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컬러를 입히다

[Uncommon Living] ⑨ 제작 주방가구 시장에 새로운 유형을 보여주는 '스튜디오 비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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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지일  사진. Studio BLT, 윤현기  자료. Studio BLT

 

대다수의 삶을 담는 주거 양식은 여전히 획일적이고 보편적(common)이지만 들여다보면 집이라는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것은 바로 개개인의 삶, 삶을 이루는 시간과 취향의 켜다. 취향에 기반한 공간은 개별적이고 고유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기성과 ‘다른(uncommon)’ 선택을 하는 경향에 주목하고자 한다. 장인 정신이 깃든 리빙 브랜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맞춤형 브랜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유일무이한 제품을 구현하는 디자이너, 확고한 취향으로 특색 있는 리빙 제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편집숍까지. <브리크brique> vol.9 기획 특집은 범람하는 리빙 트렌드 속에서 마침내 중심이 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Art and Craft
① 일상을 침투하는 비일상의 가구 – 최동욱
② 텅 빈 장식품의 초대 – 쉘위댄스
③ 한 명의 랩, 하나의 콘크리트 – 랩크리트
④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나무 조각 – 안문수

Craftsmanship
⑤ 패브릭 아틀리에의 한 끗 – 일상직물
⑥ 낡은 기술이 완성한 디자인 조명 – 아고
⑦ 생활 가구를 잘 만드는 사람들 – 스탠다드에이

Customizing
⑧ 사용자가 곧 크리에이터 – 몬스트럭쳐
⑨ 주방에 컬러를 입히다 – 스튜디오 비엘티
⑩ 생활 속 긍정의 감도를 높이다 – 비밥 디자인 스튜디오
⑪ 벽지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 스페이스 테일러

 

©Studio BLT

 

주방 인테리어를 계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한 컬러의 사용을 두려워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스튜디오 비엘티(이하 비엘티)는 자신 있게 과감한 색상을 제안한다. 그것도 모자라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만들면 된다’고 설득한다. 쉬운 일도 아니지만 그렇게 큰일도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비엘티는 주방 인테리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색상뿐만 아니라 모든 현장의 규격,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전부 제각각인 만큼, 디자인을 그대로 다른 곳에 적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디자인하는 주방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다.

 

©Studio B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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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블랙띵Blackthing이라는 이름으로 목재와 철재를 활용해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던 비엘티는 다음 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우드 플레이트와 플랜트 스탠드로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출시 4달 만에 중국산 카피 제품이 시장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 일을 계기로 비엘티는 양산 제품에서 제작 가구로 전향했다. 처음에는 날것 그대로의 목재 물성을 살린 합판 가구를 제작했다. 그러나 친근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너도나도 합판 가구 제작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과열되며 결국 가격 경쟁으로 번졌고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하향 평준화됐다. 비엘티는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다른 방향을 모색했다. 당시는 상업 및 주거공간에 합판 가구를 접목한 사례들이 간간히 소개되는 시점이었다. 해외 매거진에서 우연히 주방 가구를 목격한 비엘티는 자신들의 작업을 새로운 장르에 접목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방에 주목했다. 합판에 대한 노하우를 토대로 일반적인 합판 가구 제작업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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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방마다 TV를 두거나 모바일을 이용하는 경향이 늘면서 집 안의 중심이 거실에서 주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천편일률적인 주방 인테리어 대신, 개성을 살리고 한층 특화된 디자인으로 공간에 생명력을 주고자 했다.” – 곽문수, 스튜디오 비엘티 대표

 

비엘티의 주요 고객은 30~40대 신혼이거나,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이다. 간단한 의뢰 양식을 작성해서 메일을 보내면 전화 상담 후 필요한 구성이나 현재의 주방 상태에 맞게 디자인과 견적서를 보내준다. 계약을 하게 되면 현장에서 미팅이 진행되며 이때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된다. 싱크대 상부장이 있어야 하는지, 도어 컬러나 디테일은 어떤 제품인지, 천연 혹은 인조 대리석을 쓸 것인지, 싱크볼이나 수전의 규격이나 위치 등 섬세하게 의견을 조율한다. 희망하는 날짜에 맞춰 설치까지 완료한다. 제작기간은 평균 2주 정도 소요된다. 보통은 3~4개월, 최소 1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야 제작이 가능하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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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티는 모든 공간에는 사용자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나고, 무릇 공간이란 사용자를 위한 곳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제작 전 항상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테이블이나 소파는 어떤 제품인지, 좋아하는 디자이너나 브랜드는 무엇인지, 벽지는 어떤 패턴인지, 선호하는 공간의 전체적인 무드는 어떤지 등을 묻는다. 평범한 주방의 레퍼런스를 보여주면서 그대로 해달라는 요구는 정중히 거절한다. 고객을 단순한 클라이언트가 아닌 디자인 파트너로 대하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철칙이다.

 

©Studio B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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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제작 가구 시장에 새로운 유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엘티의 작업은 매우 흥미롭다. 제작 가구 뿐만 아니라 가장 잘 다루는 합판 이외에도 철재와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아트 퍼니처의 경계를 넘나든다. 단순히 주방 제작 가구 업체로 비엘티를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비엘티의 명함에는 직책 대신 ‘MAKER’라는 단어만 있다. 의미 없는 직책보다는 만드는 사람으로서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비엘티는 주방 가구 제작 스튜디오라는 특정 영역으로 자신들을 구분하는 것을 강하게 경계한다.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매력적으로 풀어나가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 그것은 기존에 없던, 나만의 맞춤형 가구를 바라는 소비자의 니즈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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