플레이리스트 채널 운영자 ‘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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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윤정훈  사진. 윤현기  자료 제공. 리플레이

 

‘큐레이션curation’은 과거 미술관, 박물관에서만 사용하던 용어였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와 상품에 노출되는 지금, 큐레이션이라는 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널리 쓰인다. 큐레이터는 더 이상 학예사만을 뜻하지 않으며 큐레이션의 대상 역시 예술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뉴스, 책, 음악, 소품, 공간, 심지어 사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압도하는 정보 과잉으로 인해 모든 것이 필터링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남다른 안목과 뾰족한 취향으로 일상의 속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하는 이들을 만났다. 콘텐츠를 선별해 맥락과 가치를 부여하는 그들에게 큐레이션이란 ‘크리에이션creation’이다. 밀도 높은 취미이자 비즈니스 수단, 또 다른 자기 정체성의 표현이다.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정보 가운데 그들이 구심점으로 삼은 것은 무엇일까. 온오프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써내려간 고유한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 속 더 나은 선택, 나다운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Be Curated
① 시간이 쌓이며 더욱 공고해지는 세계 — 더레퍼런스
② 머물고 싶은 순간 — 리플레이
③ 나에서 시작해, 우리가 투영되는 — TWL
④ 가장 예술적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 라이카시네마
⑤ 전시와 공간이 함께 짓는 이야기 — 피크닉
⑥ Life Curators
⑦ My Space Museum

 


 

음악과 사진에는 시간을 붙잡아 두는 힘이 있다. 플레이리스트 유튜버 ‘리플레이LEEPLAY’는 직접 찍은 사진에 선별한 음악을 더해 기꺼이 머물고 싶은 순간을 선사한다. 꿈꾸던 여행지를 실제로 마주할 때의 얼떨떨함과 일렁임, 미묘하게 달랐던 그 여름의 향기, 기어이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게 만드는 선선한 밤거리. 찰나의 순간들은 선별된 음악을 타고 한층 선명해진다. 그의 플레이리스트는 사적 기억 저장소이자 무뎌진 감각이 올라서는 자리다. 사소하고 사사로워 일일이 말하기 주저했던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자기만의 방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은 저만의 의미를 쌓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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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마케터라고요. 어쩌다 플레이리스트 유튜버가 됐나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 추천과 사진에 관심이 많았어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BGM 리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가 사주신 카메라로 사진 찍는 버릇을 들였죠. 대학생이 되고 나서 인스타그램 음악 추천 계정과 사진 계정을 운영했는데 더 많은 사람에게 제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마침 유튜브가 성행하는 분위기였고 또 다른 제 강점은 음악 추천이니 두 가지를 결합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코로나19 재택근무로 줄어든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영상을 만들었어요. 

 

맨 처음 올린 영상은 뭐였어요?
처음부터 제 시선이 담긴 사진과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다루겠다는 기준이 있었어요. 첫 영상은 두 아티스트를 믹스한 플레이리스트로, 죠지와 기리보이의 노래 중 비슷한 무드의 곡을 연결한 50분짜리 영상이었죠. 그다음은 혼네HONNE와 레이니LANY였고, 검정치마 잔나비 믹스 영상으로 구독자가 1천 명까지 훌쩍 늘었어요. 그때를 기점으로 결합할 아티스트를 더 찾고 주제를 다양화했어요. 

 

처음부터 타깃을 정하고 그에 맞는 리스트를 선별한 건 아니었네요. 
타깃을 정하고 시작하진 않았고 지금도 그래요. 제가 좋아하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컸어요. 또 추천했을 때 다른 사람이 좋아하면 뿌듯하잖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된 것 같아요. 

