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Uncommon Living] ⑪ 패턴 벽지 브랜드 ‘스페이스 테일러’
©SPACE TAILOR
에디터. 김지아  사진. 윤현기  자료. 스페이스 테일러

 

대다수의 삶을 담는 주거 양식은 여전히 획일적이고 보편적(common)이지만 들여다보면 집이라는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것은 바로 개개인의 삶, 삶을 이루는 시간과 취향의 켜다. 취향에 기반한 공간은 개별적이고 고유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기성과 ‘다른(uncommon)’ 선택을 하는 경향에 주목하고자 한다. 장인 정신이 깃든 리빙 브랜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맞춤형 브랜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유일무이한 제품을 구현하는 디자이너, 확고한 취향으로 특색 있는 리빙 제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편집숍까지. <브리크brique> vol.9 기획 특집은 범람하는 리빙 트렌드 속에서 마침내 중심이 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Art and Craft
① 일상을 침투하는 비일상의 가구 – 최동욱
② 텅 빈 장식품의 초대 – 쉘위댄스
③ 한 명의 랩, 하나의 콘크리트 – 랩크리트
④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나무 조각 – 안문수

Craftsmanship
⑤ 패브릭 아틀리에의 한 끗 – 일상직물
⑥ 낡은 기술이 완성한 디자인 조명 – 아고
⑦ 생활 가구를 잘 만드는 사람들 – 스탠다드에이

Customizing
⑧ 사용자가 곧 크리에이터 – 몬스트럭쳐
⑨ 주방에 컬러를 입히다 – 스튜디오 비엘티
⑩ 생활 속 긍정의 감도를 높이다 – 비밥 디자인 스튜디오
⑪ 벽지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 스페이스 테일러

 

패턴 벽지 브랜드 스페이스 테일러는 공간에 맞는 벽지를 디자인한다. 면과 면이 만나 이루어지는 공간에 새로움과 활기를 더하는 것은 다름 아닌 패턴이라는 점이라는 점에 주목해 공간에 어울리는 패턴 디자인을 연구한다. 그러나 패턴이라고 해서 일명 ‘꽃무늬 벽지’로 불리던 옛 포인트 벽지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이들은 모노톤 인테리어가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나만의 공간을 향한 수요가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그렇게 국내 벽지 시장에서 트렌디하면서도 개성 있는 패턴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SPACE TAILOR

 

스페이스 테일러가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보다 고객에게 벽지를 제안하는 방식에 있다. 판매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공간 재단사라는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공간별로 어울리는 벽지를 선보이겠다는 맞춤화 전략을 내세웠다. 이들이 벽지를 제안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고객의 공간에 어울리는 벽지를 직접 디자인하는 일과 기존에 스페이스 테일러에서 디자인한 벽지 중 그 공간에 어울릴 법한 제품을 역으로 추천하는 방법. 커스터마이징의 의미에 가까운 방식은 전자일 테지만, 현재까지는 다양한 디자인 패턴을 개별 공간에 맞게 적용하는 스타일링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본격적인 맞춤 제작 이전에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자체 디자인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SPACE TAILOR

 

스타일링 서비스는 스페이스 테일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객이 벽지를 부착하려는 공간 사진과 원하는 분위기를 메시지로 보내면, 거기에 어울리는 벽지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우선 판매하는 제품을 기반으로 3~4가지 디자인을 매칭한 안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단순히 패턴 이미지를 돌려보내는 식은 아니다. 고객의 공간에 직접 시공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친 이미지를 보낸다. 

 

©SPACE TAILOR
©SPACE TAILOR

 

또 패턴이 인쇄된 느낌이나 패브릭의 질감을 실제로 경험하고자 하는 고객에게는 샘플을 제공하기도 한다. 원하는 디자인을 3~4종 선택하면, 실제 벽면에 부착해볼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샘플을 보내준다. 이러한 추천을 기반으로 하나의 제품이 채택되면, 해당 디자인의 벽지를 고객이 원하는 양만큼 제작해 판매한다. 이 과정을 거쳐 벽지가 고객의 집으로 도착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3~5일 정도. 설령 스타일링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해도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니 소비자로서는 유용한 서비스인 셈이다.

 

©SPACE TAILOR
©SPACE TAILOR

 

한편, 스페이스 테일러가 보유하고 있는 백여 가지 패턴으로 커버할 수 없는 공간이나 고객의 요구와 맞닥뜨릴 때는 디자이너가 직접 드로잉해 제작한 유일무이의 패턴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의뢰부터 제작까지의 모든 과정이 무료임을 감안하면 온전한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의 제안은 고객에게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패턴을 다방면으로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

 

박성호 스페이스 테일러 대표 ©BRIQUE Magazine

 

“국내의 경우 디자인 벽지는 제조사가 잘 만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하나예요. 유행을 타니 아무래도 대량생산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거죠. 스페이스 테일러의 벽지는 패브릭 소재로 비교적 쉽고 빠른 소량 제작이 가능해요. 양산에 비해 마진은 떨어질 수 있지만, 타사보다 다양한 디자인의 벽지를 폭넓게 생산할 수 있습니다. ” – 박성호, 스페이스 테일러 대표

 

©BRIQUE Magazine

 

맞춤 제작임에도 그 과정이 비교적 번거롭지 않은 까닭은 이들 벽지의 물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테일러의 벽지는 기성 벽지를 이루는 PVC, 종이 등의 재료와 달리 포스트잇처럼 쉽게 부착이 가능한 패브릭 소재로 만들어져 도배사의 도움 없이 고객이 직접 원하는 공간에 시공할 수 있다. 접근성과 활용성 측면에서 기존 포인트 벽지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 셀프로 시공 가능한 패턴 벽지를 만들었다. 이렇듯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참신한 방법을 활용해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이들은 기존 벽지 시장에서 한 발 나아가 벽지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해서 제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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