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무리 라이프, 주체적인 농촌 생활

[Wellness Lifestyle] ⑥ 오남도 · 정광하 꽃비원 공동 대표
에디터. 김태진  사진. 곽신

 

‘웰니스wellness’는 몸, 마음, 정신이 조화를 이룬 최선의 상태인 ‘웰빙well-being’에 도달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웰니스를 키워드로 내세운 활동과 제품, 서비스가 넘쳐난다. 하지만 웰니스는 단기간에 소비되는 트렌드가 아니다. 오래 지속되어야 할 문화,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가 바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Wellness Lifestyle’이다.

건강하고 균형있는 삶을 추구하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먹거리로 치유와 회복을 이야기하는 사람, 명상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고 가꾸는 사람, 자기만의 호흡으로 즐기며 달리는 사람, 요가를 통해 중심을 잡고 매일 수련하는 사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제철 음식과 차를 나누는 사람.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살아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 멀리 있지 않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Wellness Lifestyle
① 오직 나를 위한 러닝 — 김성우 마인드풀러닝 스쿨 코치
② 계절의 변화를 감각하는 찻자리, 초심헌 — 김용재 청년청담 대표
③ 나의 몸은 내가 먹은 것으로부터 — 황효진 인성물산 대표
④ 몸을 도구로 쓰는 명상, 요가 — 신지혜 나투라 프로젝트 대표
⑤ 나를 발견하고 힘껏 감싸 안는 삶 — 최소연 들을리 소향 대표
⑥ 노No무리 라이프, 주체적인 농촌 생활 — 오남도 · 정광하 꽃비원 대표
⑦ 자극 대신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 경서윤 마인드풀니스 명상안내자
⑧ Life Curators 8인

 


 

사람은 제각기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주체적으로 가꾸려는 욕구를 가졌다는 본질 말이다. 그러나 주체적인 삶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 세상은 유례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SNS를 통해 매일 같이 그럴싸하게 꾸며진 타인의 삶을 목격하며 살아야하니 말이다. 

논산에서 농사를 짓고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는 주체적인 농장 ‘꽃비원’을 운영하는 오남도, 정광하 부부는 무리하지 않는 ‘노No무리 라이프’를 선언하고 남다른 삶의 방식으로 농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농사와 농가 레스토랑, 스테이를 운영하며 자급자족 구조를 만들고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면서 말이다. 초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시간이 멈춘듯 고요한 논산 꽃비원에서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꽃비원 홈앤키친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광하 대표(왼쪽), 오남도 대표. ©BRIQUE Magazine

 

농장같지 않은 농장 

 

정원 앞에 붉게 핀 피라칸타 열매가 아름다워요. 꽃비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정광하 꽃비원은 ‘꽃비가 내리는 과수 정원’이라는 뜻이에요.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장과 스테이, 키친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수확한 작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나누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종종 도시에서 열리는 마르쉐@*에도 참가하죠. 때때로 꽃비원과 연결된 분들께 꾸러미 상자에 갓 수확한 채소를 담아 보내기도 해요. 

*마르쉐@ 각지에서 온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가 함께 모여 개최하는 시장 

 

©BRIQUE Magazine

 

어떤 계기로 이곳 논산에서 꽃비원을 운영하게 되었나요? 

오남도 사실은 연애할 때부터 ‘언젠가 농촌으로 내려가겠구나’ 생각했어요. 계속해서 시골에서 사는 삶을 꿈꿨거든요. 특별한 계기라면, 미국에 살면서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아이가 생기는 시점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그동안 꿈꿨던 귀농생활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시작했어요. 

