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하룻밤만큼의 예술

[Stay here] ⑧ 예술 경험의 밀도를 높이다 '다이브인 인사'
ⓒBRIQUE Magazine
에디터. 윤정훈  사진. 윤현기  자료. 다이브인

 

머무는 공간이자 장소를 뜻하는 오늘날의 ‘스테이stay’는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여행’과 ‘집’,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재고하기를 요청받는 과정에서 스테이의 맥락은 폭넓게 재편되는 중이다. <브리크brique>는 이번 특집에서 공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이야기가 명확한 여러 스테이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각 공간에서 건축가, 디자이너, 운영자가 제안하는 바는 결국 변화하는 동시대의 생활 양식과 닿아 있다. 자연 속에서의 휴식, 자발적 고립, 일과 생활, 스포츠와 문화 활동, 유려한 건축 공간에서의 비일상적 경험까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 스테이의 궤적을 살피는 일은 이 시대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과 다름 아닐 것이다.


Stay here
① 오늘의 여인숙 – 삼화 여인숙 
② 완벽한 고립의 시간 – 의림여관 
③ 세 가지 사색의 공간 – 서리어
④ 고요함 속 감각을 여는 호텔 – 이제 남해
⑤ 숲속 진정한 나를 마주하다 – 아틴마루

⑥ 호텔과 글램핑 사이 – 글램트리리조트
⑦ 일과 쉼이 공존하는 곳 – 오-피스제주
⑧ 꼭 하룻밤만큼의 예술 – 다이브인 인사
⑨ 여기가 내 집이었으면 – 어 베터 플레이스



호텔 속 움튼 아트스테이

서울 인사동길과 인접한 어느 골목. 커다란 캐리어를 끈 관광객들이 올 법한 분위기의 호텔 꼭대기에는 또 다른 호텔이 숨어 있다. 로비를 지나 14층 복도 끝에 다다르면 깊은 바다의 채도를 담은 새파란 커튼이 이곳에 새로운 공간이 있음을 암시한다. 커튼 너머 펼쳐진 그곳은 아트스테이art stay ‘다이브인 인사’다. 다이브인은 다양한 공간을 통해 아티스트의 가치를 알리고, 동시대인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적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어떻게 하면 예술을 더 쉽고도 깊게 만날 수 있을까. 다이브인 인사는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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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테이는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또는 문화 예술과 접목된 숙박시설을 일컫는다. 후자의 경우 호텔에서 투숙객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시도되곤 하는데, 로비 또는 객실에 여러 작가의 작품을 액자에 걸어 두거나 객실 내 디지털 프린팅을 접목한 아트월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이브인 인사에서 액자는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하는 것이 맞다. 대신 벽, 조명, 옷걸이, 카펫 등 공간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를 예술품으로 변모시켰다. 그렇게 어느 호텔의 창고나 다름없이 방치되었던 세 개의 객실은 저마다 단 한 명의 아티스트를 위한 쇼룸이자 하나의 예술 세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스테이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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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밀도를 높이다
다이브인의 목표는 예술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것. 밀도 높은 경험을 위해서는 ‘감상’에 그치지 않고 ‘몰입’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다이브인이라는 이름이 뜻하는 바가 그렇듯, 우두커니 서서 작품을 바라보는 수동적 경험이 아닌 작품 속으로 ‘뛰어든 것 같은’ 상태로 말이다. 따라서 공간은 잠시 들렀다 가는 갤러리가 아닌 긴 시간 체류하는 스테이여야 했고, 한 객실을 한 작가에게 온전히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숙박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경험이라는 요소를 끌어들이기보다는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숙박을 택한 셈이다.

아티스트와의 상생은 다이브인의 핵심 기치다. 객실은 픽셀 아트, 금속 공예, 회화 서로 다른 세 분야 아티스트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조했다. 기존 호텔의 객실을 임대해 사용하는 것이기에 구조를 바꾸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순 없었지만 가능한 여건 내에서 각 아티스트의 예술 세계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고심했다. 이에 기존에 만든 작품을 단순히 배치하는 방식이 아닌 벽, 바닥 등을 작업 대상으로 삼아 공간에 맞는 작품(이자 기물)을 별도로 제작했다. 이 같은 ‘작품의 공간화’는 작가들에게 작품 활동 영역을 넓힐 기회 또한 선사한다. 객실 내 모든 작품은 새것으로 구매가 가능하며, 작품 판매 수익이 없어도 작가들에게 숙박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윤여동 아트스테이 ⓒBRIQUE Magazine

 

손끝으로 알게 되는 매력
신라 시대 금관, 떨잠과 노리개 등 미세한 흔들림이 특징인 전통 장신구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윤여동은 금속이 가진 찰나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공예가다. ‘떨림’이 핵심 콘셉트인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 방법은 하나, 손가락으로 툭툭 쳐보고 이리저리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작품을 마음껏 건드려보는 것. 일반 전시장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다이브인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숙객에게 작품을 이용해보기를 권한다. 이에 윤여동 작가의 작품은 스위치 조명, 옷걸이 등 투숙객의 손이 닿을 수밖에 없는 형태로 객실에 놓였다. 물론 작가들에게 사전에 훼손 가능성에 대한 이해를 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파손에 대한 우려보다 작품에 대한 더 큰 관심, 나아가 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경험에 우선적인 가치를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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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된 공간 속에 머물다
객실은 작가들의 철학을 온전히 드러내는 하나의 세계가 되어 작품의 콘셉트, 메시지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익숙한 현실을 픽셀화해 낯설게 만드는 주재범은 투숙객이 게임 속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벽, 카펫에 픽셀 이미지를 입혔음은 물론 작가가 소장한 닌텐도 게임기까지도 객실에 둔 이유다.

 

주재범 아트스테이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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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작가의 세계 또한 공간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수욕장, 산, 공원 등 익숙한 장소에서 여가를 즐기는 군중의 모습을 포착하는 영감의 순간을 연출한 것이다. 작가의 붓 터치가 일일이 더해져 거대한 캔버스가 된 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자 작품의 배경이 된 풍경을 암시한다. 더불어 구비된 캠핑 의자는 작가의 애장품이다. 객실에서는 바다가 된 벽을 보아도 좋고, 창밖 너머 서울 도심 전경을 즐겨도 좋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곧 이 작품이자 공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상원 아트스테이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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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체험이 주된 목적이지만 엄연한 숙박 공간이기에 이곳에서의 경험이 방해받지 않도록 기본적인 요건도 세심히 고려했다. 호텔 측 객실 관리자가 다녀간 후에도 다이브인의 정창윤 대표와 최동이 실장이 일일이 들러 객실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이유다. 이외에도 소일베이커 머그잔, 메뉴팩트 드립백 커피, 환경을 고려한 특별 제작 워시바wash bar 등의 어메니티를 구비해 소소한 만족감을 높였다. 한층 확장된 예술 경험을 위해 두 호스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투숙객에게 추천할 만한 인사동 골목의 숨은 갤러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Stay here’  전체 이야기를 담은 
<브리크brique> vol.10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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