 

선호하는 음악 장르나 아티스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요?
제 음악 취향의 뿌리는 R&B예요. 음악은 무척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지만 중학생 때 보이즈투맨과 브라운아이드소울에 빠지며 취향을 다지게 됐어요. R&B 장르 음악은 소울풀한 느낌부터 그루비하고 재지한 것까지 정말 다양한데, 저는 그루비한 분위기를 좀 더 선호합니다. 너무 신나지 않으면서 조용하지도 않은, 선선한 밤 거리를 거닐며 적당히 리듬을 타게 만드는 노래들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단연코 브라운아이드소울입니다. 데뷔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제 마음 속 1등이죠. 작년 KBS 라디오의 고정 게스트로도 활동한 적 있는데 매번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음악을 추천했더니 나중엔 멤버분들이 저를 팔로우해주셨어요. 성덕이 된 기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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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가 70만 명까지 늘었잖아요. 그 사이 큐레이션 기준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나요?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구독자 연령대와 국적이 다양해졌지만 모든 사람의 니즈를 만족시킬 순 없고 제가 모르는 노래나 가수도 많잖아요. 높은 조회수가 예상돼도 채널의 무드를 해치는 콘텐츠는 올리지 않아요. 제 취향의 음악과 사진을 고집하되 다른 방식으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방식을 택해요. ‘재벌집 막내아들’ 방영 시 ‘재즈집 막내아들이 연말을 보내는 방법’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것처럼요. 클릭을 유도하되 제가 선호하는 무드는 유지하며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향을 유지하는 건 좋지만 매번 같아서도 안 되겠죠. 
그래서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요. 일상 속 음악이 있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거기에 맞는 노래, 제목, 사진 등을 정하죠. 와인 바라는 하나의 상황으로도 여러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어요. 비 올 때의 와인 바, 친구들과 놀 때, 연인과 있을 때, 혼자 마실 때 분위기가 다 다르니까요.

 

‘카페가 귀찮아서 집을 카페를 만들어 버렸다’(2023)와 같은 플레이리스트 제목이 재밌어요. 이런 제목을 뽑아내는 비결이 궁금해요.
상황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려고 해요. ‘카페에서 듣기 좋은 음악’ 이런 식의 제목은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여행 갈 때 듣는 음악’보다는 ‘여행 준비할 때 듣는 음악’이 더 구체적이고, 여행 준비는 짐을 싸는 행위이니 아예 ‘캐리어에 짐 싸는 중’이 제목이 될 수 있죠. 여행이라는 단어 없이도 여행이 느껴지는 상황을 풀어내려다 보면 하나의 카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새로운 노래는 어떻게 찾나요?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는지도 궁금해요.  
유튜브 뮤직이랑 스포티파이를 주로 이용해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추천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따라가 재생 목록을 만들기도 하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에 참여한 편곡자나 피처링 아티스트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하나를 깊게 파고들진 못하지만 상황이나 무드에 잘 어울리는 노래, 아티스트를 추천할 만한 정도는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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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롭게 관심 두게 된 아티스트가 있나요?
‘PawPaw Rod’라는 아티스트예요. 래퍼인데 소프트한 음악을 추구하더라고요. 힙한 편집숍이나 동네 한 바퀴 돌아다니며 듣기 좋은 것 같아요.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영상 편집 자체는 3~4시간 정도지만 선곡, 상황 및 제목 설정, 사진 선정과 보정 등에 고민이 따르는 관계로 주 1회 업로드를 하고 있어요. 평일엔 주로 음악 서칭에 집중합니다.  

 