정광하 저는 농촌에서 자라서 농촌 생활이 익숙하기도 했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도시에서 생활할 때도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꾸준히 뒀어요. 남도 씨는 서울에서 자라 농촌에 대한 경험은 공유하지 않았지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가 있었죠. GMO** 식품이나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가공식품의 불건강함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어요. 각자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문제의식을 체감할 수 있는 현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식재료를 자급자족해야겠다는 공통된 관심사를 나누며 귀촌을 꿈꿨죠.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줄임말.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 

 

©BRIQUE Magazine

 

농장에 방문했을 때 조금 놀랐어요. 막연히 농장이라고 했을 때 광활한 대지에 빼곡히 펼쳐진 작물들을 상상했었거든요. 꽃비원의 농장은 기존의 농장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정광하 농업의 순환구조를 생각하고, 우리가 오래도록 즐겁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에요. 밭을 보시면 노지에 풀이 듬성듬성 자라있는데, 꽃비원은 보통 5월부터 손과 예초기로 농장 곳곳에 올라온 잡초를 제거해요. 작기가 긴 작물은 잡초가 자라지 않게 비닐 멀칭vinyl mulching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손과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식으로 진행해요. 이게 과거에도 문제없이 해오던 방식이잖아요. 

토양이 지속 가능한 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운은 최소화하고 심경(깊이갈이)보다 천경(얕이갈이)을 해요. 서로 경합하지 않는 작물을 혼작(섞어짓기)하고 간격을 넓혀 작물 간 간섭을 최소화해요. 그리고 한 작물을 한곳에 오래 심기보다 구역을 나눠 윤작(돌려짓기)***을 하죠. 그리고 중간중간 자라나는 과정에서 토양에 질소를 공급하는 콩을 심어 지력을 높여요. 나무 밑에는 월동하는 키 작은 작물을 심어 매년 관리해 나가고요. 채소밭에도 활엽수를 심어 겨울에 낙엽이 땅을 덮을 수 있도록 해요. 

***윤작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미생물 조절로 지력 증진에 기여하는 농작법 

 

두부 공장으로 이용되던 창고형 건물을 개조한 ‘꽃비원 홈앤키친’ ©BRIQUE Magazine
오남도, 정광하 대표가 직접 요리하는 식당, ‘꽃비원 홈앤키친’ 내부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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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야 알 수 있는 식재료 이야기 

 

농촌 생활은 노동량이 많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클 것 같아요. 체력 관리는 따로 하나요? 

오남도 노동과 운동은 다르더라고요. 농장 일을 계속하다 보니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더라고요. 특별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지만 자주 산책하려고 해요. 남편과 아이는 요즘 보드를 타고요. 그럴 때마다 같이 운동장이나 공원, 강변에 가서 자주 걸어요.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 생활에 불편함은 없나요? 

오남도 서울까지 차로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려요. 너무 멀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거리죠. 처음에는 지방에 내려가면 문화생활이 부족할 것 같아서 걱정했었는데 꼭 그렇지 않았어요.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주변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찾을 수 있어요. 

정광하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특히 농촌에서 육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지금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이가 자랐고, 식탁에 올라오는 채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알죠. 그래서인지 아이가 채소에 대한 편견 없이 음식을 고루 먹어서 좋아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도시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경우도 많아요. 제가 시골에서 살다가 대학생이 되면서 올라왔을 때는 시골이 문화적으로 부족한 게 많아 불편한 점도 많았는데, 지금은 초고속인터넷과 최소한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어요. 

 

‘슬로 라이프’의 저자, 쓰지 신이치를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광하 대표 ©BRIQUE Magazine
아들 원호와 그의 탄생수 ‘원호나무’를 뒤로하고 찍은 가족 사진 ©BRIQUE Magazine

 

부족한 것 없이 충분한 농촌 라이프 

 

꽃비원의 작물은 시중의 농산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정광하 자연스럽게 자라온 꽃비원의 채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려 해요. 직접 농작을 해보니 작물이 모두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자라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현재의 유통 구조는 규격화된 농산물만을 취급하죠. 그렇다 보니 농가들은 똑같은 모양의 채소를 생산하기 위해 비닐을 씌워 틀을 잡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닐이 버려지기도 하고, 유통 과정에서 기준에 맞지 않는 모양을 가진 작물은 의미 없이 버려져요. 농업대학과 농산물 유통회사는 효율적인 측면에서 작물의 품질을 규격화하는 것이 특별한 기술이라고 가르치죠. 

