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가구를 잘 만드는 사람들

[Uncommon Living] ⑦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
ⓒBRIQUE Magazine
에디터. 김지아  사진. 윤현기  자료. 스탠다드에이

 

대다수의 삶을 담는 주거 양식은 여전히 획일적이고 보편적(common)이지만 들여다보면 집이라는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것은 바로 개개인의 삶, 삶을 이루는 시간과 취향의 켜다. 취향에 기반한 공간은 개별적이고 고유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기성과 ‘다른(uncommon)’ 선택을 하는 경향에 주목하고자 한다. 장인 정신이 깃든 리빙 브랜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맞춤형 브랜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유일무이한 제품을 구현하는 디자이너, 확고한 취향으로 특색 있는 리빙 제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편집숍까지. <브리크brique> vol.9 기획 특집은 범람하는 리빙 트렌드 속에서 마침내 중심이 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Art and Craft
① 일상을 침투하는 비일상의 가구 – 최동욱
② 텅 빈 장식품의 초대 – 쉘위댄스
③ 한 명의 랩, 하나의 콘크리트 – 랩크리트
④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나무 조각 – 안문수

Craftsmanship
⑤ 패브릭 아틀리에의 한 끗 – 일상직물
⑥ 낡은 기술이 완성한 디자인 조명 – 아고
⑦ 생활 가구를 잘 만드는 사람들 – 스탠다드에이

Customizing
⑧ 사용자가 곧 크리에이터 – 몬스트럭쳐
⑨ 주방에 컬러를 입히다 – 스튜디오 비엘티
⑩ 생활 속 긍정의 감도를 높이다 – 비밥 디자인 스튜디오
⑪ 벽지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 스페이스 테일러


 

가장 정직한 첫 번째 제안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 목재 가구를 지향하는 가구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는 기준을 지키는 디자인을 원칙으로 삼는다. 여기에는 제작자의 노력과 고민이 제품의 수명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자리해 있다. 소재와 기능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섬세한 제작 과정을 거쳐 만족할 만한 품질을 이끌어내는 것. 바로 이 원칙이 스탠다드에이가 소비자에게 건네는 정직한 제안의 근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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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주목하는 가구는 특히 일상에서 사용되는 생활 가구다. 사용성을 기반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나무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마감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스튜디오에서 담당한다. 말하자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스튜디오이자 공방, 브랜드이자 제작사인 셈이다. 2011년부터 스튜디오 형태의 공방을 운영하며 주문 제작 방식으로 가정과 사무, 전시 공간을 비롯한 다양한 자리에 놓일 가구를 디자인해 온 스탠다드에이는 개인 클라이언트를 비롯해 기업, 건축가와의 협업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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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 기본은 구조
스탠다드에이는 가구의 본질은 사용성에 있다고 생각하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지향한다. 가구를 오래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구조에 있다. 의자, 테이블, 책장 등 대부분의 가구는 다리로 불리는 지지대 위로 몸통을 얹은 일종의 구조체다. 그렇기에 견고한 구조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가구 제작의 기본이자 오랜 수명을 위한 첫 걸음이다. 목재라는 소재만으로 튼튼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나 구조가 부실한 경우 소재는 한낱 외피에 불과하다. 사실 심미적으로 보기 좋은 가구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면 구조를 우선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스탠다드에이는 가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구조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실험을 거친다. 디자인에 앞서 여러 차례 구조 실험을 거친 후 제품을 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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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스탠다드’가 기준을 의미한다면, 첫 번째 혹은 플러스 알파를 뜻하는 ‘에이’는 디자인에 있어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목재를 재료로 가구를 만드는 공방과 브랜드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런 중에 스탠다드에이를 에이로 만드는 것은 기본에서 한 발 나아간 요소, 즉 고유한 디자인에 있다.
초기에는 여타 목재 가구와 다를 수 있는 지점이 하드우드를 사용한 얇은 디자인에 있다고 생각해 자칫 무뎌보일 수 있는 단단한 나무를 가늘게 깎아 디자인한 제품을 주로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하드우드보다는 소프트우드를 사용하는 공방이 많았으므로 얇게 구현된 하드우드 가구야말로 그들의 경쟁력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세분화된 가구 시장에서 이는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되었고, 이들은 다시 차별화 요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카피가 잦은 가구 시장에서 공방 기반의 브랜드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더욱이 스탠다드에이의 가구는 대체로 생활에 무던하게 어울리는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끝없이 디테일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비례였다. 독특한 색이나 소재, 과한 디자인으로 돋보이려는 가구가 아닌 이상 목재 가구들 틈에서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는 바로 가구의 비례감에 있었다. 비례에 대한 정의는 공방이나 브랜드마다 다르다. 스탠다드에이의 비례는 그들이 만든 의자와 책상, 책장 등의 가구를 찬찬히 살피는 과정에서 무엇인지 비로소 알 수 있다. 예컨대 나무의 종류나 기능이 다른 가구라도 그로부터 경험하게 되는 공통된 인상이 있다. 십 년이라는 시간의 지속적인 디자인 실험에서 비롯된 스탠다드에이의 정체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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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과 공장 사이
스탠다드에이를 이루는 한 축이 디자인이라면 다른 한 축은 제작이다. 공방이자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독자적인 디자인을 구축하기 위한 실험과 연구를 거쳤다면, 이를 물리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공방 형태의 스튜디오로 운영되고 있는 스탠다드에이는 대부분의 직원이 목수로, 공방을 닮은 공장에서 직접 가구를 제작한다. 초기에는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구를 만드는 방식을 고수했으나, 생산량의 증가로 효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현재는 공방과 공장 사이의 시스템을 도입해 단계별로 팀을 나누어 운영한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공장처럼 한 사람이 한 기계를 담당하는 방식은 아니다. 모든 직원이 가구를 만드는 전 과정을 경험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공급, 제작, 마감 등 분업화된 영역을 순환하며 근무하는 형태다. 하나의 가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흐름을 온전히 체화하고 나무를 만지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에는 차이가 있다. 결국은 손이 하는 일이기에 다음을 알고 전체를 알면 각 단계가 기여하는 바를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러니 효율은 떨어지더라도 움직임이 다르다. 만드는 사람이 재료부터 마감까지의 과정을 면면히 알고, 세심하게 살펴 제작하기에 결과적으로 제품의 퀄리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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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보다는 잘 만드는 사람들
이러한 제작 방식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제품이 재고 판매가 아닌 주문 제작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주문 제작을 고집하는 이유 역시 간단하다. 양산으로는 기준에 맞는 제품의 퀄리티를 구현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공방과 공장 사이에서 그 다음을 고민하는 스탠다드에이는 언제까지나 가구를 잘 만드는 스튜디오로 남고자 한다. 이들에게 가구를 잘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과거의 수공예적 전통을 무조건적으로 답습하거나 어느 한 부위의 디테일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생활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로서 가구를 잘 만들기 위한 노력은 물적, 인적 자원을 토대로 전반적으로 조화로운 퀄리티의 제품을 구현해내는 과정에 있다. 그렇게 스탠다드에이는 앞으로도 느리지만 올곧게, 변화해 가는 트렌드 속에서도 유효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성장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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