곡과 곡 사이의 이음새를 특히 신경 쓰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나의 주제로 묶인 플레이리스트 속 노래들은 일정한 톤과 분위기로 이어져야만 듣는 순간의 무드가 깨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플레이리스트는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정적이 있는데 이렇게 끊기는 타이밍을 두고 싶지 않았어요. 따라서 전체를 하나의 노래처럼, 곡이 언제 바뀌었는지 알아채지 못하도록 순서와 곡 사이 연결부를 많이 신경써요. ‘백예린과 바다의 윤슬’(2021)이라는 플레이리스트에서 1번 트랙 ‘I’m in love’와 2번 트랙 ‘I am not your ocean anymore’이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1번 트랙 끝 부분 템포를 2번 트랙의 도입부 박자와 맞춰가며 페이드아웃 처리를 했어요. 이를 알아챈 많은 분이 댓글로 반응을 해주었고, 이 같은 이음새 때문에 이 플레이리스트를 찾게 된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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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진은 어떤 식으로 매칭하는지 궁금해요.
노래를 들으며 어떤 장면이나 순간을 떠올려요. 바다가 생각나면 제가 찍어둔 바다 사진과 적절한 제목을 매칭하죠.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 곡을 리스트업하고요. 사진을 찍었던 상황이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과 제목을 선정하는 거죠. 

 

큐레이션은 무척 주관적인 행위잖아요. 소위 말해 먹힐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겠죠. 그럼에도 자신의 감을 믿고 이 일을 꾸준히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말씀처럼 큐레이션은 개인의 취향이 녹아든 것이기에 반응이 항상 같진 않아요. 제 경우는 조회수로 분명히 드러나죠. 유튜브 특성상 제목과 썸네일에 승부수를 두는 게 맞겠지만 결국 그 또한 다 제각각이잖아요. 결국 채널을 성장시키며 쌓아온 분위기나 취향을 더 명확히 해서 꾸준히 제 콘텐츠를 올리는 게 맞다고 봐요. 굵직한 취향은 자발성에서 비롯하고, 원동력은 재미예요. ‘이렇게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싶을 때 더 자신감이 붙고 결과물이 기대되어 좋은 영상을 빠르게 만들 수 있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일지라도 스스로 좋아하는 걸 믿고 재미를 느껴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새는 알고리즘이나 AI에 기반한 큐레이션도 잘 되어 있는데, 사람이 큐레이션한 플레이리스트가 어떤 차별점을 갖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대는 아직 기술이 건드리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친구로부터 듣는 진심 어린 조언과 챗 GPT의 나이스한 답변이 같은 말이라도 받아들이는 데 차이가 있는 것처럼요. 사람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는 공감의 여지가 더 있는 것 같아요. AI가 ‘누워서 귤 까 먹을 때 좋은 음악’이라고 하긴 어렵겠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일상의 이야기야말로 사람이 만드는 플레이리스트의 매력이자 힘 아닐까요. 

 