그래서 마르쉐@에 나갔을 때 아직 잎이 달린 당근을 선보여 드렸죠. 그 당시만 해도 당근이라고 하면 모두 주황색 뿌리만 있는 모습을 떠올렸거든요. 그리고 배 꼭지를 자르면 배가 커 보이는 효과가 있음에도 배 꼭지가 그대로 달린 것들을 판매했어요. 꽃비원의 작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린 것은 그간 어떤 모습으로 자라왔는지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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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먹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남도 가공식품에 포함된 화학첨가물은 곧바로 신체적 반응을 보인다기보다 서서히 누적되는 과정을 거쳐요. 대부분 석유화학 첨가물로 가공을 마친 제품이고요. 이런 사실을 알게 됐을 때부터 굳이 내 입에 넣고 싶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농민단체에서 일할 때 같이 점심을 지어 먹은 적이 있는데, 별도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선한 야채를 곧바로 요리했죠.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가득 채워진 음식 맛이 특별하게 느껴졌고, 소화에 불편함 없이 속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광하 사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요. 그저 편리함에 매몰되어 요리하는 과정을 생략할 뿐이죠. 식재료를 만져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어요. 흙 묻은 당근을 씻어보면 간접적으로 당근이 땅속 깊이 박혀 있었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죠. 하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바쁘다 보니 끼니를 처리해야 할 일처럼 대하고, 빨리 먹어 치우기 바쁘죠. 앞만 보고 나아가다 보면 사소하지만 뜻깊은 즐거움을 놓칠 수밖에 없어요.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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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와 농촌의 연결 

 

맞아요. 도시의 삶은 목표를 향해 바쁘게 돌아가죠. 이 부분에서 농촌 생활이 도시인에게 전해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정광하 제가 도시에 살다가 농촌으로 오게 된 계기는 무언가에 소모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자신만의 속도가 있는데 도시의 경쟁 속도에 억지로 꿰맞춰야 하는 모양새였죠. 외부 환경에 자꾸만 휩쓸려가는 탓에 도시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던 거죠.

사실 농사를 짓는 시골에서도 시설 재배를 한다거나 대규모 재배를 하면 도시의 삶과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어요. 제때 하우스 온실을 관리 해줘야 하고 제시간에 작물을 관리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저희는 자연과 맞닿은 노지에서 키우다 보니 자연의 흐름에 맞춰 조금 더 마음 편하게 키우고 있어요. 물론 기후 변화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날씨처럼 저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은 그저 겸허히 받아들이는 거죠. 

오남도 어쨌거나 농사는 저희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잖아요. 물론 이 일을 하기 위해 도시의 직장인처럼 계획을 세우거나 반복 작업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주체적인 선택으로 인한 결과이기에 더욱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외부의 압박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죠.

저는 서울에 있을 때 미아동에서 양재동까지 편도에 1시간 반에서 2시간을 걸려 다녔어요. 야근을 마치고 택시를 타니까 30분 거리더라고요. 차 안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근데 이곳에서는 농장이 가깝기도 하고, 15분 거리에 금강이 있어요. 엊그제도 남편과 아이와 함께 도시락을 싸 들고 소풍 다녀왔어요. 사실 도시에서 이런 생활을 즐기려면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미리 장소도 알아봐야 하잖아요. 여유라는 측면에서 농촌의 삶이 도시보다 더 풍요롭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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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으로서 혹은 소비자로서 건강한 식재료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정광하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해요. 윤리적인 소비를 해야 하는 거죠. 윤리적인 소비는 결국 윤리적인 생산을 불러일으켜요. 이러한 흐름이 생산자가 농약을 사용하지 않게 하거나, 유기농법에 대한 연구 등 지속 가능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요.

저는 생산자 입장에서 그 부분의 해결책을 도시와의 연결에서 찾고 있어요. 꽃비원 스테이라든지 마켓, 제철 꾸러미 등으로 도시와 관계를 맺는 이유는 오셔서 경험하시길 바라서입니다. 관계가 지속되다 보면, 꽃비원뿐만 아니라 다른 농가에 가셨을 때도 그곳의 농부들을 알아갈 기회들이 생길 거예요. 그렇게 하나씩 연결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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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의 연결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스트레스를 주었던 도시와의 단절이 아닌 연결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광하 마르쉐@를 통해 만난 도시 소비자 중에 우리의 이야기를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 분들께 저희가 계절마다 수확한 제철 야채를 직배송해드리는 ‘제철 꾸러미’도 함께 했었고요. 받아 보시는 분들도 꽃비원의 제철을 몸소 느끼시고 공감해주셨죠. 마치 식문화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대면하며 주고 받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죠. 

앞으로 도시와 농촌의 단절은 더욱 심해질 거예요. 그럼에도 도시와 농촌의 연결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팔아서 수익을 남겨야 한다는 개념보다 농부 입장에서도 어떤 사람이 농작물을 소비할지 모르니, 높은 값어치만을 위해 화학 비료를 과하게 투여하죠. 반대로 소비자들도 농작물의 유통 과정을 인지하지 못하니까 건강하지 못한 농작물에 쉽게 노출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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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라이프를 꿈꾼다면 

 

앞으로 농촌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정광하 시골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집, 땅,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자금이 부족하다면 오도이촌(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규모가 작은 밭을 가꾸며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겠죠. 천천히 귀농, 귀촌을 준비하는 겁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군이라면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겠죠. 여유자금이 없는 청년이라면 부모의 고향으로 귀향하는 방법도 있어요. 귀농, 귀촌한 주변 지인에게 정보를 얻어 근처에 터를 잡기도 하죠. 

하지만 저희처럼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면, 조금 더 세세한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은 시골에서 버티기가 어렵거든요. 

 

원호나무 아래서. 정광하 대표(왼쪽), 오남도 대표 ©BRIQUE Magazine

 

여전히 건강하지 못한 유통과정 등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요. 꽃비원의 메시지를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점에서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정광하 아직 미약하지만 언제나 희망은 한줄기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논산을 돌아보면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해요. 당시에는 퇴직하고 내려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은 젊은 나이에 농촌으로 온 저희 가족을 이해하지 못하셨죠. 심지어 미국에서 지내다 왔다고 하면 더 이해를 못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조금이나마 시골의 삶에 관심을 갖고 꽃비원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어요. 곳곳에서 제로 슈거나 동물복지 유정란 등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해답을 찾기 위한 행동도 늘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죠. 

오남도 저희 좋자고 시작한 일인데, 좋게 봐주시고 희망을 얻어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뿌듯해요. 좀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광하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시골에서도 다양한 삶이 필요합니다. 도시 사람들은 단편적으로 시골의 삶이 힘들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불편하지만은 않아요. 우리의 모습이 다른분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아이의 성장만큼 훌쩍 자란 원호나무의 모습 ©BRIQUE Magazine

 

정광하 
농촌에서 자라 농업 관련 학과를 졸업했다. 미국의 한 농산물 유통 회사에서 일했다. 지금은 아내 오남도 대표와 함께 무리하지 않고 적정 규모로 농사를 지으며, 꽃비원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건강한 연결을 꿈꾼다. 

오남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로, 농업 관련 학과를 졸업 후, 농민단체 등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지금은 남편 정광하 대표와 함께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지으며, 그곳에서 수확한 농작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간다. 

 

‘Wellness Lifestyle’ 전체 이야기를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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