그렇다면 음악엔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일상을 바꾸는 힘이 있죠.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늘 배경으로 삼았어요. 여행을 가든, 공부나 일을 하든 항상 음악이 있었죠.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한 곡의 노래로부터 위로받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내기도 하잖아요. 특히 플레이리스트라는 큐레이팅된 콘텐츠는 어떤 분위기나 공감대를 가져오는 매개체로 역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점이 플레이리스트를 소비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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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풍경 사진을 찍잖아요. 특별히 어떤 풍경에 마음이 가나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풍경이요. 편안히 일상을 보내는 순간을 포착하고자 도시, 공원, 바다 등을 돌아다니며 촬영하고 있어요.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도 꾸준히 올려 왔죠. 
그게 쌓이다 보니 좋은 협업의 기회도 오더라고요. 작년 후지필름에서 제 사진을 보고 함께 팝업스토어를 꾸려보자는 제안을 해 왔어요. ‘영감의 방’이라는 주제로 제 사진과 플레이리스트, 소장 LP 등으로 공간을 꾸몄죠. 제 콘텐츠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알릴 수 있는 기회였어요. 최근 독립해 집을 꾸미고 인스타그램 계정(@leeplay.at.home)을 따로 만든 이유도 그 일환이에요. 집은 음악을 많이 듣는 장소이고 개인의 취향 집합체잖아요. 집과 음악, 요리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에요. 플레이리스트 유튜버지만 음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음악을 벗어던지고서라도 저라는 사람을 알리는 활동이 있어야 진정한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해요.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요?
취향이 모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 나만의 것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시작은 어렵지만 일단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재밌어 보여 시작한 일이 어느덧 3년이 됐네요. 살면서 이렇게 뭔가를 계속 한 건 처음이에요. 종종 끈기 있고 부지런하다는 말을 듣는데 그렇지 않아요. 다만 그때마다 정말 이 일을 즐기고 있다는 걸 체감해요. 사소할지라도 내가 관심 있는 것부터, 상상만 해서는 안 되고 일단 실행해야 하죠. 처음부터 잘 되려고 애쓰기보다 일관된 톤으로 계속 해 나가면 어느 순간 기회가 온다는 마인드여야 쉽게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오롤리데이, MGRV, 29CM와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최근 2023 서울재즈페스티벌까지. 플리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표본으로서 활발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리플레이의 협업 기준이 궁금해요. 
채널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합을 잘 맞춰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즉 ‘협업의 그림이 잘 그려지는’ 브랜드 위주로 진행해요. 제 구독자나 팔로워들이 선망하는 브랜드라면 더 좋고요. 광고라도 제게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현실적 단가도 중요하나 협업의 결과물이 제 채널에서만큼은 단순 광고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해요.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건 저고 그걸 보는 건 제 구독자들이니까요. 채널과 맞지 않는 영상을 올려 변질됐다는 인상을 주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거니와 콘텐츠의 깊이나 제작자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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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달린 댓글을 통해 많은 사람이 리플레이의 영상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댓글을 꼽는다면요? 
제 플레이리스트 ‘어느 여름날의 향’(2021)’에 이런 댓글이 달린 적 있어요. ‘이 채널의 플리와 썸네일, 제목이 좋은 이유는 내 인생에서 잊고 살던 좋았던 순간, 시간들과 기억들을 사진첩처럼 뒤적여 보게 해줘서. 그 흐릿한 기억을 선명하게 만들어 주니까 별거 없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이 생각보다 예쁘고 재밌고 행복하네.’ 제가 채널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짚어주어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렇다면 가장 애정하는 영상은 무엇인가요?  
코로나19 유행 때 여행에 대한 갈증이 높았잖아요. 파리 여행 때가 생각나 예전에 찍어둔 에펠탑 사진을 배경으로 ‘우리 나중에 파리 여행 가면 에펠탑 보면서 같이 듣자’(2020)를 만들었어요.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기도 한데, 요즘 들어 실제로 파리에 가서 이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다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영상을 통해 파리 여행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고 꿈을 이뤘다는 이야기들이었죠. 계속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게 감사하면서도 신기했어요.

 

구독자 10만 기념으로 채널 커뮤니티에 쓴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일상의 여백을 내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구독자들 일상의 여백이 새롭게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리플레이 님 역시 많은 위로와 영감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였죠. 사이드잡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본업이 있음에도 플레이리스트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브랜드가 성장하는 재미도 있지만 사람들의 피드백이에요. 제 시간을 일정 부분 내어 만든 결과물이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거나 목표 또는 전환점이 되더라고요. 누군가의 선택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 큐레이팅의 힘이자 이 일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리플레이의 영상에는 붙잡아 두고 싶은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어요. ‘당신에게는 영원히 머물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처럼요.  
기억에라도 머물고 싶은 순간이 하나쯤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공유한 플레이리스트예요. 
썸네일은 이탈리아 돌로미티 여행 때 찍은 사진인데, 취업 전 우연히 알게돼 바라기만 하던 곳에 막상 가니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두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했죠. 제게 사진은 간직하고 싶은 풍경이에요. 플레이리스트에는 그러한 강렬한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고요. 물론 그 덕에 더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가짐도 굳건히 하게 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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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LEEPLAY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leeplay.official)를 운영하고 있다. 일상 혹은 여행지에서 오래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그와 어울리는 주제와 음악을 큐레이션해 매주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올리고 있다. 

 

‘Be Curated’  전체 이야기를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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